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구름(가명)이는 커다란 눈망울에 까무잡잡한 얼굴을 한 남자 아이였다. 선생님 손에 이끌려 모래놀이실에 처음 들어 온 아이는 잔뜩 겁먹은 표정에 도전적인 눈빛으로 인사도 없이 나를 빤히 쳐다봤다. 전해들은 바로는 주 양육자에게 학대를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구름이는 또래 친구들에 대한 잦은 폭력과 욕설에, 한번 울면 잘 그치지 않는 고집이 있었다. 또 말도 잘 듣지 않아 오직 자신을 돌봐주는, 자신보다 힘이 세다고 생각하는 남자 선생님의 말만 듣는다고 한다.

민망할 정도의 경계의 눈빛으로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는 구름이에게 허리를 잔뜩 숙여 눈을 맞추며 간단히 내 소개를 했다. 그리고는 가만히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의 손이 살짝 축축하다. 녀석 긴장 했나보다. 다행히 싫다고 뿌리치지 않아 내친김에 모래놀이실 벽면을 따라 세워진 소품장에 놓여 있는 소품들을 보여 주며 설명을 했다. 소품장에는 모래놀이에 필요한 다양한 종류들이 있다. 사람과 집, 집안가구, 동물들, 바다 생물들, 곤충들, 공룡들, 풀, 나무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주변에 대부분의 모든 것들이 모형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것을 가지고 모래 상자 안에서 내담자는 그 자신이 만들고 싶은 상황과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구름이는 한참을 신기하듯 보더니 내게 말을 건넨다. 내심 내게 대한 경계심이 풀렸나 싶어 “어떤 음식을 제일 좋아하니?”라고 물으니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피자라고 말하며 선생님은 무엇을 좋아하냐고 되묻는다.

구름이는 모래 속에 조심스레 두 손을 넣으며 살살 모래를 만져 보기 시작했다. 어떤지 물으니 자신의 손놀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조금은 꺼칠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내 부드럽고 간지럽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자신의 놀이에 빠져 느낌을 쏟아 놓는 구름이는 그냥 천진난만한 7살짜리 아이였다.

모래놀이치료에서 모래상자는 내담자가 보호받는 공간이며 자유로운 공간이다. 여기에서 자유란, 내담자가 자신의 분노나 억압을 소품을 통해 상황을 만들어 나가며 표출하기도 하며, 자신이 원하고, 말하고 싶은 것을 모래상자에 만들어 가며 표출할 수 있는 자유다. 또한 보호는 노출로부터의 보호다. 벌이나 비난으로부터, 또는 판단 받는 것으로 부터의 보호, 평가 받는 것으로 부터의 보호이며. 비밀을 지켜 주는 것 등에 대한 보호 인 것이다.

구름이는 한참을 놀더니 불현 듯 작은 개미를 여러 마리 가져와 모래 속에 묻는다. 자신이 개미집을 만들었다며, 개미는 약해서 보호해줘야 된다며 소중하게 다룬다. 아마도 자신의 나약하고 작은 자아상을 표현 한 것 같다. 그 후로도 구름이는 몇 회기를 더 다양하지만 작은 곤충과 작은 동물 소품을 가지고 놀았다. 그러면서도 어느 날은 크게, 어느 날은 작게 라도 개미집을 빼놓지 않고 만들더니 언제부턴가는 더 이상 개미집을 만들지 않았다. 어느 날 내가 오늘은 개미가 어디 갔냐고 물으니 아주 가볍게 “아, 개미요! 이제 여기 없어요 하늘에 올라갔어요, 여기는 인간이 사는 집이에요!”라고 대답한다. 어느새 구름이 자아상이 작은 개미에서 점점 더 인간의 세계로 올라옴을 느끼며 기뻤다.

10회기 쯤 되었을 때다. 구름이는 자신의 꿈인 요리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요리를 한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구름이가 만든 보이지 않는 요리들을 열심히 먹으며 평가를 해야 했다. 50분이 지나고 서로에게 헤어지는 인사를 하며 돌아 서던 구름이가 다시 내게로 와 선물이라며 꽃을 건넸다. 나는 얼른 두 손을 내밀어 그 아이 손안에 보이지 않는 꽃을 받아들고는 감격해 고맙다고 말하니 구름이는 환하게 웃으며 방을 나섰다.

나는 앞으로 몇 회기 더 구름이를 만날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모래놀이를 통해 점차 단단해져 가는 자아와 의지로 자신의 상처도 극복할 수 있는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