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론매체를 장식하는 교육관련 소식들은 대부분 생소하고 갈피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혼란스러워 이를 접하는 학부모들의 마음도 복잡하고 답답할 것이다. 교육현장을 지키는 교사들의 마음은 더욱 그러하다.

지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7차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들어와 있다. 그리고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도입된다. 그런데 7차 교육과정이라는 것이 너무나 문제가 많다. 현재의 교육 현실에서 볼 때 무모한 교육정책임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수준별이니 단계형이니 창의성이니 별반 새로울 것도 없는 그럴 듯한 교육학 용어를 들먹이며 교육개혁 조치인양 떠들고 학원이 떠들썩하게 각종 선전광고로 호들갑을 떨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로서는 도대체 ‘7차 교육과정’이 뭐기에 저러나, 가뜩이나 불안한 마음에 일단 과외를 시키거나 학원을 보낸다. 유치원부터 영어학원에 다니고, 해외연수를 가고, 경시대회용 학원을 따로 다니고,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파하면 유랑의 무리처럼 학원을 전전하는 지금의 교육, 그것이 바로 7차 교육과정의 문제이다.

특히, 고등학교 2·3학년에서는 선택교과제가 도입되는데, 이는 원론적으로는 학생이 원하는 과목은 무조건 개설하게 되어 있다.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구실로 학교마다 칠십 몇가지의 과목을 제시하고는 그것을 가르칠 수 있는 교사를 땜질식으로 확보하느라 상업교사가 부전공 연수를 해서 수학교사가 되고, 가정교사가 몇 달 연수받고 심리학 교사가 되며, 국사교사가 영어 연수를 받고, 교련교사가 일어연수를 받고......이러고도 모자라는 교사는 임시직, 계약직, 파트타임제, 시간강사 등을 통해 수급한다고 한다. 하여튼 난리다.

자립형 사립고는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젊은 석·박사를 데려와 족집게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열어주면서 등록금이나 학생선발권을 학교에 일임하는 제도이다. 엄청난 돈을 투자하지 않고는 7차교육과정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는 점을 너무도 잘 아는 교육부는 입시에 대한 학부모의 요구를 귀족학교로 유도하고 있다.

내년부터 3개 학교에서 시범운영이라는 말로 운영되는 이 과정은 시작은 이렇지만 얼마 안되어 거의 모든 사립고가 자립형 사립고로 전환될 것이다. 일년에 적게는 400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등록금을 낼 능력이 있는 학부모는 자녀를 이런 학교에 보내서 명문대에 유리하게 보낼 것이다. 결국 ‘다양성’과 ‘선택’이란 허울좋은 이름으로 가진 사람들만의 선택을 보장하는 제도로 변질될 것이다.

한편, 교원에 대한 성과급제의 도입은 교직의 전문성이나 특수성은 무시한 채 근거 없는 기준에 따라 교사를 평가하고 교사간 무한경쟁을 부추겨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키고 교원들 사이의 인간적 관계를 파괴하려 하고 있다. 우리가 부모로서의 자질을 함부로 평가할 수 없듯이 단지 학교장이나 교육행정기관의 평가로 교사들을 올바르게 평가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급기야 전국적으로 9만 명에 이르는 교사들이 300억 원이 넘는 돈을 반납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정부의 초등교육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교육이 백년대계라면 그 첫걸음인 초등교육의 중요성은 굳이 상세한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신의 잘못된 정책으로 초등교원이 부족하게 된 사태를 대안이 없다는 핑계로 중등자격증소지자를 초등교사로 임용하는 땜질식 정책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아무나 초등학교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발상은 곧 몇 시간의 보수교육을 통해 치과의사에게 외과 수술을 맡길 수 있다는 발상과 같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학급당 학생수를 2003년까지 35명으로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데 2005년이면 자연히 낮춰질 학급당 학생수를 무리하게 2년 앞당겨 줄이기 위해 초등교육의 전문성을 심각하게 훼손해도 되는 것인가.

이 모든 배경에는 더이상 교육을 위해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 정책이 도사리고 있다. 교육이나 의료 등 복지정책은 그 사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서 사회가 책임지는 것이다. 그를 위해 국민들은 세금을 내고 있다. 그런데 자본과 국가는 이러한 책무를 파렴치하게 저버린다.

학급공동체나 인성교육의 중요성보다는 교과실력 중심으로, 다양한 교과의 균형성보다는 국, 영, 수, 사, 과 중심으로, 다수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이 아니라 소수 엘리트를 키워내기 위한 정책으로, 교육의 공공성확보보다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른 선택과 시장화로 방향을 잡았다.

20대 80의 사회로 변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상류층을 위한 귀족학교가 필연적이다. 학교간의 서열도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우열 학교, 우열 과정, 우열 분단이 필수적이고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교묘히 구성해 놓았다.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고, 개개인은 처음에는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게, 그리고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백년대계인 교육을 풀어나가는 정부의 정책을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일단 저질러 놓고 문제가 발견되면 사태를 수습하기에만 급급하는 모습이......아이들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21세기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든다. 아이들의 밝은 미래, 차별 받지 않고 사는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 그것은 교사들과 학부모의 공동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