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금요일. 바람이 심하게 불고 궂은 비가 흩뿌린 이날 대산 석유화학공단을 지척에 두고 있는 석문면 초락2리에는 정체모를 시커먼 이물질이 날아들었다. 깨끗하게 세차되어있던 흰색 승용차가 금새 이 이물질로 더러워졌다. 축축히 젖어 있던 버스정류장의 의자도 이물질로 뒤덮여 있었다. 비가 오고 있었으니 땅에서 피어오른 흙먼지는 분명 아니었다. 마치 연탄가루처럼 입자도 비교적 굵고 까칠까칠했다.

주민들은 발끈했다. 분명 대산공단의 오염물질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것이 대산공단쪽에서 시커먼 매연이 분출되는 현상을 이곳 주민들은 수차례 목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봄철이 되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시커먼 매연은 곧장 이 마을의 하늘을 뒤덮곤 했었다. 비단 매연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밤이면 수십미터를 치솟는 공장의 불기둥이 가히 위협적이었다. 가스냄새 같은 것이 풍겨올 때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주부들은 가정용 LPG가스가 새고 있는 줄로 착각하고 허둥지둥 집안을 둘러보곤 했다.

어쨌든 이날 날아든 이물질로 주민들은 그동안 내심 걱정해왔던 공해가 현실로 나타난 것이라며 불안해했다.

시커먼 이것을 도대체 얼마동안이나 마시고 살아왔나 생각하니 분노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이날 주민들을 더 분노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바로 주민들의 신고로 현장에 나온 담당공무원의 고압적이고 무성의한 태도였다.

이물질의 출처가 어디인지, 유해물질은 아닌지 답답하던 차에 이것저것 다그치던 주민들을 향해 그 공무원은 짜증섞인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것을 알면 이제껏 말단으로 있겠느냐’고 그리고 단 한장의 사진도, 시료를 채취하는 등의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는 것이다.

당장의 대책은 아니더라도 관심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했던 주민들은 ‘가뜩이나 바쁜데 일거리 하나 더 생겼다’는 식의 공무원의 무심한 태도를 접하고 당황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도대체 어디에다 호소를 하라는 겁니까? 공장에 찾아가면 자기네가 배출한 것이 아니라고 잡아뗄테고 행정기관에 가면 모르겠다 하고...”

난데없이 공무원과 언성만 높였다는 한 주민은 “돈버는데만 눈이 멀어 환경은 생각지도 않는 기업주나, 주민들의 생존차원의 문제를 귀찮은 일거리 정도로나 취급하는 공무원이나 모두 한통속 아니냐”고 몰아부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