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조례, 인권위원회, 인권기본계획, 충남도민 인권선언, 인권센터 등은 최근 몇 년 사이 충청남도 행정업무에서 새로 생겨난 용어들로 2012년 이전에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단어들이다.
첫 시작은 2012년 5월 제정된 ‘충남도민 인권증진에 관한 조례(이하 충남인권조례)’였다. 충남인권조례는 전국 광역 지자체 중에서는 비교적 빠른 다섯 번째로 제정되었는데 제정 당시에는 조례내용이 다소 부실해 보인다는 평가였지만 최근에 보다 풍부하고 구체적인 조항들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충남인권조례의 제정과 함께 구성된 인권위원회는 올 11월초 18차 회의를 앞두고 있는데 이는 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위원회가 개점휴업하고 있는 상황에서 충청남도의 각종 위원회 활동 중에서도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행정부 소속으로 인권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과 강원 등과는 달리 충청남도에서는 민간위탁으로 인권센터를 설치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독립적인 조사, 권고 기능 수행과 도민과 공무원들 대상의 인권교육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한다.
충청남도보다 앞서 지자체 차원에서 인권행정을 펼쳤다고 평가받는 광주광역시나 서울특별시는 광역시 차원에서 인권정책을 펼친 반면 충청남도는 광역도 차원에서 처음으로 인권기본계획을 만들고 인권선언을 제정했다.
더구나 비슷한 시기에 인권조례를 제정하고도 이제야 인권기본계획을 추진 중인 이웃 대전시의 지지부진한 상황을 비교해 볼 때도 충남의 인권행정 추진상황은 대단한 수준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충청남도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진행상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두고 몇 가지 지점에 대해서는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광역시와는 달리 넓은 지역과 많은 기초자치단체를 포함하고 있는 광역도가 가진 어려운 점이긴 하겠지만 도의 인권정책과 추진이 16개 시·군에 골고루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인권기본계획 작성을 위한 여러 조사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관과 인구가 많은 천안, 아산과 홍성지역에 집중되었던 것에서도 인권정책의 균형적인 집행에 대한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지역인권제도가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시민사회의 성장이 필수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권개념 자체가 가진 진보성과 불가침성을 고려해 볼 때 지역인권 성장의 한 축을 독립적인 시민사회가 담당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위해서는 충청남도의 시민사회가 성장하고 활동 폭을 넓혀야 하는데 특히 작은 지역일수록 인권단체의 활동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인권과 관련된 시민단체의 성장은 충청남도의 시민사회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염려되는 지점은 현실과 연결되지 않고 제도로서 맴도는 지역 인권정책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호로서 이론으로 포장되는 인권은 그 자체로 훌륭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부딪히는 인권현실은 냉혹하거나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충청남도 인권선언문을 제정하는 기간 중에 충남도 소속의 계약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일이 벌어지거나 시·군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환경을 파괴하는 난개발로 고통 받는 주민들에게 충남도가 벌이는 ‘인권행정’은 사실 체감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충남인권조례제정으로부터 3년이 넘은 시점에서 충청남도는 인권의 제도화 자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이제 그 제도화의 열매를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 자기의 것으로 수확할 수 있어야 한다.
잘 다져진 인권제도화의 바탕 위에서 진정한 ‘인권 충남’으로 변화하는 것은 정작 이제부터 충청남도와 시민사회 모두에게 놓여있는 과제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