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득탐승(不得貪勝)은 당나라의 바둑 고수 왕적신(王積薪)이 정리했다고 전해지는 열 가지 바둑전략 ‘위기십결(圍棋十訣)’의 첫 번째 나오는 항목이다. 이는 ‘승리를 탐(貪)하지 말라’는 말이다.

바둑은 승리를 다투는 게임임으로 이기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이 될 수 도 있다. 그러나 너무 목적에만 집착하면 오히려 바둑을 그르칠 수 있다. 이기려는 마음이 지나치게 강하면 욕심에 눈이 멀어 정확한 수를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바둑에서 최선의 마음가짐은 ‘평정심(平靜心)’이다. 평정심의 대가이자 돌부처로 이름난 이창호 9단은 2011년 출간한 자서전 제목을 ‘부득탐승’이라 썼다. 하지만 사람인만큼 이겨야하는 승부에서 승리를 탐하지 않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인생의 목표를 향해 달리다 보면 결과에 치우쳐 과정을 소홀히 하기 쉬운 것처럼 말이다.

그만큼 어려운 득도(得道)의 경지라 할 수 있다.

2017년 12월10일 서산 해미중학교에서 충남교육감배 바둑대회가 열렸다. 필자는 초등학교에서 방과 후에 200여 명의 학생들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1학년에서 3학년까지는 많은 학생들이 바둑반에 들어오지만 6학년이 바둑을 배우러 오는 경우는 드물다. 특히 여학생인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런데 6학년에 딱 한 명이 들어온 것이다.

바둑을 전에 배운 것도 아니고 실력이 출중한 것이 아닌데 수업에 임하는 태도가 매우 진지하고 성실하게 바둑을 배우는 것이 아닌가. 가르쳐주는 대로 잘 따르고 누구와 대국을 하게 해도 불만이 없었다. 어떤 아이들은 바둑을 두다가 지면 울거나  바둑판을 엎으며 화를 내기도한다. 그러나 이 학생은 전혀 다른 것이 아닌가. 지고이기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처럼 바둑에 임하는 자세가 사뭇 남다르다.

실력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충청남도 교육감배 바둑대회에 나가는 것을 권했더니 순순히 가겠다고 한다. 유치원 혹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을 다니며 바둑을 배우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6학년이 되어 방과 후에 겨우 일주일에 한 시간씩 배운 실력으로 과연 경쟁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가겠다는 제자에게 크게 지면 실망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하였다.

대회 당일 현장에 도착해 대진표를 보니 이게 웬일인가. 6학년 여학생 출전자가 딱 2명이다. 이기면 우승, 지면 준우승이다. 교육감배는 다른 대회와 다르게 남녀가 나뉘어 경기를 한다. 두 명의 추가 접수자가 생겨 4명이 대결을 하였다. 3전 전패(全敗)를 했다. 그러나 공동3위가 되어 수상자가 된 것이다. 덕분에 당진시는 우승 두 명, 3위 세 명, 장려상 열두 명을 배출해 충남에서 천안시 서산시 다음으로 종합점수에서 3위를 차지하였다.

축하의 인사를 건네자 한 판도 못 이겼는데 상을 받게 됐다며 쑥스러워한다. 그러나 밝게 웃는 모습에서 나의 염려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바둑을 두면서 얻는 다섯가지의 이득을 기도오득(棋道五得)이라 하는데, 득호우(得好友)는 좋은 친구를 얻고, 득인화(得人和)는 사람과의 화목함을 얻고, 득교훈(得敎訓)은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가르치고, 득심오(得心悟)는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득천수(得天壽)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한다는 말이다.

즉 바둑은 이기는 것만이 궁극적(窮極的)인 목적(目的)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한 번 배운 대로 성실하게 실천에 옮기고 바둑의 승패(勝敗)를 떠나 바둑을 즐길 줄 알고 바둑에 임하는 제자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