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창조경제혁신센터장 및 지원기업 대표단 간담회’를 가진 후 재계 총수 7인을 따로 만나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기금 출연을 독려했다. 당시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횡령 혐의로 수감 중이었던 최 회장을 대신해 박 대통령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 만남 이후 한 달 뒤 최 회장은 광복절 특사로 출소했다. 최 회장 출소 후 SK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각각 설립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총합 111억원을 지원했다. 이어 최 회장은 지난 2월 박 대통령과 독대했다.

돈은 낸 만큼 값어치를 하고 있는 것인가. SK그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거액의 기금은 우리 당진지역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듯하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가 남아돌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배출의 주범으로 밝혀져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SK석탄화력발전소 당진에코파워에 대한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예정대로 내주겠다고 고집 부리고 있다. 이러니 기업들이 권력자들의 돈 요구에 기다렸다는 듯이 지갑을 벌리지 않을 수 없다.

당진시 송전선로 석탄화력 범시민대책위원회는 올 7월 서울 광화문에서 일주일 간의 단식농성을 벌인 이후 산업통상자원부에 지속적으로 당진에코파워의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 불허를 요구해왔다. 그 때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미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데다 전기사업 허가가 나간 상태이기 때문에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을 내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의 논리대로라면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절차는 굳이 필요하지도 않은 요식행위에 불과한 셈이다.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전기사업 허가가 나간 상태에서 무조건 승인할 수밖에 없다면 전원개발실시계획 승인이라는 절차는 왜 필요한 것인가.

전원개발촉진법 제5조 3항 6호에 의하면 전원개발사업자가 수립해야 하는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에는 국토자연환경 보전에 관한 사항이 명시돼 있다. 승인권자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석탄화력발전소 신설이 국토자연환경 보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사업자가 수립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이미 올 초 감사원 감사보고서와 전국을 뒤흔든 미세먼지 파동에서 부실한 보고서였음이 밝혀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 이유로 든 전기부족도 이제는 통하지 않는 논리다. 지금은 전기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아돈다. 올 여름, 폭염이 지속돼 전력수요가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지만 LNG(액화천연가스)를 연료로 발전하는 민간발전소의 가동률은 40%대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당진에 위치한 GS-EPS의 LNG복합화력의 1~9월 평균 가동률은 1호기 44%, 2호기 6%, 3호기 61%에 불과했다. 다른 LNG 발전사들도 비슷한 사정이라서 ‘망할 지경’이라며 아우성치기에 이르렀다. 2011년 9월 순환정전 이후 신규 석탄화력이 대거 건설된 데다 현재도 건설 중인 발전소가 하나, 둘 완공돼 가동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면 정부가 지금 이 상황에서 당진에코파워 석탄화력 건설을 강행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굳이 이유를 찾으라고 한다면 SK그룹이 최순실의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111억원이 드디어 빛을 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기업이 뒷돈을 대고 정부가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굴러가야 한단 말인가.

광장에 모인 위대한 촛불의 힘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가결을 성사시켰다. 촛불의 힘으로 부정한 권력을 심판했듯이 지금 당진시민은 몇몇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석탄화력 건설에 대해 다시 한번 심판의 날을 세워야 한다. 이제는 석탄화력을 탄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