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이 안 보이는 기윤(가명) 씨는 며칠 사이 머리가 수북하게 자랐다. 우체통엔 읽지 않은 편지들이 가득이다. 반면 냉장고는 텅텅 비었다. 하지만 눈이 안 보인다고 해서 머리를 손질하지 않고, 편지를 못 읽고 굶는 것이 아니다. 바로 당진시장애인이동지원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정미면 천의리에 거주하는 기윤 씨의 집 앞까지 차량이 도착했다. 당진 시내까지 가는 데 1000원이 조금 넘는다. 차량이 미용실에 도착했다. 내려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함께 동승한 직원들이 하차하는 것부터 미용실 안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도와준다. 또 이젠 시장까지 가 달라고 말한다. 설날을 맞아 장이 복잡함에도 기윤 씨는 큰 어려움 없다.
차량 직원이 도와주며 배달까지 직접 해준다. 전과 같았으면 사람들 어깨에 치이고 보이지 않는 눈 대신 손으로 더듬어 가며 장을 봐야 했다. 아니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구입하고 싶은 것들을 사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머리도 깔끔히 자르고 장도 봤으니 이제 센터로 향한다. 센터는 기윤 씨의 사랑방이다. 다른 시각장애인들과 탁구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종종 당진천을 따라 햇살을 쐬며 걷기도 한다. 물론 점심도 제공한다. 또 집에 쌓여있던 우편물을 가지고 오면 대신 읽어 주기도 한다.
곳곳 마을엔 경로당도 마을회관도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인 기윤 씨가 가기엔 문턱이 높다. 심리적인 문턱 때문이다. 혹여나 비장애인에게 실수하는 것은 아닐지, 자칫하다 부딪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걱정부터 앞선다. 그렇기에 시각장애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이 센터는 기윤 씨의 사랑방이자 쉼터다.
3 대 차량 지역 곳곳 누벼
당진시에는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등록된 장애인들을 위한 차량이 3대가 마련돼 있다. 주말을 제외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지난 한 해의 경우 1만3000여 건으로 한 달에 1000여 건의 이동을 했을 정도로 장애인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당진지역 안에서 움직일 경우 10km이내 1000원이며 5km 초과 시 500원이 추가된다. 지역 내 먼 동네의 경우에도 2000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움직일 수 있는 셈이다. 또한 단순히 이동만 하는 것이 아닌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곳까지 안내해 주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들은 이 차량을 보고 눈이라고 한다. 하지만 눈만이 아니다. 손과 발이 될 정도로 이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문의:1577-1436, 352-6681
회원 한마디
최미옥(고대 옥현리) : 차량이 집 앞에까지 와요. 그럼 시장에서 장도 보고 센터에 와서 탁구도 하죠. 지금 탁구 연습을 7년 째 다니고 있어요. 이 차량이 없었으면 어려웠을 거예요. 무엇보다 이곳에 오면 사람들과 웃고 떠들 수 있어서 좋아요.
이경자(시곡동) : 아들이 가끔 오긴 하지만 혼자 살고 있어서 우편을 읽지 못하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이렇게 센터에 와서 도움을 요청하죠. 차량이 없었으면 오지도 못했어요. 또 병원을 가거나 미용실을 들리거나 할 때 유용하게 차량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은욱(송악읍 봉교리) : 혼자서 시내에 나오면 위험 요소들이 많아요. 차들도 많아 사고날 위험이 많죠. 하지만 차량에는 동행 도우미가 있어서 안전해요. 그리고 택시는 목적지 인근에서 내려주는데, 차량은 목적지에 잘 도착할 수 있도록 도와요. 또 요금도 차이가 많죠.
[미니인터뷰] 임대원 센터장
“시각장애인부터 신장투석 환자까지 도움 돼”
“우리와 같은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는 일은 많이 어려워요. 특히 시각장애인들은 혹여 눈이 보이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실수하는 것은 아닐지 걱정이 앞서죠. 하지만 이 차량이 있어 센터를 올 수 있고 함께 어울릴 수 있기에 많은 도움이 돼요. 또 신장투석 환자들도 종종 이용하는 편입니다. 이들은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이용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이 차량 덕에 병원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