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석 환 (합덕읍 도리 이장)
“진짜 농민은 땅도 갈고 제 마음도 갈아야 한다”
근면과 재능, 이 두가지가 없으면 결코 남과 다른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이 모두를 갖춘다면 존경과 경외의 대상자로 떠오를 것이다.
보통으로 지성을 가진 사람이 근면하면 모든 일에 있어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적인 진리에 속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가진 것으로 경쟁하는 사회에선 가난해서, 무식해서, 또다른 사회적 이유로 아픈 마음을 간직한 사람들을 치유할 길이 요원한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자기 마음을 열고 인간적으로 대하려는 사람은 언제나 이용만 당하고 물질적으로 손해를 보며 결국은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아파하는 사람을 가끔 볼 수 있는 현실이다.
마음은 인간 깊숙히 있기에 피부의 상처에서 오는 아픔보다 더 진하게 오래가는 것이다.
이렇듯 아픈 마음은 마음으로 치유를 해야하는데 사회가 각박하고 정이 없으면 없을수록 마음으로 치유될 길은 멀기만 한 것이다.
“가난하면 굽신거리게 되고 부유하면 대답이 거칠어진다”라고 구약성서 잠언에 기록되어 있듯이 가진 자, 배운 자들의 마음의 변화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사회이다.
잘 사는 사람, 권력있는 사람, 신분이 높은 사람들이 자기들의 체면상 가난하고 무식한 사람들에게 동정을 베풀어주는 행동으로서는 오늘의 소외계층의 마음을 치유하거나 그들의 생활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형태가 바뀌고 정치인들이 바뀌어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서도 소외계층들에게 비추어지는 등불이 되지 않으면 이 사회는 결코 밝은 세상, 정의로운 것이 못된다.
소금은 비록 스스로는 용해되어 존재를 상실하지만 음식의 맛을 내주고 또 부패를 방지하는 역할을 다하듯이 지금 바로 우리 모두가 생각을 고치고 마음을 돌려먹고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씩 고쳐나가야 할 때라고 본다.
이석환씨!
이석환(47세)씨는 합덕도리 이장을 세번째 역임하는 사람으로 부락일을 열성적으로 맡아서 처리하는 농촌에서는 보기드문 인텔리이다.
합덕중학을 졸업하고 대전 충남고등학교를 거쳐 서울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나온 일꾼이다. 대학 졸업후 한 때 수출품 생산회사에서 무역파트를 담당, 수출업무에 종사하다가 뜻한 바 있어 고향으로 내려왔다. 35세때의 일이었다.
인간이 자기의 사명을 자각할 때 그의 눈에서는 빛이 솟고 그의 몸에서는 힘이 생기고, 그의 생활에서는 열기가 솟구치는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정신에는 영감이 분출하게 되고 그의 인격에서는 덕이 흘러 넘치게 되는 것이다.
자기가 사명을 깨달았을 때 우리들을 부지런하게 만들고 용감하게 만들고 또 성실하게 변화시켜 가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된 삶이 이어질수록 지혜로워지고 경건하여지면서 진지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변해가는 것을 우리들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석환씨는 이장을 맡아보면서 그의 생활철학을 당당듯하게 세워놓고 자기 스스로 실천하면서 70세대의 부락민들에게 말로, 행동으로 본보기를 보여주면서 생활하고 있다. 도리의 생활지침은 부락민 화합과 절약이라는 슬로건이다.
“인색해서는 안되지만 절약은 해야죠. 물건을 아낀다는 것은 그 대상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고 고마움의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낭비하는 것은 그 대상을 함부로 다루는 성실하지 못한 마음가짐과 태도라고 생각하죠. 물건을 소중하게 대하는 태도가 이어지면 나라와 이웃, 자기자신까지도 소중하게 가꿀 수 있다고 봅니다. 낭비하고 함부로 버리는 버릇이 결국은 이웃도 고향도 버리게 되고 심하면 자신의 인간성까지 버리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이석환씨의 생활철학을 설명하는 한 대목인 것이다.
합덕도리 70세대의 평균적인 논의 소유 면적은 7천평이다. 중산층의 농민들이지만 근검, 절약하는 모범적인 마을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먼 옛날부터 서해의 밀물이 들어오면 부락 전체가 물로 쌓여 섬을 이루었으니 도리라고 이름지어진 이곳 부락사람들은 옛날의 그 시절부터 물려받은 부지런함과 절약기질에 이석환 이장이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근검하고 절약하자는 말에 익숙한 탓일 것이다.
곡식이 제대로 자라는데 질소, 인산, 칼리의 세요소가 필요하듯 농민이 제대로 된 온전한 농민이 되자면 땅도 갈고 농민 스스로 마음도 갈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이석환 이장은 새마을문고를 활성화시켜 91년도 내무부장관상을 받았으며 공부하는 농민상을 확립하는데 앞장 서 왔다.
이석환 이장은 논 1만5천평을 내외가 경작하는 바쁜 농사꾼이지만 주민들의 행정관서 나들이는 맡아서 처리해 주면서 합덕농협 이사, 당진문화원 이사로 대외활동도 쉬지 않고 하는 한편 도리 부녀회와 함께 부락의 애경사에는 모든 부락사람들이 동원되는 품앗이의 아름다운 전통도 유지시키고 있다.
이석환 이장은 스스로에게 근검과 절약의 채찍을 가하면서 흑백 TV를 거실에 놓고 시청하는 의연한 자세로 쌀수입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대단위농업화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하면서 쌀도 농협에서 전량수매하는 유통체계화를 역설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