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이 되어서 뭍에서 살기 전까지는 경남 남해안의 섬에서만 살았습니다. 그중에서 다섯 살 무렵에 살았던 두 번째 섬은 다른 두 곳의 섬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크기가 작았는데 전국지도는 물론이고 경남의 지도에도 잘 나오지 않을 정도로 작았습니다. 가구 수는 우리 집을 포함해서 달랑 두 가구였습니다.
그 섬에 살았던 사람 수는 10여 명 정도밖에 되질 않았습니다. 섬이 작다 보니 전기는 당연히 들어오지 않았고, 가끔 식수도 모자라서 이웃한 큰 섬에서 커다란 통에 물을 실어오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1970년대, 크기도 작고 거주하는 사람도 적었던 그 섬에 학교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최근 충남교육청은 충남 보령시의 작은 섬 녹도의 분교가 2006년 학생 수 감소로 폐쇄된 이후 10년 만에 순회교육 학습장 형식으로 다시 열기로 했다고 합니다. 녹도의 주민들은 마을잔치를 열어 10년 만에 재개된 마을에서의 공교육을 환영했다고 합니다. 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세상 모든 것이 효율성과 경제성만을 따지는 세태에 보기 드문 풍경이라 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대전의 변두리 학교인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는 전교생이 22명에 불과한 소규모 학교입니다. 지난 연말 대전교육청은 학생 수가 적어서 두 학년씩 같이 수업을 진행하고, 조리실이 따로 없어 급식도 본교에서 가져다 먹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길헌분교를 폐쇄하고 본교와의 통합을 추진했습니다. 하지만 길헌분교 학부모 18명 전원은 대전교육청이 통폐합 기준인 학부모 75% 이상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폐합을 추진한다면서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한 명의 학생을 위해 10년 만에 폐교를 되살린 충남교육청과 학생, 학부모 모두가 반대하지만 22명의 학생을 강제로 본교와 통폐합하려고 한 대전교육청의 정책추진은 많이 다릅니다. 몇 달여 사이에 공교롭게도 이웃한 두 교육청에서 소규모 학교에 대해서 전혀 상반된 모습이 나온 것이라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1970년대와 40년이 훌쩍 지나버린 현재를 비교해보면 각종 경제발전 수치에서 대한민국은 비약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커진 빈부 격차와 소득 격차, 그리고 도농 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실질적 차이는 발전의 과실을 어떤 특정세력과 지역만이 가져간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31조는 교육권에 대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민은 자녀에게 의무교육을 받게 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자녀가 의무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민의 의무라면 국민이 어디에 거주하고 있더라도 교육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충남교육청은 재정적 어려움과 효율성 보다는 한 학생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행정이 평등한 교육의 출발선이라며 어려운 논의 끝에 녹도에도 학습장을 여는 결정을 내렸다고 합니다. 한 명의 초등학교 입학생을 위해 10년 만에 학습장을 연 충남교육청의 결정이 22명의 초등학생과 그 학부모 모두가 반대하는데도 폐교를 추진한 대전교육청의 교육행정보다 훨씬 인권적이고 헌법 가치에 충실한 교육행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