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은 그날 만들어 그날 팔아야 하는 제품의 특성상 일과가 고되다. 밤새 숙성시켜 놓은 반죽이 아침 7시가 되면 입에서 살살 녹는 맛있는 빵으로 만들어 진다. 아침 일찍부터 일을 시작해 늦은 밤까지 매장에 서 있다보면 몸은 밀가루 반죽처럼 녹초가 된다.

“터미널을 오고가는 사람들이 앉아 아침에 갖 구워낸 빵을 먹으며 담소를 나누던 풍경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워요. 합덕의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터미널을 이용하거나 왕래하는 지역주민들의 발길도 함께 줄었죠.”

22년째 운영 중인 터미널 베이커리는 합덕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이다. 매일 아침이면 주원환(53) 대표가 새벽부터 구워낸 빵들이 매장 내에 가득 진열됐다. 소보로빵이며 팥빵, 크림빵 등 없는 게 없다. 갓 구워낸 빵의 고소한 향기는 매장 밖까지 이어져 행인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남부럽지 않은 매출을 올리던 시절이 있었다.

주 대표는 “하루하루가 신이 나던 때”라며 “빵이 맛있다며 많은 손님들이 찾아준 덕분에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터미널 베이커리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에는 하루에 400~500여 개의 빵을 판매할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7년간 어렵게 배운 제빵기술

주 대표는 서울에서 기사생활도하고 제과점일도 도우며 제빵기술을 습득했다. 요즘이야 학원에서 손쉽게 배울 수 있는 제빵이지만 당시에는 갖고 있는 기술을 공유하는 일이 극히 드물던 시대였다. 다른 사람들은 달콤한 새벽잠에 빠져 있을 사이에 일어나 가게 문을 열고 밤 10시까지 궂은일을 도와가며 조금씩 제방기술을 익혔다.

“철판을 닦고 빵을 포장해 가며 기술을 배울 수 있었죠. 한 번에 많은 것을 알려주던 시대도 아니었어요. 기술 하나만 있으면 먹고 살 걱정 없던 시대였으니까요. 그래도 빵 만드는 기술을 배워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힘든 시간을 견뎌냈죠. 그렇게 7년간 고생을 하다 합덕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오랜 고생 끝에 합덕에 안착한 그는 정성을 다해 자신만의 빵을 구워냈다. 좋은 재료를 선택하고 빵을 구워내는 온도와 발효상태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고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빵을 구워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정해진 레시피 이외에도 빵을 만들기 위해서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작은 온도의 변화, 발효상태의 정도 등에서 빵의 맛과 질의 차이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죠. 변하지 않는 빵에 대한 고집 때문인지 아직도 터미널 베이커리의 맛을 선호하는 단골손님들도 많습니다.”

독거노인에게 빵과 함께 사랑 전해

그렇게 5~6년 정도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할 때 당진시자원활동봉사회(회장 마숙희)에서 지역의 어려운 독거노인을 위해 봉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노인들에게 전달할 빵을 선뜻 기증하기 시작했다. 주 대표는 어렵게 배운 기술인 만큼 돈 버는 일 외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과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하고 싶었다. 그렇게 15년이 지났다.

주 대표는 “가벼운 마음에 지원했던 빵들이 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조금씩 도움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마음을 갖기 시작했다”며 “타인에게는 작은 빵 한 조각일지 모르지만 독거노인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입점, 합덕인구 감소로 어려움 지속

합덕 내에도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이 입점하면서 손님들이 더욱 줄어만 갔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을수 밖에 없었다. 갈수록 판매량이 줄어들었고 봉사를 위해 제공할 빵들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비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주 대표는 독거노인들에게 빵을 전달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기만의 방식으로 빵을 굽는 장인으로 살아가겠다는 마음에서다. 예쁜 모양과 유명 연예인들이 광고하는 프랜차이즈보다 몸에 좋은 영양을 먼저 생각하고, 돈을 벌면 이웃들과 수익을 나눠야 한다는 생각에는 아직도 변함이 없다. 주 대표가 갖고 있는 욕심이라고는 멀리 사는 사람들에게 이름나기보다 가까이 사는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는 게 전부다.

주 대표는 “힘들었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빵을 기부해 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어르신들에게 따뜻한 빵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