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민영근 전 문화원장의 유물 감정 이후,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사업을 추진하기 이전에 이뤄졌어야 할 토론이, 부지 매입, 실시설계 진행, 기증 유물 감정까지 끝난 다음에야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본격적인 추진 이전에 충분한 논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미 사업이 추진되는 줄 알고 한창 기대에 부풀어 있던 면천면민들은 사업이 백지화 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하며, 한편으로는 분노하고 있다. 박물관 추진에 제동을 걸며 예산을 삭감한 시의원들은 면천면 주민들에게 괜한 미운털이 박혔고, 전면에서 박물관 건립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던 당진문화연대 역시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시립박물관은 충분한 소통 과정이 생략된 성급한 추진으로 인해 뒤늦게 애먼 주민들의 속만 끓게 하고 시민들의 갈등을 부추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될 처지다. 이번호에서는 시립박물관의 추진을 주장하는 이권배 면천읍성 추진위원장과 시립박물관 추진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의 조재형 문화연대 부회장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었다.

■이권배 면천읍성 추진위원장

“사업 원점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시립박물관 건립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다.

시립박물관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면천을 만들고자, 면천읍성 복원 사업과 함께 면천의 옛 역사를 복원하고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진행돼 왔다.

이철환 전 시장은 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면천이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판단해 추진했을 것이다. 이것이 주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선거용 정책이라는 비판이 있는데, 면천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다. 면천은 당진에서 가장 인구(유권자)가 적은 지역 중 하나다. 선거를 의식한 사업이었다면 인구가 많은 곳에 지으려고 했을 것이다.

민영근 전 문화원장의 유물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시립박물관은 민 전 원장의 유물을 위해 지으려고 했던 게 아니다. 정확한 감정은 필요한 것이지만 민 전 원장으로 인해 시립박물관 건립이 좌우된다는 시각은 옳지 않다. 민 전 원장의 유물이 아니더라도 출토 및 기증 받은 많은 유물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입로가 확보되지 않은 문제도 있는데.

진입로 확보 문제 등 행정에서 절차상 잘못이 있었다는 비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면 관련 예산을 세워 부지를 매입하기 전에 당진시의회에서 이를 승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의회가 승인을 다 해준 뒤에 이제 와서 문제 삼는 것은 마치 잘못되기를 기다렸다가 덫을 씌우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의회에서도 뒤늦게 대처했는지 의문이다.

시립박물관 건립 비용과 운영비 등 예산 낭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문화·예술·복지·교육과 같은 부분에 왜 수지타산을 따지는가? 이러한 사업은 경제적은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향토적·예술적·문화적 가치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다.

한편으로 이미 주민들은 시립박물관 관람객 유치를 위해 준비를 기울여 왔다. 연간 12만 명이 방문한다는 아그로랜드와 연계한 코스를 계획하고 있고, 아그로랜드 앞에서 홍보도 시작했다. 지역의 다른 자원과 잘 연계하면 연간 10만 명은 올 것이라고 자신한다.

면민들의 기대치가 정말 높았고 열의를 갖고 추진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백지화 될까봐 면천면민들은 무척 걱정하고 있다. 면천면이 또 다시 발전에서 소외당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크다.

김홍장 시장이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여론 수렴보다 사업을 추진코자 하는 시장의 의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닌가. 사업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결코 받아 들일 수 없다. 시립박물관 축소 또는 백지화는 면천면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면민들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조재형 문화연대 부회장

“충분한 검토와 여론수렴 필요”

시립박물관 건립과 관련해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들은 꼭 그 박물관에만 가야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 있거나 그 지역이 갖고 있는 고유한 문화적 특색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당진시립박물관은 그러한 유물이 확보된 것도 아닐뿐더러 지역의 독특한 특색을 갖고 있지도 않다. 현재 계획된 규모의 시립박물관을 채울만한 검증된 유물이 없다. 박물관의 정체성이 없는 것이다.

또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의사 소통이 없었다. 시의회도 문제다. 부지 매입 당시 진입로가 없는 등 문제가 있었다면 승인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민영근 전 문화원장의 유물의 가치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립박물관 건립이 민영근 전 문화원장을 위해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유물 기증이 시립박물관 건립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기정사실이다. 박물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유물이다. 현재로써는 가치 있는 유물을 확보해 좋은 박물관을 지을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

예산 낭비를 우려한 바 있다.

문화·예술·복지·교육은 경제적 논리로 판단할 수는 없다. 다만, 그만한 유무형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는 중요하다. 17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건물만 지어 놓고, 유물 없는 텅 빈 박물관은 설득력이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규모를 축소해 대충 짓는 것도 결국에는 예산 낭비로 문제가 될 것이다.

시립박물관 건립을 원천적으로 반대하는 것인가?

문화연대는 문화·예술 정책에 관심을 두고 있는 단체로써, 지역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있으면 당연히 좋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계획이 부족했고, 지나치게 성급했다. 충분한 논의 과정이 필요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채울지 완벽히 준비된 상태도 아니고, 충분한 여론 수렴과 냉정한 검토 역시 없었다. 장기간에 걸쳐 면밀히 검토하고 공청회와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준비한 뒤 건립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시립박물관의 대안은?

박물관이 필요하다면 현재 방치돼 있다시피 한 합덕수리민속박물관과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 등 기존의 박물관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찾아야 한다.

현재로서는 170억 원을 들여 박물관을 지으면 예산만 낭비할 가능성이 크다.

면천면 주민들이 이번 논란으로 실망이 큰 것 같다.

사실 이번 사업을 성급하게 추진했던 행정의 잘못이지, 주민들의 잘못은 아니다. 면천면 주민들이 소외감 또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면 면천주민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을 설치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면천에 사는 여러 지인들에게 물어본 결과, 그들도 성패를 알 수 없는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보다, 의료·복지 시설을 설치하거나 보강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