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태권도협회 전무이사

한국자유총연맹 당진군지부 사무국장

눈길 위에 새기는 새천년의 발자국

매주 나는 보령에 있는 충남태권도협회에 업무차 한두번씩 다녀온다. 그때마다 예산군과 홍성군 등 3개 군을 지나게 된다. 하루 일정에 맞춰 그렇게 몇년을 다니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 고장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내 집에 가까워지니 그러려니 생각했는데...

하루는 무심코 교통사고 현장을 보게 되었다. 커브길 내리막에 눈이 내려 빙판져 있는 곳에 미처 핸들을 틀지 못하고 마주오던 차와 이중충돌되어 승용차에 타고 있던 운전석 옆사람이 다치고 마주오던 차량은 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으며 뒤에 오던 차량은 반쯤 걸쳐져 있었다. 눈이 내린후 제설작업이나 모래를 뿌렸더라면 그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잠시후 당진군에 들어서니 누군가가 눈위에 모래를 뿌려서 미끄러운 곳을 완화시켜 놓았으며 언덕과 커브길이 모두 예방조치가 취해져 있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다시 눈이 내렸다. 나는 걱정을 하면서 당진을 출발, 예산군, 홍성군, 보령시를 지났다. 평소에 1시간 20분이면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을 2시간 20분이나 걸려 도착하였다. 우리군처럼 제설작업과 모래를 뿌렸으면 훨씬 빠른 시간에 도착했을 것이다. 우리군이 그런면에서 앞서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 한가지 일이 계기가 되어 나는 다른 것들도 찬찬히 눈여겨보는 습관과 비교해 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오늘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 잘못되지는 않았나 생각해 보았다. 많은 것이 잘못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가정에서는 독선이요, 고집으로 밀어부치고 형제들과 별 우애도 없고 사회생활도 술로만 일관해 인생살이 이야기를 할만한 친구 하나 없는 삶을 사는구나 싶었다. 나는 14세에 태권도에 입문해 만 50세까지 36년 세월을 외길로만 걸어왔으나 다른 많은 것을 잃었다. 누군가가 장인정신으로 살고 한 우물을 파면 된다고 했는데 나는 과연 지금 무엇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한두가지 남아있는 것이 있어 내마음에 위안을 삼고 있다.

돌이켜보면 나를 유심히 바라본 분이 계셨다. 1987년 안재곤 당시 반공연맹 당진군 지부장직을 맡아 우리군의 각종 행사의 주체가 되어 연중 크고 작은 군행사를 30~40여회 치러 오시다가 과로로 쓰러지셔서 지금은 어느 곳에서 하루하루를 쓸쓸히 지내고 계신데 당진군민들은 알고 있는지. 어쩌면 우리 모두 그분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최남선 지부장이 계셨다. 그분은 나에게 또다른 세상쪽을 알 수 있게 해주신 분이다.

86년 당시 나는 큰 시련을 겪게 되었다. 눈이 내린 외곽도로의 빙판진 곳을 과속으로 운전하던 트럭기사가 급제동을 걸지 못하고 우리 아들 딸을 밀고 나가 꽃다운 생명을 네사람이나 유명을 달리하게 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는 이 세상에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그 녀석들에게 속죄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때 태권도장을 문 닫고 술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술은 감각을 무디게 했고 수면제의 역할을 했다. 그렇게 얼마쯤 살아가고 있을 때 최남선 지부장님이 나를 찾아와서 담배를 하나 꺼내주시며 “이 사람아, 그러고 지내면 어떻게 하나. 태권도장 문을 열면 내가 사회에 봉사할 기회를 줄 것이니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다보면 조금은 속죄가 될 것이네”하시며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자유총연맹 사무국장을 권했다.

능력없는 나였기에 거절했으나 거듭 권유하셨다. 인자한 아버지같은 분이기에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사무실에 출근한 것이 87년 4월이었다. 그후 반공연맹은 공산주의의 붕괴로 인해 자유총연맹으로 개칭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제 13년이란 세월동안 반공교육이 국가이념에 우선할 때 최일선을 담당했다는 사실이 나에게 위안을 준다.

학창시절에 운동선수였던 현 이재천 지부장님. 사업에서, 인생에서 훌륭하게 성공해 사회에 동참하시며 물심양면으로 봉사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 내가 배울 점이 많음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선인들은 하얀 눈길을 걸을 때 함부로 걷지 말라고 하셨다. 뒤에 오는 사람의 지침이 되기에 바르게 걸어가라고 하셨다. 눈이 온세상을 하얗게 덮은 것을 보고 그 새 선화지 위에 무언가 그려넣기 전에 추위와 가난에 떨고 있는 사람을 돌아보고 또 나의 86년처럼 거리를 헤매는 사람을 보면서 눈위에 새 발자국을 새겨주기를 기원한다. 또 대희년 2000년을 맞아 나쁜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설계로 눈길을 걸으면서 희망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눈과 나, 앞으로 좋은 일만 나와 함께하기를 기원하면서 그 길은 10년 후에 뒤돌아 보기로 하고 나는 새천년에 51살을 맞았다. 새로운 10년을 눈길 위에서 설계하고 멋지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