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파 세 모녀 사건, 칠곡 계모 사건, 그리고 세월호 참사….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올해도 우리 사회의 가족을 이야기할 때 잊을 수 없는 사건들이 여전히 많았다. 말로 안타깝다고 하고 끝낼 수 있는 일들이 아니기에 우리들의 마음은 더욱 서글프다.
송파구에 사는 세 모녀는 “집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함께 세상을 떠났다. 다정하고 행복했던 가족이었기에 이들을 몰아간 현실이 더 야속하기만 하다.
칠곡에 사는 어린 소녀는 “아줌마(계모)가 나를 세탁기에 넣고 돌렸다”, “세탁기가 고장 나자 아빠한테 내가 발로 차서 고장 냈다고 말했다”, “판사님 사형시켜 주세요. 전 그 아줌마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라는 절규는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울컥하게 만들었다.
304명의 학생들과 인솔교사,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생명을 물속에 묻어버리고 아직도 시신을 수습하지 못한 승객이 남아 있는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우리들의 가슴 한 구석에 맴돌고 있다.
이런 사건들이 기사화되는 일들이 너무나 자연스런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12월 9일 일명 ‘세 모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9월 29일에는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됐고, 11월 7일에는 긴 진통 끝에 세월호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이런 법들이 뒤늦게라도 제정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그 과정이 답답한 것은 모두가 느낀 것이다.
일명 ‘세 모녀법’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 법으로 인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긴급복지지원법,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등의 개정안이 만들어진 것이다. ‘개정안’이라는 단어 자체가 전부터 이런 제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고, 이를 보완할 필요성을 모두가 공감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를 추진할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수와 수행인력, 그리고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해 법이 무색할 정도다. 세월호 특별법도 모든 국민이 제정을 원하고 기다렸지만 다양한 관점의 차이로 인해 필요성이 간절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 발생 후 205일 만에 어렵게 만들어졌다. 물론 소를 잃고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고칠 때는 제대로 고쳐야 한다. 이런 사건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그 피해자는 그 누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완벽한 제도는 없지만 제도적으로 최대한 사각지대가 없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이 법안들의 실행을 철저하게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적 지지가 든든할 때 우리 가족들은 조금이나마 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제도의 부족함이 위와 같은 가족들의 불행에 무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송파구의 주민들은 사건 가족이 경제적으로 힘들게 살았지만 생을 스스로 마감할 정도로 어렵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칠곡의 이웃들은 사건 가족의 이상한 점을 ‘집안 일’로 여기고 어두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거나 보호해 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비극이 일어났다. 세월호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제도적 허술함보다 승무원들이나 본사의 관례적인 부주의가 더 큰 문제였다. 모두가 행복한 나라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 나라에는 세 모녀 가족도, 칠곡 계모의 가족도, 세월호의 운영자와 직원, 승무원들, 피해 가족들 그리고 우리 가족들이 함께 살고 있다. 우리 모두가 행복한 가족을 원한다면 가까이 있는 우리 가족들의 표정과 말투를 살피고, 또한 옆집과 이웃의 삶에 따뜻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모두 서로에게 관심과 배려로 크고 작은 관계를 만들어감으로써 올해처럼 슬픈 일을 만나는 가족들을 줄여야 나가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