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시스템 붕괴가 눈앞에 다가왔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생겼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는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그중 하나는 의료보험 재정 문제다. 쉽게 설명해보겠다. 베이비붐 세대 때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보험이 시작됐다. 이 세대가 젊었을 때는 의료보험료를 납부했지만, 실제로 의료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지는 않았다. 이 시기에 의료보험 재정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는 않지만, 여기서는 깊이 다루지 않겠다). 그러나 이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나이가 들면서 이들의 의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반면, 의료보험료를 납부해야 할 세대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출은 증가하는데, 수입은 감소하는 상황이다. 결국, 앞으로 의료보험 재정은 파탄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베이비붐 세대가 젊었을 때는 의료보험 혜택이 확장됐다. 예를 들어, 문재인 케어 도입 후 암 환자는 의료비의 5%만 부담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래에는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이 지속적으로 줄어들 것이다. 이미 외래진료비의 본인부담금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는 등의 변화가 시작됐다. 앞으로 본인부담금은 더욱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보험 재정 문제가 미래 선거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며, 의료보험 개혁 방안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시민 개개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저축과 보험 외에는 뚜렷한 답이 없어 보인다. 누구나 늙으면 병에 걸리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의료비가 많이 필요해진다.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이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 앞으로 20년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시민들은 20년 뒤의 의료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특히 40대 이하 세대는 의료비에 대비해 저축을 하거나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보험을 선택할 때는 갱신형보다는 확정형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보험료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50대 이상의 세대는 국민건강보험이 20년 정도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본인부담금이 계속 오를 것은 각오해야 한다.

앞에서는 먼 미래의 문제를 논했다. 이제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자. 장래에 예상되는 필수의료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료보험의 적절한 분야별 적용과 의사의 적정한 분야별 배분 문제를 먼저 해결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필수의료분야 의사 부족 문제를 2000명의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를 늘려 쉽게 해결하려다가 오히려 사달이 났다.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전문의로서의 미래에 실망해 유급하거나 퇴직했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 재생산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며, 매우 심각한 문제다. 필수의료로 진출할 의사가 부족해 2000명 증원을 결정했지만, 앞으로 10년 동안 필수의료분야에 진출할 의사가 나오지 않을 상황이다.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다. 10년 동안 외과, 흉부외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분야 의사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후에 배출될 5000명 중 필수의료분야를 선택한 의사들에게 누가 필수의료를 가르칠 것인가?

현재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응급실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다행히도 당진종합병원에는 8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으며, 인근 서산의료원에도 10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 이는 천안의 대학병원보다 많은 수다. 당진시민이 갑자기 아플 때, 대부분의 문제는 지역 내에서 해결될 수 있다. 문제는 상급병원, 즉 천안이나 서울의 대학병원으로 이송이 필요할 때 발생한다. 이송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추석에는 평소보다 많은 응급의료 수요가 예상된다. 추석에는 음주운전을 하지 말고, 다툼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가족끼리의 다툼으로 음독하는 경우, 평소라면 치료가 가능했을 상황도 올해처럼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시기에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