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형!
정말 오랜만에 찾는 고향, 그간 명절 때나 대소 행사 때 또 그립던 추억이 줄줄이 살아 숨쉬는 듯 가가 대소 대폿잔 기울이며 해마다 모이던 초등학교 동창회에서, 화살 맞은 사슴이 마지막 돌아보는 쪽은 낳아서 자란 언덕이라고 애틋한 고향사랑에 열을 올리던 Y형.
언필칭 향리에 U턴한지 이젠 언 4년여의 세월이 흘렀나 보오. 바늘 끝머리 한개 꽂을만한 땅 몇평일지라도 무상무욕의 생각으로 조상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옛날의 벗들과 어울려 농사 지으며 살겠다던 Y형. 나는 솔직한 심정으로 농촌을 잘 모르니 전원의 낭만만을 생각하던 포장된 모습이 아닐까 여겨졌어요.
지천명이라는 나이의 세월 동안 향리에서 양돈과 전답에 심신을 다바쳐 토종으로 살아온 사람으로 노후대책의 삶터로 찾아온 고향이구나 하고 그저 그런 생각말이오.
설상가상으로 작년 11월 이후 엄습한 환난이라는 거센 태풍 앞에서 Y형에 대한 연민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지금의 농촌현실을 어떻게 필 설로 다하겠소만 앞이 보이질 않습니다.
검정 광목팬티에 지렁이 고무신으로 보릿고개를 견디며 격동의 시대를 살아온 우리세대. 구시대의 막내이자 신세대의 맏형격으로 그간 고난의 세월을 비껴가는 듯 하더니 농촌에도 어김없이 먹구름이 비치니 하시는 가축사육, 밭곡식인들 얼마나 애로가 많으신가요?
물론 우리 몇몇이 겪는 고통은 아니겠습니다만 도심에서 직장생활 명퇴하고 귀향해서 강단지게 살아가는 형의 고향사랑! 일구월심 흙과 평생을 살아온 형제자매들 소위 이 땅의 씨앗들이 겪어야 할 역경을 어찌해야 하나 진솔한 고민이 많아요.
나무는 보고 숲을 보지 못한 어리석음처럼 한국인들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외국의 비아냥거림과 충고도 아랑곳 않고 거품을 확대·재생시킨 한줌도 안되는 소수 권력집단의 잘못된 국가경영이 해마다 수십만명씩 이농하게 하였고 2억평 이상의 농경지가 묵어 나자빠져 있는 게 현실이랍니다. 마음의 꽃이요, 미래였던 촌락의 초등학교가 폐교되어 잡초만 무성하외다. 최근 5년여 동안 1천5백여개가 문을 닫았다 하네요.
더욱 중요한 건 서너해 전까지만 해도 기본적으로 논밭 가꾸고 가축(소, 돼지) 기르면 애들 학자금은 조달했어요. 허나 이제는 자연과의 싸움에서 뛰어난 끈기와 지혜를 심어온 농촌의 현실도 암담하기만 합니다.
물론 국가기간산업의 정상회복이 급선무이겠지요. 그러나 뿌리없는 나무와 열매는 생각할 수 없지요.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이 땅에 잔뼈를 묻고 지켜야 할 농촌이 더이상의 충격과 좌절이 없어야 한다는 간절한 기원말입니다.
도심에서 급속히 번지는 비극적인 일들 모두 가치가 해체되고 자식은 물론 남편마저 상품이라는 교환가치형태로 강요되는 것이 오늘의 세태이니 사람값은 비싸고 돈 값은 싼 사회, 그야말로 사람다운 삶을 꾸려 나아갈 선진사회 속에서의 농촌이 진정한 우리의 소망이 아니겠나요.
Y형!
괜한 나의 넋두리가 비위를 상하게 하지는 않았나요. 귀향 4년여 동안 거칠어진 손길, 구릿빛 얼굴, 지금쯤 비닐하우스 속에서 땀을 비오듯 쏟고 있을 Y형. 아무런 걱정말고 사육짐승 폭염에 잘 간수하시고 예방접종 병치료에 언제나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가축들은 아무리 발전된 컴퓨터시대라도 사람의 손길이 가야 완전하지요.
이젠 향토사회 위해 작은 목소리라도 아끼지 마시고 언제나 제가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비오는 날 한가할 때 얼큰하게 대포 한잔 하십시다.
8월 어느 여름날에 부곡농장 고복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