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 정 호 /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 고통받는 땅 대산, 그리고 서산 -

대산이 죽어간다

어린 초등학생들의 만성질병을 어쩔 것인가

대산주민 80% ‘피해’인정, 60%가 ‘이주’방법 제시해

갯마을이 생명없는 땅으로!

서산에서 대산공단을 위해 새로 확장한 도로를 따라 약 40분쯤을 달리면 대중교역의 전초기지로 만들어진 대산공단의 위용이 드러난다.

맨 먼저 삼길포 대호방조제 옆에 세워진 현대정유(구.극동정유)가 눈에 들어오고, 명지삼거리에서 조금만 더 달리면 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이 더 이상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울산과 전남 여천에 이어 3대 석유화학공단인 ‘대산공단’의 위용은 처음 와 보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대산공단은 바로 3사(三社)을 일컬어 부르는 말이다. 반 이상을 바다를 매립해 조성한 이 공단의 면적은 약 3백만평, 3사만을 위한 규모 치고는 엄청나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저주의 대상이 된 지 오래이다.

조개를 줍고 밭을 일구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 아름답고 평화로왔던 갯마을이 하루종일 공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굴뚝의 희뿌연 매연으로 뒤덮인 것은 정부의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6~2001)에 따라 대산공단이 조성되면서 시작되었다.

89년 현대정유(구.극동정유)의 원유정제시설이 가동되면서 본격적인 공단기능을 갖게 된 대산공단의 공장부지 면적은 총 3백여만평에 이르고 있으며, 95년 매출액이 약 2조2천억원을 넘는, 3사가 말하는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출의 전초기지’로 손색이 없다.

대산은 예로부터 뱅어와 꽃게로 이름난 곳이었다. 삼길포에서 뱅어가 한창 잡힐 때면 뱅어회를 먹기 위해 외지에서 몰려오는 사람들로 조그마한 포구는 인산인해를 이루었고, 꽃게는 인근 태안군 안흥 꽃게와 더불어 명물이었다.

뱅어포... 다 커야 고작 한치쯤 되는, 맑고 투명하며 생김새는 멸치 사촌쯤 되는 실치를 재래식 김발에 얇게 떠서 바람 잘 타고 햇빛 잘 드는 곳에 바짝 말렸다가 양념장을 만들어 살짝 구워내어 아이들 도시락 반찬이며 어른 술안주 감으로 내놓았던 건어물. 그 완전 무공해 단백질 식품의 주산지가 바로 대산이었다. 한때는 전국 생산량의 30%까지 잡아올렸으니 주민의 주소득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4월 중순부터 5월 하순까지 잡던 실치를 어민들은 즉석에서 초장을 만들어 ‘실치 물회’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 맛 또한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별미였다.

그러나 공단이 가동을 시작한 89년 이후 뱅어와 꽃게는 눈을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다는 것이 현지 주민의 말이다.

꽃게만 잡히지 않는 것이 아니다. 고추도 깨도 수확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으며, 감도 대추도 열리지 않고 있다. 짐승도 불임이 되기 일쑤고, 어린 아이들은 피부병을 호소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어느 방송국은 ‘고통받는 땅’으로 대산의 이름을 대신했다. 대산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여천공단내 낙포리 마을 1,200여 주민은 공장 가동후 5년만에, 온산공단 지역주민 1만여명도 7년만에 공해에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정든 고향을 떠나야 했던 것처럼 대산주민들의 운명도 공해에 신음하다가 결국 고향을 등져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요즘 대산주민과 서산시민을 더욱 분노하게 하는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갯벌이 넓게 발달된 황금산 옆에 현대제철이 입주한다는 소문이 일고 있으며, 서산시 성연면에는 현대우주항공이, 지곡면에는 현대정공이, 고북면에는 현대강관이, 오산동에는 현대우주항공 제2공장, 부석면 천수만 매립지는 공단용지로 용도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대산은 여천으로, 서산시는 울산시처럼 공해지역으로 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한 우려만은 아닐 것이다.

