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수 산업수산과장
벼가 누렇게 익은 논을 농민들이 갈아엎고, 추수한 쌀을 불태우며 쌀값보장 시위를 하는가 하면 정부는 쌀재고량이 늘어나 수매량과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그간의 쌀증산정책이 한계에 왔음을 사실상 시인하고 있다.
충남에서는 전농 충남도연맹이 지난 17일 대전역광장에서 “쌀값보장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한 농민대회”를 열었으며 군내에서도 수십명의 농민이 이 집회에 참가하고 일부는 삭발투쟁에 들어갔다.
이 난은 쌀사태로 불릴만한 최근의 상황과 전망에 대해 농업관련 기관과 단체, 농민들이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장으로 마련되었다. 상호간에 원만한 의사소통과 이해가 바탕이 된 가운데 현재의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합의와 신뢰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이 코너를 마련한 취지다.
/편집자 주/
=풍년농사를 지어놓고도 막상 팔 길이 막막해 농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해있다.
-농민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이해하고도 남는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진전된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1996년 정부의 쌀재고량은 국제식량기구가 권장하는 550만석에도 못미치는 400만석 정도였다. 논마저도 매년 2만정보 이상이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어서 이대로 가면 쌀을 수입해야한다는 위기의식이 높았고 정부는 쌀증산정책을 펴게됐다. 그 뒤 지금까지 5년간 연속 풍년농사에다 쌀재고량이 꾸준히 증가해 재고가 1,100만석에 이르렀다. 반면 해가 갈수록 쌀소비량은 급격히 줄어 90년에 1인당 119.5kg이었던 것이 2000년에는 93.6kg까지 떨어졌다. 재고는 쌓였고 팔리지는 않고... 쌀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것이다.
=쌀소비량이 줄어드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그런데도 다른 대책 없이 증산정책을 강행해온 정부정책이 너무 근시안적이었던 게 아닌가?
-그런 면도 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이런 상황을 예견하고 대처했어야 하는데 그런 때를 놓친 것 같다.
=정부는 이제와서 증산정책을 포기한다는데…
-정부가 방향을 돌린 것은 결코 쌀감산정책을 뜻하지 않는다. 다만 목표를 ‘증산을 통한 소득’에서 ‘질을 높이고 소비를 확대해 소득을 높이는 쪽’으로 돌린 것뿐이다. 농민들이 이것을 ‘정부의 쌀농사 포기’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증산 일변도 정책이 이런 위험을 안고 있었는데도 당진군은 너무 무비판적으로 이를 앞장서 실행해온 것은 아닌가?
-정부정책에 역행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당진군은 대표적인 농업군이다. 군자체적으로라도 진로를 모색했어야 하지 않는가?
-왜 노력하지 않았겠는가. 미질이 중요하다는 건 다 아는 일이다. 지금도 철원이나 여주, 이천쌀은 제가격을 받고 있지 않은가. 3년 전부터 당진쌀의 미질을 높이기 위해 대책을 세워왔다. 우수품종 재배를 위해 농가들과 계약재배를 하고 품종별 수매와 품종별 가공을 하는 방법을 제안해왔다. 한꺼번에 수매해 처리하면 결국은 미질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농민들도 호응해 주지 않았고, 농협들도 벼투입구가 하나뿐인 상황에서 품종별 수매는 어렵다고 해왔다. 보완해야할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올해부터 계약재배는 진행중이며 계약재배분에 한해 같은 특허브랜드로 출하,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싸더라도 혼합곡으로 가공 판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농민들에게는 당장의 소득이 현실적인 문제 아닌가?
-그래서 정부가 직접보상제도인 직불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농민들 사이에 관심사가 되고있는 농협 산물벼 수매가격은?
-모든 농협이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강농협이 1등가 기준으로 5만5천2백원을 주겠다는데 작년보다 5.1%가량 하락했다. 농민들은 지난해 수준으로 수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물론 농협에서마저 적자를 이유로 수매를 안해주면 쌀값하락이 더욱 우려된다. 그러나 각 농협의 적자분이 수억원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더이상 농협에 부담을 주는 일 역시 조합원의 제살 깎아먹는 일과 다름없어 걱정이긴 마찬가지다.
농협들은 현재 건조보관 시설 설비를 지원한다고 해도 예산을 반납할 만큼 적자폭이 커져있다.
=물벼수매를 비롯 정부수매량은?
-올해 당진군에 배정된 정부수매량은 51만6천3백가마다. 나머지 재고에 대해서는 총생산량의 44.4%인 136만4천가마까지 농협을 통해 자체수매를 계획이다.
=농협수매는 지난해와 같은 이자보전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그렇다. 당진군이 농협자금을 꿔다가 농협에 대주고 이자를 군이 갚는 방식이다. 지난해에 중앙회 자금 300억원을 꿔서 이자 2억을 갚았는데 올해는 이를 더 확대했다. 농협자체자금 400억원을 차입해 군이 이에 대한 이자 4억4천만원을 감당하기로 했다.
=농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족스럽진 않겠지만 군으로서는 이것이 최선임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전국에서도 이런 사례는 없다. 그나마 도내 36개 RPC 가운데 11개가 당진에 있기 때문에 농협수매로 감당하는 부분이 많아진 것이다. 작년에도 농지규모가 1, 2위인 해남, 김제가 100억, 80억밖에 지원않는데 3위인 당진은 작년에 300억, 올해는 400억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로 다른 지역의 수매량은 총생산량의 15%안팎에 머물고 있다. 우리는 44.4%다.
=농민들과의 합의 등 앞으로 계획은?
-계획안이 확정되는대로 농민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질 생각이다. 농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머리를 맞대 함께 고민하고 서로 도와야할 문제다. 협조해주기 바란다. 나머지는 정부서 할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