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자

합덕대건노인대학 교학부장

대건노인대학 학생들의 모습

대건노인대학에는 이제 막 60이 된 사람에서부터 8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도 있다. 60이건 80이건 모두 ‘학생’의 자격으로 노인대학에 들어온 분들이다. 모두 60년 이상 인생의 한 평생을 살아온 분들이다. 60년! 기나긴 세월이다. 젊은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았구나, 늙었구나 라고 느낀다. 하지만 그 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잠깐이야’이다.

그렇다. 우리의 인생은 고통스러울 때는 길고 길다. 절망이기 때문이다. 희망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지나고 나면 그 고통은 잠시 뿐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 세상은 평화로 가득 차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다.

노인대학에 나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지가지이다. 저마다 어려움, 고통, 절망 속에서 살았다고 얘기한다. 얘기를 듣다보면 공통점이 있음도 알게 된다. 그것은 젊은 시절 배고픔에 시달렸다는 점이다.

그 굶주린 기억이 어떤 것인지 지금도 알 수 있다. 어디서나 잔치가 있으면 가서 먹고 난후 음식을 싸가지고 가는 무의식적 행동, 이것은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다. 잔치음식이 특별히 맛이 있고 값비싼 것이어서도 아니다. 요즈음은 살기가 좋아져서 어디서나 쉽게 먹고 싶은 음식을 구해서 먹을 수가 있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잔치집에서 음식을 싸가지고 가는 습관은 어린시절 배고픔이 얼마나 견디기 어려웠는가를 말해주는 것일 뿐이다.

젊은 사람은 노인들의 이런 습관을 바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노인대학에 나오시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은 환하게 밝기만 하다. 물론 노인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렇게 밝은 것은 아니다. 처음 노인대학에 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얼굴은 무표정 그것이다. 그 무표정 속에는 과거의 굶주림, 역경, 고통이 다 들어있다.

한번, 두번, 1년 ,2년 노인대학에 다니면서 차차 얼굴이 밝아진다. 굶주림을 견디어냈다는 자부심, 역경을 딛고 지금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정체감, 이런 것을 노인대학에 나오면서 깨닫기 시작하는 것이다.

매주 목요일 노인대학이 열리는 날은 언제나 잔칫날이다. 무표정의 신입생의 얼굴에서부터 환하게 웃는 3~4학년 학생의 얼굴. 손으로 ‘사랑합니다’를 그리며 들어오는 학생, 들어오자마자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는 5년 넘게 대학에 다니시는 덕사님들. 모두들 즐거운 모습이다.

대건노인대학은 매번 이렇게 잔치를 벌인다. 특별히 음식을 많이 차려서 잔치가 아니다. 이 세상의 즐거움과 평화를 마음껏 누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용서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대건노인대학 학생들의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나는 확신한다. 세상은 과연 기쁨과 평화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이 분들이야말로 이 세상을 아름다움으로 바꾸어 놓는 에너지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