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53분. 눈은 계속 시계로 향했다. 지난 30일, 주민자치 활성화 대토론회를 시작한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토론은 시작되지 않았다. 총 두 시간으로 계획된 토론회 중 개회식에 50분 이상의 시간이 사용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충청남도 시장군수협의회장의 개회사, 주관한 당진시장의 환영사, 충남도지사와 국회의원, 당진시의회 의장의 축사 등 인사말에 대부분의 시간이 소요됐다.
개회사에서는 이 행사의 목적과 취지를 간단히 설명하는 것이고, 환영사는 참석한 사람들에게 환영의 인사를 전하면 된다. 축사 역시 행사 개최를 축하하는 인사를 건네면 되는데 대부분의 선출직 공직자들이 그러하듯 모두들 한결같이 말이 길었다. (인기 관리가 중요한 이들에게 장황한 연설은 별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 같지 않다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정작 토론에 대한 주제발표자 2명과 토론자 5명에게 주어진 시간은 1시간뿐이었다. 결국 예정된 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끝났으니 주제발표자에게는 각각 15~20분의 시간이 주어졌고, 토론자에게는 각각 10분 가량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토론에 나선 이들은 힐끔힐끔 시계를 쳐다보며 말할 시간을 조절했다. 그들은 준비한 것에 절반도 얘기하지 못한 것 같았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많이 준비했는데 시간이 없어서”, “간단하게”, “요약해서”라는 말들로 촉박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무엇보다도 주민자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던 주민들은 이들의 설명을 충분히 들을 수 없었다. 시간에 쫒기다 보니 주제에 대해 토론자들이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시간도 없었고, 청중과의 질의응답도 모두 생략됐다. 토론의 기본도 지켜지지 못하고 그냥 각자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난 것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 진행된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에 대한 정책토론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방문한 국회의원들을 소개하고 이들에게 한마디씩 듣느라 개회식만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람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 터져 나왔다. 이 뿐만 아니라 많은 행사에서도 이 같은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신나는 콘서트도, 재미있는 영화도 두 시간이 지나면 관객은 힘들어진다. 딱딱한 현안과 관련된 토론회는 더더욱 그렇다. 집중력이 떨어져 정작 중요한 얘기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시계만 바라볼 뿐이다. 처음엔 꽉 찼던 자리가 토론회 끝자락엔 텅텅 비어있었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결국 개회식만 보고 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사의 품격을 위해 의전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쯤 되면 문제가 심각하다. 중요한 얘기는 제대로 하지도, 듣지도 못할 뿐더러 대안을 찾지도, 궁금증을 해결하지도 못하는 토론회가 과연 무슨 실효성이 있겠는가. 본말이 전도된 이런 식의 의전은 시민과 청중을 소외시키고, 발언권을 가진 몇몇을 위한 행사가 되고 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