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와 당진시의 예산 4000만 원을 지원받은 ‘전통춤 脈(맥)’ 공연이 과다한 예산지출로 ‘혈세낭비’ 의혹을 받고 있다. 사업계획부터 정산까지 제대로 관리·감독 되지 않은 것은 물론, 예산을 집행한 무용단 측의 해명 또한 업체 측에 직접 확인한 바와는 달라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업계획 부실해도 예산 지원

한국무용지도자협회 당진지부(지부장 한천희)가 주최하고, 한천희松전통무용단이 주관한 이 공연은 지난해 10월 심훈상록문화제 당시 약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 공연은 도비 2000만 원과 시비 2000만 원이 투입된 행사로, 자부담은 10만 원(전체 예산의 0.25%)에 불과하다. 해당 공연에서는 △아리랑 △예기무 △향발 △겹채장고춤 △태평무 △여인의향(즉흥무) △삼고무 등 7개의 공연이 이뤄졌다.

본지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계획에는 태평무 10명, 진도북 10명, 향발 10명, 소고 10명, 삼고무 5명, 즉흥무 5명 등 50명에게 각각 25만 원의 출연료가 책정돼 있다. 그러나 의상대여비는 40벌, 분장비는 45명을 기준으로 계상돼 출연자 인원수 조차 맞지 않는 사업계획서를 올렸다.

또한 삼고무에 쓰이는 북 대여비는 10만 원씩 19개를 빌릴 예정이라고 했지만, 계획대로 5명이 삼고무를 공연할 경우에는 11개의 북만 필요하다. 공연 계획과 맞지 않는 북 개수가 대여비로 책정돼 있음에도 사업은 그대로 통과됐다.

음악편집업체가 팜플렛 기획?

이렇게 허술하게 짜여진 사업계획에도 불구하고 해당 공연은 도비와 시비 총 4000만 원을 지원받아 지난해 10월 13일 공연이 이뤄졌다. 하지만 공연 이후 정산에도 다수의 문제점이 발견됐다.

당진시가 공개한 사업비 집행내역에 따르면 음악편집료로 100만 원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해당 음악편집업체에 직접 전화해 문의한 결과, 1곡(8분짜리 음악을 7분으로 편집할 경우) 3만 원에 불과하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공연전문가들 또한 음악편집의 경우 통상적으로 1곡당 3~5만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고 밝힌 만큼, 예산대로라면 최소한 20곡 이상의 음악을 편집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공연에서는 악사비로 200만 원이 따로 집행됐다.

공연을 총괄한 한천희 씨에 따르면 5명의 악사가 이 공연에 투입됐고, 총 7개의 공연 중 3공연에서 라이브 국악연주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불과 4개 공연에 쓰인 음악편집료에 100만 원을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천희 씨는 “해당 음악편집업체 측에서 팜플렛 기획 등을 도와줘 그 비용까지 포함해 100만 원을 입금시킨 것 같다”며 “공연할 때 너무 정신이 없어 기획사에 다 맡겨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기획사에 집행된 예산 1270만 원에는 팜플렛 제작비용 400만 원이 포함돼 있다. 한 씨는 “팜플렛 기획은 음악편집업체에서 진행하고, 기획사를 통한 제작비용은 인쇄비만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업체 “삼고무 대여하지 않는다”

한편 삼고무 북 대여비 또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집행 내역에서는 악기대여비로 270만 원이 사용된 가운데, 기자가 취재를 위해 지난달 26일 한천희 씨의 무용학원을 방문했을 당시 지난해 대여한 삼고무 북이 아직도 반납되지 않은 채 학원에 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한천희 씨는 “2017년 공연 당시에도 북을 빌렸는데 공연이 끝난 이후 북을 반납하면서 포장부터 배송까지 너무 힘들었다”며 “앞으로 계속 연습과 공연을 해야 하기 때문에 2018년도 공연을 위해 대여한 북을 구입해야겠다 생각하고 있어 반납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후원자가 나타나면 북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해당 국악사에 문의한 결과 업체에서는 “북을 빌려주지는 않는다”며 “구매할 경우에는 북의 크기에 따라 27~29만 원”이라고 말했다. 북대여비 270만 원이 ‘대여비’가 아닌 구입비용으로 쓰인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항목이다.

팜플렛 명단과 실제공연자수 달라

이밖에 외부에서 황순임공연단과 강현옥공연단을 초빙해 각각 300만 원의 출연료를 지불하고 공연을 함께 했다. 입금내역에는 무용단에 보낸 출연료 600만원 이외에, 개인출연자 13명에게도 25~50만 원의 출연료가 입금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황순임공연단 및 강현옥공연단 단원도 일부 포함돼 있어 출연료 이중입금 의혹도 제기됐다.

한천희 씨에 따르면 이번 공연에서 한천희松무용단에서는 9명이 출연했다. 그러나 나머지 4명은 한천희松무용단 소속이 아닌 황순임무용단과 강현옥무용단에 소속된 단원들로, 한 씨는 “기존에 계획된 춤 이외에 다른 춤도 함께 공연해 고마워서 따로 입금한 것”이라며 “황순임·강현옥무용단 차원에서 출연비를 지급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팜플렛에 기입된 출연자 명단과 실제 공연 당시 출연한 인원이 다른 것도 확인됐다. 당진시를 통해 입수한 공연영상 자료에 의하면 예기무의 경우에는 팜플렛에는 10명이 출연키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5명만 출연했으며, 장고춤은 9명이 명시돼 있는 반면 실제로는 5명만 출연했다.

또한 태평무는 14명이 출연하는 것으로 팜플렛에 기입돼 있는 것과 달리 실제 공연에는 10명만 출연했고, 여인의향(즉흥무)은 7명이 출연키로 했지만 실제로는 4명이 공연했다. 삼고무 역시 9명이 예정돼 있는 것과는 달리 실제공연에서는 7명이 출연해 ‘출연진 뻥튀기’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천희 씨는 “공연이 임박해 출연을 하지 못하겠다는 단원들이 있었다”며 “팜플렛과 실제공연이 똑같이 진행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예산 사용, 허술한 관리

공연인원 뿐만 아니라 영상을 분석해보면 출연진의 잦은 실수 등 공연실력 또한 문제가 되고 있어 막대한 예산을 들여야 하는 공연인지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천희 씨는 “한국무용 2~3급 자격증을 취득한 실력 있는 단원들로 구성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유튜브 등을 통해 타 공연과 비교해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계획부터 공연, 그리고 예산집행 및 정산까지 다수의 허점이 드러난 가운데, 공연을 주최·주관한 무용단 측의 무분별한 예산 사용은 물론이고, 예산을 지원하고 관리·감독하는 행정의 허술한 관리 또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산내역을 제대로 확인하고,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예산에 대해서는 환수 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