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아 부서진 집,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진 골목, 으슥한 거리….
불과 얼마전까지 기지시시장의 모습이다. 군데군데 밤늦은 시간에도 문을 연 식당은 있지만 혼자 걷기에는 음침했다. 하지만 이제 살랑살랑 봄바람과 함께 기지시리 동네에 봄이 찾아왔다. 낡은 벽에는 벚꽃잎 휘날리는 벚꽃나무가 생겼고 쓰레기봉투가 쌓여있던 전봇대에는 노랑나비가 앉았다. 줄다리기로 이름을 알린 기지시리답게 운영하지 않는 방앗간 앞에는 줄을 다리는 지역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한 달간 쉬지않고 벽화그리기 매진
기지시문화마을조성사업추진위원회(이하 기지시추진위, 회장 손종)가 다음 달 개최되는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 시기에 맞춰 기지시리를 문화마을로 조성하고자 소매를 걷어부쳤다. 지난 2일부터 벽화를 그리고 있는 기지시추진위는 오전 9시부터 저녁까지 벽화 그리기에 분주하다.
특히 벽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채우는 데는 인천·경기 출신 작가들의 모임인 아모르(리더 안미숙, 안스갤러리 운영)와 당진시자원봉사센터(센터장 김봉운)의 도움이 컸다. 손 회장은 “오래된 기지시리 가옥에 예쁜 그림을 더해 쾌적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선사하고 싶었다”며 “두 단체의 도움이 있었기에 기지시마을에 활력이 넘친다”고 말했다.
지난 19일에는 10여 명의 작가들과 24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했으며, 지난 25일에는 세한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벽화를 그리는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주민들 고맙다는 인사 전해…뿌듯
작가들과 봉사자들이 열심히 그림을 그리니, 마을의 분위기가 살아났다며 주민들은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우리집 앞을 이렇게 예쁘게, 아름답게 꾸며줘 감사할 따름이란다. 심지어 함께 나와 붓을 잡고 스케치가 돼 있는 벽에 색을 칠하는 주민들도 있다. 전문가처럼 꼼꼼하게 잘하지는 않지만 같은 마음으로 함께 뜻을 더했다.
한편 기지시마을추진위와 아모르 작가들, 자원봉사자들은 동참해주는 그 마음만으로도 보람을 느낀다. 지역민들조차 기지시리를 문화마을로 조성하는데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앞으로 다시 태어날 마을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하다고.
한층 밝아진 기지시마을의 모습에 어르신들과 주민들, 학생들 모두 희망을 보았다.
안미숙 작가는 “벽화를 그리고 있는데 어느 아이가 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화가가 되겠다고 말을 건넨다”며 “기지시마을의 변화를 보고 어르신들도 즐겁다고도 말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주민들이 알록달록한 벽화를 보면 저절로 마음이 밝아질 것”이라며 “밝고 희망적인 마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기지시마을추진위는 지난해부터 문화마을을 만드는데 여러 사업을 진행해왔다. 올해 벽화거리 조성사업 이외에 역사시설물 설치, 캐릭터 제작, 깃발 제작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기지시줄다리기 민속축제 기간에 기지시리 부녀회를 주축으로 옛 장터의 정겨운 마음을 담은 먹거리 장터를 열고 훈훈한 일상을 나눌 계획이다.
[인터뷰]
손종 기지시문화마을조성사업추진위원장
“벽화 보고 따뜻한 마음 갖게 되길”
“벽에 그려진 그림과 알록달록한 색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생길 것 같아요. 여러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지시문화마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또한 벽화거리에 항상 마련된 포토존도 그려 관광객과 지역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지역민분들이 동참해 주셔서 더욱 고맙고, 한 달 간 애써주고 있는 작가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안미숙 안스갤러리 대표·아모르 리더
“즐거운 마음으로 벽화 그려”
“작가들이 인천·경기 지역에서 당진으로 내려와 재능기부로 벽화를 그리고 있어요. 어떠한 누구도 불만을 갖거나 왜 해야 하냐는 반응은 전혀 없었죠. 고마울 따름입니다. 작가들이 개인전시를 앞두고도 내려와서 벽화를 그려주고 있어요.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예쁘게 꾸미고 있습니다.”
임평례 아모르 작가
“쉬어갈 수 있는 동네 됐으면”
“인천에서 당진까지 왔다갔다 하는데 힘든 점도 있어요. 하지만 기지시리와 저의 인연이라고 생각하니 힘들지 않아요. 특히 주말에 자주 와요. 기지시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이 오고가며 쉬어갈 수 있는 동네가 되길 바랍니다.”
이광묵 송악e편한세상 입주자대표회장
“재밌게 하면 힘들 것 없어”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이자 동네여서 동참하게 됐습니다. 문화마을을 만든다는 취지로 벽화거리를 조성해 열심히 벽화를 그려주시는데 주민들도 도와야 되지 않을까 해서 주말에도 나오게 되더라고요. 스스로 재밌게 일하니 힘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정솔·장예린 학생(호서중·16)
“내 그림을 보고 좋아했으면”
“미술을 배운 건 아니지만 봉사하고 싶어 기지시리를 찾았어요. 작가 선생님들이 알려주신대로 벽화를 꾸미고 있어요. 무엇보다 내가 그린 그림을 관광객들과 지역민들이 관심 있게 봐 줄 것이라 생각하니 뿌듯합니다. 또 친구들과 함께 하니 추억도 생기고 재밌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