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가 고대면 당진포리에 조성한 ‘독일인 마을’이 방치되고 있다. 전국적인 관광지가 된 남해독일마을을 표방하며 당진시에서도 지난 2009년 특화단지로 조성한 독일인 마을이 관광지는커녕 입주민들의 거주지로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가로등 하나 고치려해도 수개월 걸려”

당진시 독일인 마을 조성사업은 지난 1960~1970년대 외화벌이를 위해 독일로 건너간 파독 광부와 간호사 중 충청도 출신 교포로 구성된 재독충청회원을 대상으로 추진해 온 사업이다. 당진시는 이들이 정년퇴직 후 고국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고대면 당진포리 일원에 독일풍 특화단지를 조성하고자 토지를 이들에게 분양했다.

하지만 당초 사업 목적과는 달리 토지를 분양받은 23명 중 18명만이 집을 지었고, 이 가운데 독일 교포 출신 거주자는 5~6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세입자다. 뿐만 아니라 남해독일마을처럼 관광지는 고사하고 거주지로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독일인 마을로 이사 온 주민 A씨는 “독일풍 가로등은 모양만 그럴싸하지 조도가 낮아 밤길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그나마 있는 가로등이 고장나 당진시에 수리를 요청했는데 수차례 연락 끝에 겨우 고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편의시설도 없어 작은 슈퍼라도 가려면 차로 10분 넘게 걸린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 온 파독 광부 출신 B씨는 “당진시에 사기당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처음 독일인 마을을 조성할 때 민종기 전 군수가 광케이블 등 마을에 필요한 것을 모두 갖춰주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제대로 약속이 이행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5년 전 독일인 마을로 이사 온 주민 C씨도 “마을 분위기나 자연경관은 좋지만 살기에는 너무 불편하다”며 “마을 공공시설이 고장 나도 해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겨울에는 제설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마을입구에 차를 두고 집까지 한참 걸어 내려와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독일인 마을은 당진포리 마을회에 속한 것이 아니어서 이장 역할을 하는 촌장 제도가 별도로 있지만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독일인 마을 주민들은 당진시로부터 행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없다”고 말했다.

5곳 환수 절차 진행 중

또한 독일인 마을 조성사업 당시 계획대로 건축 사업을 추진하지 않은 5가구와의 환매 문제도 남아 있다. 당시 당진시는 독일 교포 23명과 계약을 체결하고 토지 소유권을 이전했다. 하지만 18가구만 주택을 짓고 5가구는 계약대로 주택을 지지 않았다. 결국 당진시에서는 이들을 상대로 지난 10년간 환매 소송을 진행했고, 아직도 환수 절차를 밟고 있다.

이번 당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당진시 경제과는 “분양되지 않은 토지에 대해서는 재분양을 추진하겠다”며 “당초 목적에 맞는 독일인 마을 활성화를 위해 제독 동포에게 토지 매각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명회 의원은 당진시의 계획이 실효성 없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미 제독충청향후회 회원들은 연로해 당진으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방치해 놓고 지금에 와 독일에서 누구를 데리고 올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금까지 독일인 마을 주민들과 당진시가 교류하기는커녕 활성화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면서 “이제라도 문화·예술 혹은 주민자치와 연계해 독일인 마을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