환경시설에 2천억 투자한 대산

2천억원 이상을 환경시설에 투자했다는, 방지시설에 있어서는 다른 석유화학공단에 비해 비교적 잘되어 있다는 대산공단이 무엇 때문에 주민들을 분노하게 하고 있는 것일까?

공해피해에 대한 주민들의 강렬한 항의와 집회가 계속되자 3사는 마지 못해 환경영향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3사가 공동으로 용역비용을 부담하고 주민이 선정한 기관에 의뢰하여 공해피해 여부를 가리고 그 결과에 승복한다’는 합의하에 서울대 김정욱 교수팀에 의해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은 3사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환경영향평가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3사의 공해배출 농도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 법적기준치를 만족하고 있다. ㆍㆍㆍㆍㆍ 그렇다고 하여 3사로 인한 공해피해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ㆍㆍㆍㆍㆍ 우리의 능력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결과는 있는데 원인이 없는 게 있다.”

‘우리 기업은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으로 공해배출은 생각할 수도 없다’고 발뺌하는 곳이 어디 대산공단뿐이랴만, 2천억원 이상을 환경시설에 투자한 곳이 이 정도니 다른 곳은 생각해 무엇 하겠는가?

해수의 중금속 오염

최대 100배 이상 높아

공해피해는 있는데 공해발생의 원인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대산공단의 경우는 우리나라 환경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폐수 유출수에 대한 환경영향조사 결과를 우선 살펴보자!

“대산 3사의 폐수처리는 전체적으로 양호한 편으로 폐수중의 중금속은 검출되지 않았거나 주변지역에 피해를 미칠 가능성이 매우 적은 것으로 조사되었다.”(환경영향평가 내용中)

그러나 없었던 중금속이 바다에 이르러서는 인체와 생태계에 치명적인 양으로 바뀌어진다. 상식이 없는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다.

“해수내 중금속 농도는 공단에 인근한 정점에서 뚜렷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삼성종합화학 앞에서 크롬(Cr)이, 현대석유화학 앞에서 납(Pb)이 농도에 있어서 표준 해수보다 최대 10배~10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또한 현대정유 앞에서 니켈(Ni), 코발트(Co), 구리(Cu) 등이 높은 농도를 보이고 있다.”(환경영향평가 내용中)

또한 바지락(조개)의 성장 및 생산변화에 대한 조사결과 바지락 개체군 연령구조가 ’91~93년으로 갈수록 어린 개체의 구성비가 낮아지고 있으며, 매립과 항만조성으로 인한 조류에너지의 약화, 퇴적물의 증가등이 저서동물 군집과 바지락 성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를 수치로 환산하면 수온상승과 중금속 오염으로 인해 어류생산량 47%, 패류ㆍ해조류 생산량이 30% 이상 감소하였다.

바다의 중금속오염은 대산 삼길포 앞바다에 지천으로 흔했던 망둥어를 기형망둥어로 만들었으며, 요즘에는 기형망둥어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또한 크롬과 납중독으로 꽃게의 갑질에 붉은 구멍이 뚫려 있는가 하면, 갯펄에서는 심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미국의 환경전문기관인 월드워치에서 발간된 「95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생태계의 변화와 파괴로 인해 지난 63년 1백41종이었던 서해의 어종이 88년에는 24종으로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중앙대 임양재 교수(생물학과)는 “서해안 개발계획은 생태학적인 면이 무시되고 있으며 개발후의 자연훼손 방지대책도 마련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서해안 개발의 규모가 대규모 사업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개발과 자연보전의 조화가 무엇보다도 강조돼야 한다”고 밝히고 “특히 우리나라의 서해안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생태계 보전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악취와 대기오염 수준 심각

악취와 대기오염 또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대산공단으로부터 약 4백여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독호초등학교 이선희 교사(양호담당)는 “여름철이면 악취가 더욱 심해 한여름에도 교실 창문을 닫고 수업을 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학생들은 아예 운동장에서 뛰어 놀 생각도 못한다고 말했다. 독호초등학교 학생들에게 가래와 가려움증은 흔한 공해병이다.

