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군수 취임1주년-김낙성 군수의 하루

민원에 파묻힌 군정 25시- 이명자

김낙성 군수의 하루는 새벽 5시, 신문을 펼쳐드는 것으로 시작된다. 별다르게 잘하는 스포츠도 없다보니 아침운동은 시내 한바퀴를 둘러보는 것으로 대신하고 팔순의 노모께서 손수 지은 아침식사를 하고 관사를 나서면 공식일정이 시작되는 셈이다.

6월 24일 월요일 오전 8시 30분. 1년 전만해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막판 한표 흡수에 열을 올리고 있을 시간이다

김낙성 군수는 군청상황실에서 실과장들로부터 주간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20개 실과사업소의 보고가 끝나기까지 꼬박 1시간. 이어 김군수의 격려와 훈시의 말이 뒤따른다.

김군수는 먼저 지난주에 있었던 도시계획 재정비안 설명회와 꽈리고추 축제를 주관한 부서에 격려의 말을 전했다.

이어 잦은 집단민원을 언급하며 군민보다 한발짝 앞서가는 공직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사업이 추진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민원을 미리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공무원은 행정이라는 테두리 내에서만 사고할 것이 아니라 정치적, 시대적 감각, 주민정서까지 함께 고려하는 폭넓은 사고를 가져야 할것이라고 덧붙인다.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은 대체로 공식행사는 많지 않은 편이다. 오늘 예정된 공식행사는 4명의 농민상담소장 퇴임식이 전부다.

오전 9시 40분. 실과장 회의가 끝나고 김낙성 군수는 먼저 와서 대기중이던 민원인의 방문을 받는다. 땅문제등 극히 사적인 민원에서부터 집단민원까지 김군수가 하루에 접하는 민원건수는 10건이 넘는다. 대부분 실과에서 해결되지 않는 민원, 즉 단체장 소관이 아닌 민원이라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답답해서 왔다는 민원인을 그냥 돌려보내는 일도 거의 없다. 또 90%의 민원인이 사전 약속없이 찾아온다.

이를 두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민선단체장과 주민사이의 벽을 허문다는 점에선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단체장 소관이 아닌 민원을 계속 접함으로써 업무가 적지않게 지장을 받는다는 것.

실제로 군청직원들이 민원인들 사이에 끼어 결재를 받기위해서는 30~40분을 기다리거나 부서로 다시 돌아가 호출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점에서 볼때 민원인의 성숙한 자세가 지자제 정착에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나름대로 고심끝에 찾아온 민원인을 소관사항이 아니라고 해서 외면할 수는 없지요. 지방자치제가 정착해 가는 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민원인이 방문하면 일단 사연을 메모해 김군수에게 전달하는 오성환 비서실장의 말이다.

도시계획과 관련해 찾아온 군의원과 사회단체 대표와의 면담을 갖고 김군수는 오전 11시에 열리는 농민상담소장의 퇴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의견이 많을 수밖에 없지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도시계획 재정비라는 ‘핵폭탄’을 터뜨리고 난 김군수의 입장은 예상외로 담담한 편이었다.

30여년간 농촌지도사업에 투신해온 최공재, 고광균, 김현곤, 오이섭 농민상담소장의 퇴임식에서 인사말을 전한 후 다시 군청에 돌아와 점심식사전 막간을 이용해 결재를 처리한다.

결재시간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직원들이 김군수를 독대(?)할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이 시간외에도 또 있다. 바로 인사철이다. ‘뒷거래’가 통하지 않는 군수라는 것을 알고 있는 일부 직원들은 김군수를 직접 찾아와 인사에 대한 ‘신상발언’을 하기도 한다.

오후일정은 2시에 채석장 허가와 관련해 정미면 환경보전위원들이 찾아오게 되어있다. 이에 앞서 막 시장을 보고 온듯한 두 아주머니가 들어섰다. 집앞에 난 수로문제 때문인데 이 역시 군 소관이 아닌 문제다.

약속대로 오후 2시에 김군수를 방문한 정미면 환경보전위원들은 채석장을 반대하는 1,642명의 주민서명서를 김군수에게 전달했다. 김군수는 민선단체장이 표에 의해 당선된만큼 주민의사에 반하는 무모한 행동은 결코 하지 않는다며 믿어 달라고 당부했다.

민원인들과 면담을 마치고 김군수는 간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오후 4시경 현장방문길에 올랐다. 민원이 들어온 지역으로 정미면 봉생리와 수당리 채석장 현장이었다.

봉생리의 경우 채석 연장허가가 들어온 곳으로 김군수는 채석장에 직접 올라가 경계를 확인하며 해당 실무자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인허가 문제등 집단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현장확인을 반드시 거친후 결정한다는 것이 김군수의 철칙이다.

오후 6시 30분 퇴임을 앞두고 있는 김동렬 순성면장의 송별회에 참석해 12개 읍면장들과 회합을 가진 뒤 김군수는 상가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민들의 경조사까지 일일이 챙기다가 언제 군정 돌보느냐’, ‘표를 의식한 행동 아니냐’ 등등 경조사 참석을 놓고 여론이 분분한 가운데서도 김군수는 여전히 필요한 곳이라면 기꺼이 참석한다. 단 일과시간 외에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민들의 민원사항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오성환 실장의 말이다.

일과를 끝내고 관사로 돌아오는 시간은 일정치 않지만 대개 마감뉴스 전에는 귀가한다. 시간이 되면 석간신문을 보고 시사지나 작년부터 보기 시작한 목민심서를 펼쳐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쉴새없이 걸려오는 전화가 관사를 제2의 집무실로 만들곤 한다.

자정이 지난 12시 30분. 민원으로 시작해 민원으로 끝나는 민선군수의 하루가 잠잠해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