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반세기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경제성장을 기록하면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해 왔다. 그러나 경제발전이 전체국민의 복지를 자동적으로 보장하지는 못했으며, 오히려 경제발전의 성과를 올리기 위해 일부계층에게는 희생과 인내를 강요하는 반(反)복지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즉 분배보다는 성장에만 역점을 둔 경제개발정책으로 인해 계층 간·지역 간의 불평등 첨예해졌고, 물질중심적인 가치지향으로 말미암아 인간상실과 소외감의 문제를 야기했다. 그 후유증이 최근 각종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는 민주성보다는 능률성의 가치를 우위에 둔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도력과 행정력에 의해 모든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빈민·노인·부녀자·장애인·아동을 위한 공공복지사업들이 지방정부나 지역주민의 자발적인 참여, 지원에 관계없이 중앙정부의 일률적인 정책지침에 따라 시행돼 왔다. 이 때문에 특정 지역에 존재하는 사회복지기관들은 그 지역주민의 참여나 지지와는 무관하게 중앙정부의 방침을 그대로 실천하는 형식적인 역할만을 수행해 왔다. 따라서 지방정부의 사회복지 담당공무원들에게 전문적인 판단과 재량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방의 자치능력이 등한시되기는 민간사회복지기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방의 민간사회사업기관들은 지역주민의 특성과 욕구에 따라 설립되었다기보다는 중앙에 위치한 본부의 필요와 판단에 의해 설립된 경우가 보통이다. 따라서 그 기관의 조직·인사·재정·사업 등이 본부에 의해 결정되며, 지역주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그러나 지방화시대의 도래는 그동안 고도의 경제성장을 달성한 중앙집권적인 정치와 경제체제 그리고 그 가치관이 된 경제주의, 효율주의가 만들어 낸 사회가 점진적으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에 의한 새로운 지방분권적인 정치와 경제, 그리고 복지사회로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따라서 지방화시대는 정치·행정적 분권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적 분권을 통한 지역의 균형개발과 지역주민의 복지욕구에 예민하게 반응함으로써 사회복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지방자치제도를 통해 정치민주화와 복지국가를 동시에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사업법은 제4조 1항에서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진다”고 명시함으로써 사회복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있으며, 2항에서는 “국가, 지방자치단체와 기타 사회복지사업을 경영하는 자는 그 사업으로부터 혜택을 받을 자에 대해 필요한 상담, 작업치료, 직업훈련 등을 실시해야 한다”라고 명시해 종래 단순한 시설수용의 소극적인 사업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전문적 사회사업의 원리에 입각한 치료와 사회복귀를 위한 교육 등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도 사회복지 증진을 위한 책임이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현대산업사회의 다양하고 폭증하는 복지수요를 정부가 단독으로 공급하기란 역부족이다. 더구나 사회복지사업은 가급적 주민의 생활주변 가까운 곳에서 처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관점에서 볼 때 가능한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에서, 광역자치단체보다는 기초자치단체에서 수행해야 한다. 지역차원에서 민간과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여 정부와 민간이 역할을 분담하고 상호 유기적으로 협조하는 가운데 보다 효과적인 복지서비스의 제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25년이 되어가는 지금, 사회복지정책도 시대적 상황에 맞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