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급식 종사자들의 폐암 의심 검진 비율이 일반여성의 폐암 발병률보다 38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당진어울림여성회(회장 오윤희)가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지난달 21일 당진시공익활동지원센터에서 열린 이날 회의에는 학교급식 노동자, 학부모, 학생, 교사, 시민 등 40여 명이 참여했으며, 발제 및 토론과 질의응답 등이 이어졌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영남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충남지부장은 ‘급식실 노동자 폐암 발병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발표했다. 사진과 영상, 실태조사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진 급식실 노동현장과 노동자들의 모습에 참석자들은 탄식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학부모 이란숙 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며 ‘학부모 급식실 모니터’를 오랫동안 해오며 부족한 인력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교육청에 계속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며 “아이들의 건강한 급식을 위해서라도 급식실 문제가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수민 전교조 당진시지회장은 “교육 현장에서 노동과 노동자를 천시하는 현실이 부끄러웠다”면서 “교육계에서 노동에 대한 관점을 바꾸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마지막 토론자였던 김하린 당진고등학교 학생은 “오늘도 튀김이 나오는 급식을 맛있게 먹고 왔는데, 이렇게 위험한 환경에서 음식이 만들어지는 줄 몰랐다”며 “당연히 바뀌어야 할 현실이 바뀌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오윤희 당진어울림여성회장은 이번 원탁회의를 열게 된 배경에 대해 “급식실 노동자들의 조리흄(cooking fumes, 가스불에 조리하는 과정 중에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포함된 연기)으로 인한 폐암 발병 소식은 큰 충격이었다”면서 “급식실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의 문제는 곧 당진시민들의 문제이자 급식실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교육 주체인 학생, 교사, 학부모까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더이상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우리 아이들에게 밥을 먹일 수는 없다”면서 “시민들이 앞장서서 ‘죽음의 급식실’을 ‘생명의 급식실’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진어울림여성회는 이번 원탁회의를 시작으로 지역사회단체들의 연대체를 구성하고, 당진시민들을 대상으로 ‘죽음의 급식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진시민 1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급식실에 시급히 필요한 조리흄 저감용 공기정화기 설치를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학교 급식실 노동자의 폐암을 유발하는 주원인으로 주목되는 조리흄은 세계보건기구 국제암연구소에서 폐암의 위험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급식실 노동자 폐CT 검진 결과 32%가 폐 이상 소견자로 나타났으며, 이미 6명의 노동자가 폐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2027년까지 조리실 시설개선을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며, 충남도는 조리실 환경이 열악해 인원이 충원되지 않아 신규 채용 미달율이 45.1%에 달하게 되자 2025년까지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