“모든 어르신들께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을 즉시 지급해드리고, 4대 중증질환(암·심장·뇌혈관· 희귀난치병)을 국가가 100%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한 대표적 보건복지공약이다. 그러나 이 공약은 임기 6개월이 막 지난 지금 사실상 파기됐다.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달리 소득 하위 70% 어르신에게만 지급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도 하고 축제라고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선거를 그렇게 치를 형편이 아직 못 되는 것 같다. 어떤 이들에게 이번 대선은 대출을 낀 아파트가 걸렸고,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세금폭탄이 걸렸으며, 또 다른 이들에게는 복직이 걸려있었다. 대학생에겐 반값등록금이 걸렸고, 우리 어르신께는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이 걸리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우리 지역의 발전 여부도 달려있었고, 심지어 나라 전체의 국운도 걸려있었다. 그래서 선거는 좋은 것이다.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좀 추스렀다고 생각될 때, 내가 먼저 한 일은 국가정책 연구자로서 박근혜 당선인의 공약집을 구해다가 책상머리에 올려놓은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책상머리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하나하나 지워내고 있다. 정부가 기초노령연금처럼 경제민주화, 반값등록금, 4대 중증질환 등 경제, 노동, 보건, 복지관련 공약을 하나하나 폐기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기초노령연금 만큼은 국민과의 약속을 꼭 지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OECD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률을 낮추는 데 기초노령연금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정책이 없고,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도 기초노령연금이 꼭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장의 형성은 시장을 찾는 고객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이벤트나 행사 등을 만들어도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은 대형 마트를 찾아간다. 물론 재래시장만을 찾는 고객 또한 여전히 있다. 이는 고객의 성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연령과 지역적 접근성에 의해 시장 선택이 발생함을 의미한다.
실제로 ‘경쟁력 분석을 통한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연구(2008, 이경미)’에 의하면,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 중 주 3회 이상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의 비율은 30대 미만이 33.3%, 40~50대는 60.6% 인데 비해, 60대 이상 노인은 82.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재래시장에서의 평균 구매금액은 3만 원 이하가 71.6%였다. 즉 현재 재래시장을 찾는 고객은 고령이면서 3만 원 이하의 소규모 소비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었다. 따라서 진정으로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고 골목상권을 살리고자 한다면,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층에게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즉 재래시장을 가장 많이 찾는 어르신들에게 기초노령연금 20만원을 즉시 지급하면 어르신들의 소비확대가 이뤄져 재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깨끗한 매장과 주차장 보급 등의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법적 규제나 정부의 전통시장 살리기 정책만으로는 재래시장을 살려내기가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근본적인 처방은 누가 재래시장을 찾는지를 알아내어 그들에게 소비여력을 불어넣어주는 길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당장 박근혜 대통령은 어르신들께 약속한 기초노령연금 20만 원을 즉각 지급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