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어시장이 지난달 31일 임시 개장했다. 우여곡절 끝에 어시장이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우려가 크다. 전통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어시장 재건축 사업이 상인과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효과를 낼 것인지, 아니면 세금 낭비만 불러올 것인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층 마트 입점 괜찮을까
지난해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당진어시장 재건축 사업에는 약 1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당초 지난 1월 준공할 예정이었으나 공사가 지연되면서 지난달 31일 임시 개장했다.
2층으로 지어진 당진어시장은 1층에는 수산물을 비롯한 상점이 입주하고, 2층에는 집객을 위한 마트가 계획돼 있다. 마트 입점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찬반이 엇갈린 가운데 여전히 마트 입점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른 지역의 활성화된 수산시장의 경우 대부분 1층에서는 활어를 판매하고 2층에서는 회를 먹을 수 있도록 회 센터가 조성돼 있다. 그러나 사업을 추진하는 당진시에서는 기존 상인들이 활어회 판매로 업종 전환을 희망하지 않는다며 회 센터 운영에 대해서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지역에 여러 대형마트와 하나로마트가 입주해 있고, 주차장이 어시장과 분리돼 있어 어시장 신축 건물에 마트 입점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당진전통시장 내 상인 A씨는 “어디서든 구매 가능한 공산품을 사러 대형마트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주차도 불편한 어시장 마트에 오겠느냐”며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서는 사람 냄새 나는 시장다운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십 년 일했는데 업종 변경하라고?
마트 입점과 함께 당진어시장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업종이다. 그동안 불러오던 대로 ‘어시장’이라고 이름 붙었지만 실상 당진어시장 내에는 비수산 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 30여 개의 점포 중 닭집과 분식집, 한복집, 방앗간, 과일가게, 제수용품 판매 상점에 미용실까지 수산과 전혀 관계없는 업종까지 들어와 ‘어시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다. 이들은 기존 어시장 자리에서 가게를 하던 이들로, 당진시는 이들에게 수산물 판매업으로 업종전환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수 십 년씩 해당 분야에서 일하던 이들이 갑자기 활어회 판매 등으로 업종을 변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당진어시장에서 비수산 업종 점포를 운영하는 상인 B씨는 “어시장 재건축과 관련해 비수산 업종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당진시는 업종전환을 강요했을 뿐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20~30년 간 같은 장사를 해오다 하루아침에 어떻게 다른 일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진어시장 인근의 다른 구역과 함께 정비하면서 수산업종과 점포 교환 등을 추진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현재로서는 당진어시장의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급한 배수로 공사 ‘걱정’
한편 임시 개장 직전까지 배수로 공사가 완공되지 않은데다 배수로 깊이가 충분치 않은 등 공사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1·2차에 걸쳐 진행된 배수로 공사가 잇따라 실패하고 임시개장을 닷새 앞두고 부랴부랴 3차 공사를 진행하면서 자칫 날림 공사로 인해 어시장 운영 중 또 다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당진어시장 관계자 C씨는 “배수로 깊이가 얕고 공사 기간이 충분치 않아 어시장 운영 중 문제가 발생 가능성이 크다”며 “더 큰 예산과 행정력이 낭비되기 전에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준비가 완벽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개장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시장
이밖에도 수족관 냉각기 설치에 따른 환풍·환기와 이로 인한 에너지 효율성 문제, 불필요한 정육용 냉장고 설치 문제, 무빙워크와 대형 승강기 설치 문제, 시장 입구 위치에 따른 개방형·폐쇄형 논란, 점포 자리 배치의 공정성 등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하고, 시민들이 원하는 시장인지, 어시장 재건축의 목적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의 성과주의와 편의주의에 따르는 것이 아닌, 일부 상인 몇몇의 목소리가 아닌, 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와 시민들, 특히 주부 입장에서 오고 싶은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들의 세금이 막대하게 투입된 어시장 재건축 사업이 예산만 낭비한 채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주장에 다시 귀를 기울일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