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남 / 당진장로교회

힘의 폭력

날치기 처리된 노동법ㆍ안기부법 철회되어야

성탄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96년 12월 26일 새벽 안기부법과 노동법이 국회에서 신한국당 단독으로 날치기 처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문민정부가 옛날 군사독재시절로 회귀하는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안기부법과 노동법은 우리사회에서 매우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법안으로 신중히 다뤄야 할 법을 힘의 우위와 다수의 논리라는 미명아래 기습 날치기로 통과시킨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개정하기 위하여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과정이나 절차를 밟지 아니하고 국회에서의 합의과정을 반영하려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힘의 논리로 통과시킨 안기부법의 불고지죄와 고무찬양에 대한 수사권부여는 과거에 그에 의해 수많은 무고한 시민과 학생들이 희생되거나 투옥되어 고문과 고초를 받은 악몽을 되살아나게 하는 것으로, 김대통령이 스스로 안기부 공작정치의 최대 희생자임을 공언하였음에도 안기부법을 개정한지 채 3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안기부법을 개악하여 군사독재시절로 회귀하려는 것은 또다시 이 땅에 공작정치의 악령을 되살리려는 것임에 다름 아니라 사랑의 자유와 국민의 정신적 삶을 황폐하게 하는 안기부법은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폐지되어야 한다.

노동법의 통과로 외국으로부터 노동후진국이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국가경제가 위기에 놓여 온통 난리가 나고 있는 것처럼 전해지고 있다. 경제가 되살아나고 수출이 잘되어 나라가 경제대국이 되는 것을 싫어하는 국민은 없다. 그렇다고 노동법을 날치기라도 해서 통과만 시키면 되는 문제인가?

진정으로 정부가 경제위기를 구하기 위한 구국적인 결단을 내리고 싶다면 정책개발과 함께 묵묵히 일하는 절대다수인 노동자의 입장을 이해하여야 한다. 고도성장 속에서도 기술투자에는 등한시한 기업에는 책임이 없는지, 정권에 유착하여 쉽게 돈버는 일에만 집착하고 부동산 투기에만 열을 올린 기업에만 일방적으로 손을 들어주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맡은바 일을 묵묵히 해가는 노동자에게는 고통을 감수하라는 말은 설득력이 없다.

노사관계는 경제정의가 실현되어 경영자와 노동자가 서로 신뢰하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의 공동체가 되어야 정상화 될 것이다. 빈부의 격차가 커지면 불행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있는 자가 절제하여야 하며, 있는 자가 물질의 폭력으로 가는 사회를 거부해야 한다. 힘의 논리가 아닌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군사독재 정권시절 날치기통과와 공권력으로 작전을 구사하듯 노동자를 폭압적으로 구속수감하는 것을 보면서 군사정권의 종식을 위해 기도하며 투쟁해오지 아니 하였던가. 그 결과 우리는 문민정부를 탄생시켰다. 그런데 그 정부로부터 5공ㆍ6공과 똑같은 방법으로 당하고 있으니 허탈감에 빠지며 배신감을 감출 수 없다.

날치기법을 철회하지 아니하면 불복종운동으로 퍼져갈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87년 6월 항쟁이후 가장 큰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온나라를 뒤덮을 것이다. 언제까지 악순환이 계속되어야 하는가. 집권당의 총재인 대통령이 이번 문제를 풀어야 한다. 검찰의 강경대응을 유보한 것은 잘한 일이다. 강경대응에는 강경투쟁만이 있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자 생활의 불안을 조장하는 노동악법을 즉각 폐지하여 노동자가 노동현장으로 돌아가게 하여야 한다. 또다시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민족의 대화합의 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민족이며 한겨레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공포된 노동악법 안기부법을 포함한 모든 악법을 철폐하여 이 나라 노동자와 국민이 평등과 자유와 정의속에 21세기의 새조국을 맞이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