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충회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전 당진군농민회장

이른벼를 한창 수확하는 요즘 쌀값이 형성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질이 우수하여 외지 상인이나 미곡 종합처리장에서 앞다투어 사가던 합덕, 우강지역의 신석조생조차 수확한 벼를 처분하지 못해 수확작업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민간 유통업자와 농협RPC는 선뜻 수매값을 놓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 벼를 섣불리 샀다가 밑질지 모른다고 한다.

정부에선 쌀이 과잉 생산되어 올해말 총 1100만석이 남아돌 것이라 발표하여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 뒤이어 정부는 쌀 가격안정 대책을 발표하여 1325만석을 사들이고 쌀 한가마니(80㎏)에 16만원대를 유지 시키겠다고 했지만 현실과 전혀 맞지 않으며 앞으로도 쌀값이 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농민도 없다. 1,325만이라는 수치가 가히 쌀값을 지지하기에 충분한 양이며 농협에 수매자금을 충분히 지원할 것으로 알고 있는 국민들로선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정부는 국민을 기만하고 농민을 우롱한 것이다.

우선 정부의 대책을 간단히 짚어보고 그 허구성을 파헤쳐 보자.

정부가 수매하겠다는 1325만석의 내용은 우선, 약정수매 575만석이다. 이것이 순수 정부가 직접 수매하는 것인데, 이것은 역대 정권부터 이중곡가의 개념으로 실시되어 충분한 생산비는 보장되지 않더라도 수확기의 홍수 출하를 흡수하여 급격한 가격 폭락을 어느정도 방지해 왔다. 그러나 우르과이 라운드를 빌미로 하여 정부는 이 재정을 해마다 삭감해 왔다.

그러던 것이 이번에는 칼로 무쪽 자르듯이 반쪽을 잘라 농협에 떠넘겼다. 575만석중, 289만석만 정부가 직접 수매하고 286만석은 농협에 떠넘겨 시중가격으로 사게한 뒤 차액을 보상하겠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도산위기에 처한 농협RPC의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정부 수매 정책의 목적인 시장가격 지지효과가 전혀 없어지게 된다. 두번째는 농협RPC로 하여금 550만석을 수매하도록 종용하고 재원을 3%로 융자해 준다는 것인데 이것은 엄격히 정부의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농협은 이미 쌀 판매사업을 경쟁적으로 해왔고 단경기에 많은 수익을 올렸으나 계절진폭이 사라진 지금은 많은 시설비 투자와 재정 압박으로 크게 위축돼 있다. 조합원의 빗발치는 요구에 의해 울며 겨자먹기처럼 돼버린 것이 요즘 농협RPC사업이며 지금같은 쌀값 폭락 앞에선 더욱 움추릴 수밖에 없다. 기왕에 정부의 대책이라고 한다면 융자금의 금리를 0%로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건 RPC수매를 550만석중 100만석은 수탁판매로 매입하겠다는 것인데 이것은 더욱 농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농협에 벼를 맡겨 놨다가 명년에 시가로 팔아서 주겠다는 것인데 올 연말에 각종 농기계값 영농자재값 농협채무 생활비를 갚아야 하는 농민에겐 벼만 맡긴 채 고통만 가중시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RPC가 없는 일반 농협으로 하여금 200만석을 시가로 매입하여 회원조합 RPC에 원료곡으로 시가 판매 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 또한 농협의 보관비, 감량등으로 손실을 가져와 결과적으로 농민의 손해로 남을 것이다. 이상과 같이 정부의 1325만석의 수매 계획은 철저한 속임수이며 농민의 피해만 가중시키는 허구성 계획이다. 오히려 벼를 본격적으로 수확하기에 앞서 쌀값 폭락을 조장함으로써 농민의 영농의욕을 떨어뜨리고 2004년 뉴라운드에서 쌀 전면 개방을 수용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을 갖게 한다.

실제로 올해 MMA(UR에 의한 의무수입)에 의한 쌀수입량은 12만8천톤일 것으로 예상되며 정부가 남아돈다는 1,100만석의 재고미중 최근 몇년간의 수입쌀 누적분을 제외하면 유엔 식량기구가 권장하는 적정재고율 17~18%도 못미치게 된다.

정부는 국민에게 약속한 1325만석을 생산비를 보장하는 가격으로 수확기에 전량수매하고 쌀 재고량 해소를 위해 조기에 대북지원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