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각각 다른 초등학교에 근무했던 이상열(32)·한현경(30) 부부는 작년 4월 지인의 소개로 만나 7개월 만에 결혼해 당진에 왔다. 주변에서 너무 빠른 것 아니냐며 “혹시 ‘속도위반’한 것 아니냐”는 말들도 많았다. 남편 이씨는 “소개 자리에 나가기 전엔 ‘그냥 밥만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의 아내를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오래 만날 필요 없이 결혼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서로 맞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아버지는 결혼 안 한다고 속 썩이던 아들이 갑자기 결혼한다니까 아내를 보시기도 전에 허락하셨어요. 결국 만난 지 3개월 만에 아내에게 ‘결혼하자’ 했어요. 그 말을 들은 아내는 그냥 웃더라고요 싫지 않은 표정이었어요(웃음). 그렇게 순식간에 결혼식까지 올리고 당진에 정착하게 됐죠.”

서로의 손길이 닿은 카페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두 사람은 결혼 전부터 ‘나중에 꼭 자신만의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커피라는 매개체가 둘을 더욱 돈독하게 만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이 있는데다 이 씨의 경우에는 10년 동안 학업을 병행하며 칵테일 바와 레스토랑에서 일한 경력까지 있다. 그는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항상 재밌게 일했다”며 “그래서 오래 일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당진에 와서 ‘길아페’를 차릴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당진에 카페를 개업하려니 해야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부부는 일단 카운터가 있어야 중심이 잡히겠다 싶어 직접 나무를 가져와 카운터를 만들었다. 전문 업체에 맡기면 편했겠지만 비용이 부담돼 직접 만들기로 했단다.

“카운터를 다 만들어 놓고 보니 틀이 잡히면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차츰 보이더군요. 이후 테이블이나 선반 등 거의 모든 가구를 매일 뚝딱거리며 직접 만들었습니다. 조명하나 고르는 것도 심혈을 기울였고요. 둘이 의견차이로 다투는 일도 있었지만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다 보니 어느새 꽤 마음에 드는 공간이 됐어요. 업체에 맡기면 2주 안에 끝냈을 일이 2달 가까이 걸렸네요. 하지만 구석구석에 서로의 손길이 닿은 만큼 더욱 애착이 가요”

하늘이 준 선물 ‘하준이’

그렇게 낯선 당진에서 외로움을 딛고 개업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카페를 준비하던 중 부부에게 뜻밖의 선물이 생겼다. 바로 하늘이 준 선물, 하준이(태명)다. 이 씨는 “언젠가부터 아내가 청개구리처럼 행동했다”며 “창문을 닦자고 하면 싫다하고, 그럼 좀 있다 닦자고 하면 지금 빨리 닦자 했다”며 “드라마에서 나오듯한 로맨틱한 창문닦이는 없었다”며 웃었다.

아내 한 씨는 “좀 예민해진 것 같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사를 해보니 임신이었다”며 “부모님이 가게가 자리 잡기 전까지 아이를 갖는 것에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해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가게가 잘 될 거라는 징조라며 뱃속에 아이가 ‘복덩이’라고 축하해 주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이 씨는 며칠 전 아침에 아내가 맛탕이 먹고 싶다며 큰 고구마를 힘겹게 자르는 것을 보고 마음이 짠해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맛탕을 만들어 줬다며 말을 이었다. 그는 “‘아침부터 왠 맛탕이야?’ 라고 했더니 ‘내가 먹고 싶은게 아니라 하준이가 먹고 싶은 거거든?’이라고 말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면서도 ‘난 이제 완전히 을(乙)이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아내가 무엇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들어주지 않으면 ‘아휴 하준아! 아빠가 이것도 안해준다~’라고 협박(?)한다”며 행복한 고민을 털어 놨다.

의미 있는 번호 4023

카페 이름이 왜 ‘길아페’냐는 물음에 부부는 “길 앞에 있는 카페라 길아페”라고 웃으며 말했다. 카페 바로 윗층은 두 사람의 신혼집이다. 그래서 ‘집 아래’, ‘길 옆에’ 등을 고민하다 결국 ‘길아페’로 정했다고. 또 재밌는 점은 카페의 전화번호다.

“카페 전화번호 뒷자리가 0423인데, 4월 23일이 바로 저희가 처음 만난 날 이에요. 번호 하나까지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향기로운 커피와 맛있는 음식으로 삶의 소소한 행복을 전해드리고 싶어요.”

길아페는 다른 카페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 커피는 두 부부가 직접 고른 원두로 커피를 내려 향이 오랫동안 유지되며 리필도 가능하다. 커피를 시키면 다른 카페와 다르게 곶감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한편 다양한 음료와 함께 식사류도 마련돼 있다. 식사 주문 시 음료가 1000원 할인된다.

■위치 : 설악가든에서 성실전기 가는 길 맞은편 (대덕1로 15-20)

■문의 : 357-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