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와 당진시의회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당진시의회 예산결산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장화, 이하 예결위)는 당진시가 올린 2016년 예산안 중 무려 152억 원을 삭감했다. 2015년도 예산안 심의 당시 47억 원 가량 삭감된 것에 비해 3배 이상 삭감한 것으로, 일부 공직자들은 “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며 허망해 했고, 일각에서는 “(당진시에게) 일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95억7000만 원의 황해경제자유구역 해제 지역에 대한 주민지원사업 예산이 전액 삭감돼 주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은 물론, 크게 분노하고 있다.

시의회 “충남도·당진시 협약 못 지켜 삭감”

당진시의회 예결위는 지난 11일 제2차 예산결산위원회 심사 및 의결을 통해 2016년도 세입·세출 예산안을 확정했다.

심의 결과 당진시가 요청한 예산 중 152억7000여만 원을 삭감한 가운데, 당진시와 시의회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드러난 예가 아니겠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삭감된 예산 중 특히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주민 지원사업과 관련한 95억7000만 원의 예산이 전액 삭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014년,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개발이 지구 지정 7년 만에 무산된 이후,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받은 재산상 피해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충남도와 당진시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0억 원씩 6개 마을에 총 18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농로포장·상수도망 공급 등 주민숙원사업을 추진할 것을 주민들과 약속했다.

지난해 관련 예산을 처음으로 편성하면서 당진시의회는 충남도와 당진시가 주민숙원사업비를 반씩 지불하되(1:1 매칭사업), 여기에 사용되는 당진시 예산만큼 충남도가 다른 사업을 통해 보전하는 것을 전제로 관련 예산을 의결했다.

그러나 충남도와 당진시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당진시의회는 2016년도 관련 예산을 모두 삭감했다. 충남도에서는 이미 예산이 세워졌지만, 1:1 매칭사업이기 때문에 당진시에서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충남도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줄 수 없어, 사실상 황해경제자유구역 송악지구 주민지원사업은 전혀 추진할 수 없게 된다.

김홍장 시장은 지난 17일 의원들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다음 예산에 올해 충남도로부터 받지 못한 예산까지 모두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지만, 박장화 예결위원장은 “집행부(당진시)에 대한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졌다”며 “올해 받지 못한 예산을 내년에 어떻게 받을 것이냐”고 맞받아쳤다. 이어 “7056억 원의 예산 중 당진시 가용예산은 300억 원 뿐인데 그중 95억 원 이상을 송악읍에 투자하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걸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환 주민대책위원장은 “황해경제자유구역으로 묶여 지난 7년간 개발하지 못하고 소외돼 지역발전의 기회를 놓친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느냐”며 분노했다.

주민자치·간담회·국제교류 대폭 삭감

한편 안전행정과 관련 예산의 경우 33개 항목에 대해 12억5220만 원이 삭감됐다. 여기에는 김홍장 당진시장의 역점 사업인 주민자치 관련 예산이 대거 포함돼 있으며, 현안사업 추진 간담회, 체육행사 개선 협의 간담회, 지역인사와 간담회 등 각종 간담회를 위한 당진시장 업무추진비도 무더기로 삭감됐다.

안정행정과 관련 예산의 경우 주민자치협의회를 두고 당진시와 의회 간의 갈등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과 함께, 최근 조직개편 문제로 당진시와 의회의 갈등이 더욱 깊어진데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016년 당진시 조직개편안을 두고 시의회는 일부 과를 통폐합하는 대신, 2개의 팀을 신설해 달라고 당진시에 요청했다. 하지만 당진시가 2개 중 1개팀 신설에 대해 조직개편에 반영하지 않으면서 시와 의회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시 안전행정과는 시의회의 요청을 ‘권고사항’으로 받아들인 반면 당진시의회는 ‘합의했다’고 받아들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홍보정보담당관 관련 예산도, 주요 시정홍보 광고비, 당진 홍보영상 콘텐츠 제작, 시정홍보 방송광고 제작 송출 등 13개 항목에 대해 약 8억 원의 예산이 삭감됐다. 또한 기획예산담당관 국제교류 추진업무 추진 관련 예산(2억3600만 원)을 비롯해 총 3억800만 원의 예산이 삭감됐고, 문화관광과 예산 역시 역사인물 발굴·전통성년례의식 행사 지원·남이흥장군 연극제·전통놀이 재현 지원 등 전통문화와 관련한 예산안을 포함해 3억6200만 원의 예산이 삭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