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사회학자 쟈네프 월프(Janer Wolff)는 “예술은 사회적 생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는 예술이 사회적 조건에 의해 변화됨을 의미하는데,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변화를 이끈 것은 예술가들이 아닌, 후원자(patron), 청중의 유형과 취향, 매니지먼트 등 예술의 외적, 사회적 요인이라는 점이다. 예술생산과 수용은 사회 구조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기에, 후원자와 청중이 예술생산과 수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후원자는 예술가를 후원해 작품 생산의 활성화에 기여했고, 특정 장르, 특정 양식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곧 후원자는 지원과 간섭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졌다. 예술에 있어서 무엇보다 후원자의 역할은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기반과 사회적 위치 제공에 있었다. 즉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인 후원 외에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8세기 말엽 빈(Wien)에서는 온갖 수준의 음악회와 살롱 모임이 존재했으며, 여기에는 직업 음악가와 아마추어가 함께 연주했다. 특히 살롱은 귀족과 부르주아계급이 만나서 교류하는 장소로서 역할을 했다. 딜레탕트(dilettante)로 불렸던 당시 아마추어 음악가들은 대중 앞에서 연주할 수준의 연주 능력을 소유했으며, 실내악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베토벤이 실내악을 많이 쓴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19세기 이전에 현악 4중주와 같은 실내악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살롱밖에 없었다. 작곡가들은 후원자들의 연주를 목적으로 작곡하기도 했다.
19세기에는 다양한 취향과 계층의 청중에 의해 여러 유형의 음악회가 생기고, 프로그램이 다양해졌다. 전문직 계층은 고전음악 양식에 대한 강한 선호도를 보인 반면 사업가 계층은 오페라와 비르투오조 양식을 더 좋아했다.
대중음악회는 청중층을 고려해 작곡자와 장르에 관계없이 각 곡의 인기 있는 악장만을 발췌, 짜 맞추어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도 시도했다.
예컨대 한 작품의 전 악장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A작곡가의 교향곡 제1악장과 B작곡가의 교향곡 제2악장 그리고 C작곡가의 교향곡 제3악장 등 인기가 있는 악장만으로 결합, 구성하는 식이다. 청중의 욕구와 음악회를 흥행의 관점에서만 취급한 매니지먼트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결부돼 만들어진 것이다.
예술의 취향을 만드는 자는 후원자, 청중 그리고 기획자다. 따라서 한 시대의 예술취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나 알기 위해서는 ‘누가’ 문화예술의 후원자와 청중이 되는가, ‘어떻게’ 그들이 후원자와 청중이 되는가를 관찰해야 한다.
문옥배 당진문화재단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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