한밤중에도 뿜어져 나오는 굴뚝의 불기둥은 백야현상을 일으켜 인근 농작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황산가스에 특히 민감하여 공해피해지역의 지표식물로 이용하는 들깨는 키도 안크고 꽃도 피질 않아 심는 집이 드물며, 옥수수며 두렁콩(논둑에 심는 콩)은 영글지 않아 비릿한 냄새가 난다. 고추며 호박이 기형으로 자라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벼도 여름철엔 푸르러 잘되는 것 같으나 막상 추수를 해보면 청치(푸른 빛의 덜익은 벼)와 쭉정이 벼가 태반이라 소출도 말도 못하게 줄어 들었다. 대기오염의 피해가 적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심은 땅콩도 피해가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안질에서 평생을 살았다는 한 할머니는 “공장가동 초기에는 시끄러워 잠을 못자고, 빨래를 말리려고 하면 마르기도 전에 다시 빨래를 해야 할 정도로 분진이 심했다”며 “이제는 누가 소리를 질러도 놀래지 않아 좋고, 빨래는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아 이래저래 살기 좋아졌다”며 아예 달관의 경지(?)에 이른 표정을 지었다.

환경영향조사 결과 대기오염 등으로 인해 발생한 농산물 수확 손실률이 37.4%에 이르며, 산림피해율은 무려 70%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땀 흘려 일해 봤자 헛일인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사람뿐, 그나마...

얼마전 대산공단과 함께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단지인 여천공단의 공해문제가 연일 언론지상에 오르내리자 대산주민들은 남의 일이 아니라는 듯 마음이 무겁고 착잡하기만 했다. 콩이 죽어 가고, 기형 물고기가 잡히고, 이름 모를 병에 걸려 개가 죽어 가고 있는 것이 꼭 대산의 일인 것만 같았다. 여천공단 공해에서 보듯 이제 남은 것은 그곳에 터를 잡고 살아 온 사람들이 땅을 버리고 떠나던지, 콩과 함께 아니면 가족처럼 지내온 몹쓸 병에 걸린 강아지와 함께 신음하다 세상을 떠나는 일만 남았는지도 모른다.

환경영향조사의 결과는 주민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자식 하나 잘되기 바라고 평생 살아온 이들에게 이미 그들의 자녀는 갯벌을 뛰어 놀던 예전의 건강한 자식들이 아니다. 대산공단 인근(10km이내)의 독호초등학교, 명지본교, 명지분교와 대산초등학교(10km밖)등 4개 초등학교 어린이 9백60명을 상대로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독호초등학교 학생의 17.4%가 가래를 평소에 호소하고 있으며, 14.1%가 눈이 가려운 증세를 보이고 있다. 또 명지분교생의 96.3%, 명지 본교생의 71.6%는 눈 속에 소낭(물집)이 형성되는 안질환과 피부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민들한테는 해마다 봄만 되면 바다 쪽으로 불던 풍향이 서서히 바뀌어 동네로 불어오면서 겨드랑이 사이며 목 둘레에 붉은 반점의 피부병이 유난히 기승을 부린다. 90년도에는 녹안마을 온 동네 사람들이 극동정유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병원까지 치료를 받으러 갔었다.

마을에서 만난 한 할머니의 말은 대산공단의 공해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자고 일어나면 얼굴이 퉁퉁 붓고 눈이 꼭 백태가 낀 것처럼 뿌옇고 따끔거려 미칠지경이다. 악취가 심할 때면 숨이 막혀 구토를 하면서 쓰러져 이틀이고 사흘이고 누워 있어야 한다.”

