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농협중앙회에 농민은 없다
농협중앙회는 1961년 박정희 군사정권 초기 농협은행의 본점과 지방 점포를 구 농협으로 합병시켜 출범했다. 그로부터 51년 지난 지금은 NH농협은행, NH농협손해보험, NH투자증권 등 7개 금융자회사와 남해화학, 농민신문사, 농협경제연구소 등 총 28개에 달하는 계열사가 있다. 이렇듯 금융재벌로 성장한 농협중앙회 NH금융지주의 자산규모가 240조 원으로 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로 올라섰다.
그런데 중앙회의 운동적 정체성과 경영면에선 농업농민이 보이지 않는다. 이 조직의 정체성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상징적인 예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한-미FTA에 대한 지지태도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의 비료값 담합과 역대회장들의 비자금 뇌물수수에서 보듯 재벌들의 못된 비리를 닮아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지역농민들이 FTA와 비료값담합에 대해 항의하러 가도 맞아주는 건 용역경비와 진압경찰들이다. 심지어는 농민들이 화장실을 가려해도 경비용역들이 가로막아 농민들이 분통을 터트렸다고 한다.
무한 경쟁이라는 신자유주의체제에 물들어 농업 농민은 보이지 않는 가짜 농협이 된 것이다.
농협 ‘갑’ 아닌 ‘을’이 돼야
지금 농협중앙회는 정관에 있는 ‘준공공적’ 존재보다는 산하 회원조합들에게 우월적 조직의 힘으로 이익을 독식하는 ‘사적 존재’로 변질돼 가고 있다. 물론 농협법 제6조 2항에 ‘중앙회는 지역조합과 직접 경합되는 사업을 행함으로써 회원의 사업을 위축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중앙회의 주체이자 모체인 지역 회원조합들과 이권 다툼에서 독식하고 있다는 비난이 끝이지 않는다. 농협중앙회는 재벌들과 똑같이 지역농·축협을 하청업체로, 지역조합 노동자들을 하청노동자쯤으로 보며 ‘갑’으로 군림해왔다. 이제 농협중앙회가 이대로 재벌속성을 배워 가다간 농민의 적이 될 것 같아 심히 걱정스럽다.
농협중앙회는 농민들의 경영공동체인 농촌지역 조합들이 극심한 경영악화와 수입개방에 따른 농축산물 가격불황으로 경제사업 에서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10만 농민 조합원과 1400개 지역 농·축협의 출자로 이뤄진 농협중앙회라면 농민들의 농협으로 돌아와야 한다. 특히 중앙회가 갖고 있는 조합감사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돼야 온갖 비리 부정사건으로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새로운 각오로 210만 조합원의 결사체로서 대정부 농민 생존권 쟁취운동을 통해 농업 농촌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한다.
농협중앙회를 농민에게 되돌려 주는 지름길은 농민조합원들이 회장을 직접 선출하는 직선제 개혁이다. 농협중앙회 모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농협개혁에 참여해 주길 호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