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정부대책만 바라보며 수매가 결정못한 채 벼 안사들여

이른벼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산지 쌀값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떨어져 농민들이 착잡한 수확기를 맞고 있다.

게다가 미곡 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군내 각 농협에서는 RPC운영 적자에 대한 부담으로 현재까지 수매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벼를 사들이지 않고 있어 벼를 팔 곳이 마땅치 않은 농민들은 수확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에 따르면 현재 중간상인들에 의해 산지에서 거래되는 쌀 가격은 80㎏ 1가마당 15만 5~6천원선으로 17만원대를 유지했던 작년보다 10%가까이 떨어졌다.

특히 이른 벼를 수확한 농민들은 오랜 가뭄과 시비량 감소 등으로 올해도 풍작이라는 전망과 달리 실제 수확량은 작년보다 크게 떨어졌다며 이로인해 소득 감소폭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송악 복운리 농민 이 모씨는 “8천평에 이른벼를 재배해 수확했으나 산지쌀값이 하락해 작년보다 가마당 1만5천원가량 싸게 팔았다”며 “수확량도 25가마가 줄어 총소득을 따져 보니 작년보다 7~8백만원 가량 수입이 줄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매스컴에서 연일 재고미가 넘친다는 보도를 하는 바람에 중간 상인들의 농간이 말이 아니”라며 “이렇게 가다가는 농촌경제도 부도를 맞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른벼를 많이 재배하는 우강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현재 민간 도정업자들과 거래되는 가격은 조곡 1㎏당 1,330~1,340원선으로 작년대비 150원, 올해 정부수매가 대비 210원이 낮은 값에 거래되고 있다.

농민들은 작년에 비해 수확량까지 줄어 1,500평당 100만원가량 소득이 떨어질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이처럼 농가경제가 크게 위축될 전망인데다 정부 수매분을 포함해 군내 벼 생산량의 40%를 사들였던 농협이 쌀값 하락전망에 따른 RPC 운영적자에 부담을 느껴 현재 자체 매입하는 추곡수매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벼를 사들이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애를 더욱 태우고 있다.

농협들은 시중시세에 맞춰 수매가를 결정하자니 농민들의 극한 반발이 예상되고 농민들이 요구하는 수준대로 벼를 사들일 경우 쌀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없는 현재 상태로는 적자 운영이 불보듯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눈치만 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강 농협이 조합원들의 수매요구에 지난 9월초 이사회를 통해 1㎏당 1,450원으로 수매가를 결정했다가 농협 중앙회를 비롯 군내 각 농협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떠밀려 하루만에 이를 번복, 가격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같이 농협들이 수매가를 결정하지 못한 채 벼를 사들이지 않고 있자. 판로가 막힌 농민들의 불안과 불만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강 신촌리 농민 이 모씨는 “농협에서 수매가를 결정하지 않는 바람에 일반 도정 업자들이 쌀값이 앞으로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제대로 벼값을 쳐주지 않고 있다”며 “불안한 마음에 값이 싸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당진군 농민회 이종현 회장은 “정부의 수매정책을 고스란히 떠안은 농협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하루빨리 농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매가를 제시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협 당진군지부 황형배 차장은 “농민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가격을 결정할 경우 농협이 떠안게 될 적자폭이 수십억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고심하고 있다”며 “시중 가격이 형성되는 9월달 이후에야 가격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농민의 요구를 들어주면서도 RPC경영적자를 줄일 묘안이 현재로선 없다”며 “현실적인 정부 지원 대책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농민은 농협만 바라보고 농협은 정부만 바라보는 가운데 쌀 산업의 불황으로 당진 농촌경제는 심각한 침체가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