주민들이 대산공단의 입주로 인해 직접적인 신체의 위협을 받은 일도 많다. 극동정유의 정제시설 폭발이 있었고, 93년 추석연휴에는 독곶리 앞 약 3km 해상에서 삼성종합화학 전용부두에 입항중이던 파나마 선적의 4만톤급 나프타운반선인 ‘프런티어 익스프레스호’가 항해부주의로 암초에 부딪혀 싣고가던 나프타 8천여톤이 바다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기화된 나프타가 바람을 타고 퍼지면서 악취가 발생하여 인근 독곶리와 오지리, 대죽리등 주민 2백여명이 두통과 구토 증세를 일으며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특히 어린 아이들과 노약자 경우에는 길바닥에 쓰러졌으며, 가축들 또한 유독 가스로 인해 맥없이 쓰러졌다. 나프타는 바람을 타고 서산시는 물론 태안군, 홍성군, 당진군, 보령군까지 퍼져 나갔다. 게다가 추석연휴에 사고가 발생해 세들어 사는 사람들이 명절을 지내러 각각 고향으로 떠난 때라, 가스냄새에 놀란 주인들이 혹시 가정용 가스에 이상이 없나 하여 세입자들의 문을 부수고 확인하는 웃지 못할 사태로 번졌다. 이날 사고는 대산공단의 문제가 대산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충남 서북부의 문제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공장입지로 얻은 게 없다

이러한 사고와 공해피해가 확산되자 주민들의 3사에 대한 감정은 극에 달해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여론조사의 결과를 보면 대산주민들의 공장입지에 대한 생각이 어떤지를 잘 알 수 있다.

환경오염에 대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 소음공해에 대해 62.3%, 악취공해에 대해 80.4%, 먼지공해에 대해 39.7%, 배기가스공해에 대해 70%, 지하수 오염에 대해 72%, 해양오염에 대해 64.3%가 ‘심각하다’고 응답하였다. 가장 심각한 공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 설문자(288명)의 47.1%가 악취공해를 들었으며, 다음으로 소음공해(10.4%), 배기가스공해(5.4%), 해양오염(4.7%) 순이었다.

환경오염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총 응답자 297명 중에서 235명(79.1%)이 ‘예’라고 대답하였으며, 57명(19.2%)이 ‘아니’하고 대답하였다. 피해는 어떤 피해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전체 설문자의 40.7%에 해당하는 121명이 논이나 밭작물의 피해라고 응답했으며, 다음으로는 86명(29%)이 건강의 피해를 들었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적절한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주민의 이주’를 응답자의 57.9%가 선택하여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으며, 다음으로 ‘공해방지시설의 추가설치 및 가동’이 30.3%, ‘매년 피해액을 산출하여 보상하는 방법’이 4.7%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곳이 어디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산 3사’라고 대답한 사람이 20.2%에 해당하는 60명이었으며, ‘지방자치단체’라고 대답한 사람이 10.1%인 30명으로 대산 3사가 문제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민공동체 파괴하는 공단입주

무분별한 공단의 입주는 환경만 파괴하는게 아니었다. 함께 배를 타고 생사고락을 했던 사람들을, 논밭을 일구면서 동고동락 했던 이웃들을 반목과 갈등에 휩싸이게 했다.

대산지역에서 외롭게 환경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김춘수씨(서산시 대산읍 독곶리, 40세)는 한때 대산읍 주민들로부터 몹쓸 소리까지 들었다. “대산은 공해로 죽은 땅이라고 주장하고 다녀 대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이 서울은 물론 인근 서산시내에서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씨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서산환경운동연합과 김씨의 노력등으로 대산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은 일차적으로 3사가 공동구매하기로 합의가 이루어져 김씨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고 한다.

공해피해가 발생해도 공해가 있다고 말조차 하지 못하는 주민들. 김씨의 경우와 같은 일이 앞으로는 없으리라는 보장은 어느 곳에도 없다. 무엇이 주민들을 분열하게 만드는가? 누가 평화로왔던 마을 공동체를 파괴하고 있는가?

80년대 후반 대산공단 건설이 한창일 때 외지에서 서산에 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했던 말이 있다.

“농촌에 왜 이리 고급승용차가 많지? 그것도 아직 서른도 넘지 않는 사람들이 말이야!”

