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가난, 홀가분한 삶
법정스님
산에는 꽃이 피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자연은 모든 생명의 원천이고 사람이 기댈 영원한 품이다. 또 자연은 잘못된 현대문명의 유일한 해독제이다. 하늘과 구름, 별과 이슬과 바람, 흙과 강물, 햇살과 나무, 나무와 짐승과 새들, 길섶에 피어있는 하잘것 없는 풀꽃이라도 그것은 우주적인 생명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건성으로 보지 말고 유심히 바라보라. 그러면 거기에서 자연이 지니고 있는, 생명이 지니고 있는 신비성과 아름다움을 캐낼 수 있다.
내가 잘 아는 스님이 머무는 방에 가 보면 방석 하나 달랑 있고 죽비 있고 한쪽 구석에 찬그릇 정도 뿐이다. 그런 걸 볼 때마다 얼마나 넉넉한지 모른다. 그 방을 거쳐서 나오기만 해도 내 안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일어나는 것 같다. 맑은 가난은 인간의 고귀한 덕이다.
과잉소비와 포식사회가 인간을 병들게 한다. 우리는 얼마나 소비를 많이 하는가. 사실 소비자라는 말은 인간을 모독하는 말이다. 소비자란 말은 쓰레기를 만드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것은 인간성을 모독하는 말이다.
무소유란 아무 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연의 도리를 삶의 원리로 삼아야 한다. 우리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본문 中에서)
류시화 엮음 / 동쪽나라 펴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