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야생화와 함께 20년, 들꽃선생님

인터넷 홈페이지로 들꽃여행을……

석문중학교 박성환 교사

우리 산야에 가득한 야생화. 봄에서 겨울까지, 누구 하나 씨뿌리는 이 없이 산과 들에 가득히 피었다 가곤하는 들꽃은 세상 어느 곳에도 그 신비한 손길이 닿지않은 곳이 없음을 우리 귀에 속삭이는 생명의 전령이다.

십중팔구 사람들 눈에 띄지도 않는 작디 작은 몸을 하고, 때로는 아기들의 새끼손톱만한 작은 꽃을 피워올린 그것들을 보노라면 세상에 우리가 함부로 해도 괜찮은 것은 한가지도 없다.

아무리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것에도 오로지 그것만이 지닌 고유하고 고귀한 개성이 있다. 그것이 없다면 우주의 한쪽은 비어버릴 것이다.

온 산이 들꽃잔치를 벌이는 봄이 가고, 또 여름이 가고, 아침 저녁 찬 겨울바람이 울타리를 넘보는 가을이 깊었다.

발길이 닿은 그 어디든, 초록빛이 있는 곳이라면 거기엔 영락없이 가을들꽃이 있어 발밑에서 우리를 올려다 보고있다.

요즘같은 때에는, 제법 크고 거친 자태를 한 노란꽃의 <왕고들빼기 designtimesp=12941>와 붉은 깨알들이 아이손가락 만하게 붙어있는 듯한 <여뀌 designtimesp=12942>, 푸른 석류알같은 알이 손가락 한마디 크기로 붙어있는 <며느리배꼽 designtimesp=12943>, 아주 땅 가까운 데에는 아기 이빨 만한 앙증맞은 노란 꽃에 이파리 맛이 새콤한 <괭이밥 designtimesp=12944>이 야산 여기저기 마중을 나와 있다. 혹 길가에 붉은 꽃을 피운 키작은 풀이 있거든 저것이 <고마리 designtimesp=12945>인가 생각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 가을에 석문중학교 박성환 선생님을 만나 듣는 이야기는 이런 것들이다.

학교 뒤 야산터는 이 학교 아이들의 자연 학습장. 선생님이 불러주는 이런 이름의 고만고만한 꽃들이 사방에 지천이다. 멀리서 보면 그저 한 무더기의 풀더미인 것을 보면 아마 우리가 지나는 숱한 길의 옆으로 이런 꽃들이 우리의 눈길과 마주치지 못한 채 시들고, 그 사연 위에 다시 꽃을 피우길 여러 번이었을 것 같다.

지난 1977년 석문중학교에 사회교사로 부임한 박선생은 지금도 틈만 나면 카메라를 들고 들로, 산으로 들꽃을 찾아 다니는 들꽃광이다.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던 그에게 석문증학교는 내내 그런 취향을 부채질한 곳이기도 하다.

처음 이곳에 부임했을 때 교장이었던 신이균씨는 어느 마을에 이름을 알 수 없는 희한한 나무가 하나 있다고 하였다. 박선생은 여러 자료를 뒤진 끝에 그것이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128호인 <모감주나무 designtimesp=12951>라는 걸 알아냈다. 지금 그 나무는 학교 뒤편에 심어져 잘 자라고 있다. 당진에 자생하는 나무와 꽃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때부터. 현직 교장인 신양웅 선생도 지역의 사료수집과 보존 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 학교 분위기 전체가 박선생의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분위기다.

몇 년 전에는 <고란초 designtimesp=12953>의 최대 군락지가 석문면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국내 식물연구에 기여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예쁜 들꽃이야기를 듣기 위해 굳이 석문중학교를 찾아갈 필요는 없다. 올 8월에 박성환선생은 당진의 들꽃이야기라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인터넷에 띄웠다. 검색사이트인 야후나 라이코스에 들어가 박성환, 또는 들꽃, 야생화키를 누르면 <박성환선생님의 들꽃이야기 designtimesp=12956>속으로 환상적인 안내를 받으며 들어갈 수가 있다.

그곳에는 당진에 자생하는 것으로 확인된 들꽃이 자그마치 154가지나 소개가 되어 있다. 대부분 박선생이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들꽃 하나 하나에 대한 소개가 들어있다.

모처럼 찾아간 우리를 위해 박선생님은 꽃과 아생화에 관한 잘못된 상식 하나를 바로잡아 주신다.

“우리가 아카시아라고 부르는 식물은 사실은 아카시아가 아닙니다. 진짜 아카시아는 동물의 왕국의 무대가 되는 열대지방의 식물이거든요. 여기서는 살 수가 없죠. 우리가 그렇게 부르는 식물은 미국이 원산지인 <아까시나무 designtimesp=12960>라는 삭물이지요. 한번 식물도감을 확인해 보세요”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민들레 designtimesp=12962>라고 부르는 것의 절반 이상은 토종민들레가 아니란다. 토종민들레가 작고 이파리끝이 위로 올라와있는 반면 귀화한 외래민들레는 이파리가 바닥에 붙어있고 크며 꽃도 역시 더 크다는 것. 우리가 민들레라고 착각하는 것들 중에는 샤대나물, 방가지똥, 흰꽃의 개망초 따위가 있다.

“또 더덕과 똑같은 잎과 줄기, 꽃을 가진 식물이 있는데 더덕인 줄 알고 캤다간 낭패보기 십상이죠. 꽃이 조금 작을 뿐이지만 그것은 뿌리가 더덕과 달리 동그란 열매모양인 <소경불알 designtimesp=12964>이에요.”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석문중학교 교정, 부잣집 정원처럼 깨끗하고 정갈하게 정돈된 학교교정에서 박선생님의 들꽃이야기는 끝이 없을 것만 같다.

김태숙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