서산에 이처럼 20대들이 운전하는 고급승용차가 많은 이유는 다른 데에 있지 않다. 대산공단이 입주하면서 이루어진 토지보상 결과이다. 논마지기나 갖고 있던 부모덕에 특별히 하는 일이 없이도 자가용 하나는 탈 수 있었던 것이다. 소비문화의 비대화는 승용차 이외에도 곳곳에 들어서는 여관과 다방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다방과 여관이 전국 최고의 밀집도를 보이고 있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졸부들의 행세, 퇴폐와 소비보다 무서운 것은 소박한 사람들의 일할 의욕을 이들이 꺾고 있다는 점이다.

우후죽순처럼 솟는 공장

환경자치는 남의 나라 이야기

또한 일부 지역유지와 지방의원들이 앞다퉈 ‘○○지역 공장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장유치운동을 전개하고 있어 환경단체들과의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장유치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경우도 ‘환경을 고려해 환경적으로 무난한 기업만’을 유치할 것이라고 말은 하고 있으나, 공장유치에 급급해 그들 스스로 내세운 공장유치의 원칙과 조건들이 지켜지고 있지 않음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특히 지방자치 실시 이후 자치단체는 재정자립도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지방의원들은 지역주민들에게 ‘한 껀’했음을 과시하기 위해 공장유치에 온갖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서산환경운동연합의 남현우씨(공동의장ㆍ변호사)는 지방자치 실시 이후 자치단체와 지방의원, 지역유지들 사이에 일고 있는 공장유치운동을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었던 주민들의 피해의식을 조장하여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평가하였다.

서산입주를 결정한 기업과 주민들이 유치를 추진하는 기업은 현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들 기업의 입주에 따른 문제는 환경성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채 마구잡이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입주 예정지와 유치 예정지를 보면 서산시 전역에 분산돼 공장 가동 이후의 환경관리 또한 매우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현재 서산지역에는 이미 들어와 가동중인 대산 3사 이외에도 성연 농공단지에 현대우주항공단지가 23만평 규모로 기반조성공사가 한창이며, 지곡면 무장리 일대 1백15만평에 현대정공이 들어설 계획으로 현재 땅값보상 등을 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업유치가 추진되거나 희망하는 지역은 대산 독곶리의 벌천포(매립면적 4백만평)에 현대제철소가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남해주민들이 현대제철소 입주를 반대하며 군단위의 ‘반대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오남동 일대(30만평)에 현대우주항공 2단지를 계획, 현지 주민들과 현대우주항공측은 땅값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고북면 정자리 일대 20만평에는 지역주민들이 현대강관 유치를 강력히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그동안 매립으로 인한 어업권 피해보상 마찰이 일었던 천수만 B지구에 공장을 유치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은 ‘천수만 B지구내 공장유치 추진모임’을 구성하여 공장유치 희망서를 정부 각부처에 제출하고 나섰다.

천수만은 현대의 매립공사로 해양생태계가 크게 파괴된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B지구는 현대측에서 꾸준히 공장부지로 용도변경을 시도하다가 정부의 압력에 못이겨 마지 못해 논으로 조성한 곳이어서 매우 민감한 곳 중의 하나이다.

이미 가동중인 대산공단의 공해문제 못지 않게 매우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서산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리고 있다.

“만일 지금의 추세로 공단입주가 실행된다면 서산 시내권은 사방이 공단으로 둘러싸인 공해 중심지가 될 것이며, 멀지 않은 장래에는 여천공단처럼 온 시민이 집단이주해야만 하는 죽음의 땅이 될 것이다. 서산시민은 기업이윤의 희생물이 아니다. 또한 서산은 한 기업의 이윤추구의 장소가 될 수 없으며 그로 인한 피해를 주는 대로 받고만 있을 지역은 더더욱 아니다”

모든 것을 내주고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리석은 질문을 하나 던져 본다. ‘그렇다면 대산공단의 공해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있는 것일까?’

지역 환경기준의 설정

우선적인 과제

지역 환경문제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한서대 이창식 교수(사회교육원장ㆍ38세)는 대산공단의 공해문제 해결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지역환경기준의 설정’을 들었다.

“대산지역은 석유화학 관련 공장이 상당한 규모로 가동되고 있고 가까운 미래에 증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인근에 대규모의 대죽공단 등 여타 연관산업들로 입지하고 있으므로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한 지역환경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환경기준은 환경정책기본법에 의하여 지역구분없이 제시되는 일반환경기준과 시ㆍ도지사가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조례로 설정할 수 있는 지역환경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대산지역에는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한 지역환경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지역환경기준은 특별대책지역과 같이 이미 환경피해가 심각한 상태에 이른 경우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며, 지역의 특수성을 갖고 있고 환경오염 물질의 배출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건강한 환경질을 유지하고 환경오염 피해로 인한 건강상ㆍ경제적인 손실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하다 하겠다.

또한 주민들이 쉽게 공단의 환경질에 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환경질에 대한 정보의 효율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환경질에 대한 측정은 대산 3사에서 2개소씩을 운영ㆍ관리하고 있으며, 환경부에서는 독곶리에 측정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여타의 공단지역보다 많은 대기오염 자동측정소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7개소의 측정소를 하나의 측정망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3사에 의한 개별적인 관리보다도 공동의 관리주체를 구성하여 정기정검과 측정관리를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설치되어 있는 대기오염 전광판과 같은 시설뿐만 아니라, 굴뚝 자동측정시설과 대기오염 자동측정소에서 실측되는 측정자료의 저장관리 및 이용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현재의 오염현황 및 배출원 관리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주민들이 보다 실질적으로 환경을 감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될 것이고, 지역환경문제의 원활한 해결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기업의 양심이 21세기환경 좌우

대산 3사의 인접지역에는 적지 않은 가구가 생활하고 있다. 특히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 사이에 바로 인접한 안질의 경우에는 생활 자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고로 인한 신체의 위협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곳이다. 독곶리, 대죽리, 기은리 1구, 화곡 1ㆍ2구 또한 공장과 아무런 완충시설도 없는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이들 가구에 대해서는 이주대책을 강구함으로써 더 큰 피해에 노출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3사 협의를 통하여 주변환경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와 향후 확장되는 설비들을 고려하여 총량규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법적기준치로 만족하는 것보다는 주위의 환경과 지역주민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농도 기준치에 연연하기 보다는 배출총량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지역차원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기 어렵다면 중앙정부 차원의 결단이 요구된다. 농도규제로 해결할 수 있는 때는 이미 지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대다수 주민들은 기업의 양심적인 환경관리를 들고 있다. “바다 한가운데로 통하는 비밀배출구가 있다” “모기업에서 자랑하고 있는 최종 배출수에서 기르고 있는 금붕어는 모두 중금속에 오염되어 있다”는 등의 의혹은 그동안 3사의 환경관리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2천억원 이상을 환경시설에 투자한 공단치고는 공해문제가 너무 심각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3사의 양심적인 환경관리를 요구하고 나선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하나 있다. 그것은 93년부터 1년 동안 진행된 환경영향조사 기간에는 눈에 보이게 환경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피부병이 1년사이 크게 줄었고, 분진이나 매연 또한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것이다. “매년 환경영향조사를 한다면, 대산은 죽음의 땅에서 개발과 환경이 어느 정도 조화를 이룬, 그래도 살만한 땅이 될 것”이라는 김춘수씨의 말은 이를 단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환경영향조사를 맡아 한 서울대 김정욱 교수도 “대산공단의 문제는 시설의 문제라기 보다는 관리의 문제”라는 말로 기업의 양심적인 환경관리를 촉구하고 있다.

고통받는 땅 대산! 개발에 신음중인 서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풀어야할 과제이다. 환경과 주민의 삶을 고려하는 기업의 양심과 환경선진국을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환경정책, 그리고 주민의 환경권을 생각하는 환경자치가 이루어질 때 21세기의 미래는 우리의 것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