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 간다. 필자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 당진의 가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본다. 아마도 초등학교 6학년 무렵인 것으로 기억이 된다. 그해 가을 고향의 가을 하늘은 유독 맑고 높았다. 필자의 기억 속에 그해 가을 하늘이 지금도 또렷하게 떠오른 것은 아마도 태어나 처음으로 당진 밖을 벗어난 강렬한 경험 때문이었으리라. 그것도 본당 초등학교 동급생들과 함께 아산 현충사 견학을 갔었기 때문이었다. 태어나서 그리 큰 검을 본 것도 처음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충절, 그 숨결을 열세 살 어린아이는 몸을 떨며 체험한 것이다. 그렇다. 기호지방, 그것도 충청도는 고래로 충절의 모범으로 표창될 만한 분들이 허다하다. 이순신 장군을 비롯하여 근대에 접어든 시기만 하여도 청산리 전투의 영웅 김좌진 장군, 만해 한용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필자의 고향 당진도 그 충절의 마음은 어느 지역 못지않다.
무엇보다도 필자가 종사하는 문학계만 보더라도 고향 당진은 빛남 그 자체다. 일제 강점기의 가혹한 현실을 헌걸찬 언어로 형상화해 낸, 이 시기 가장 돌올한 민족시인인 심훈 선생이 바로 우리 고장의 얼을 받고 활동하신 분이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필자가 회장으로 있는 심훈학회는 이에 심훈 선생의 문학과 우리 국문학의 소중한 성과들을 탐색하고 선양하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자 한다.
심훈학회는 작년 봄에 설립되었다. 고향에 계신 여러 어르신 및 당진시, 그리고 국문학 연구에 열정적으로 매진하시는 학자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통상 연구적 역량이 축적된 대학에서나 운영하는 학회는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거듭 도움을 주시고 있는 고향의 어르신 및 당진시에 거듭 고마운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올해도 심훈 학회는 착실하게 그 연구의 결과들을 학계에 제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훈학보』 제3호가 발행되었다. 이번 호에서는 “심훈 문학과 양식적 변이상”이란 특집 주제로 심훈 선생의 문학적 성과를 살펴보고 있다. 심훈 선생의 시조 작품, 영화, 그리고 소설 등을 양식적 맥락에서 다양한 시선으로 고찰한 논문이 세 편이나 실린 것이다. 아울러 한국 문학 연구의 편폭을 깊이 있게 확장할 네 편의 일반논문도 수록하였다. 모두 심훈 선생의 문학과 우리 국문학 연구의 소중한 성과들이다.
한편 2024년 현재 심훈학회는 두 차례의 학술 포럼을 개최하여 학술 연구 단체로서의 내실을 다지는 작업도 착실하게 해오고 있다. 모두 심훈학회가 향후 공인 등재지로 나아가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될 소중한 성과들이다. 이에 우리 심훈학회는 향후 현재보다 더 웅숭깊은 연구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변함없는 질정과 더불어 지금과 같은 따뜻한 사랑도 함께 보내주시길 당부드린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이 한결 더 높아졌다. 그러나 이러한 수상도 사실은 많은 분의 창작적 헌신과 연구 역량이 축적되어 왔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에 우리 심훈학회 역시 더 깊이 있고, 더 치열한 연구 성과들을 담아내는 작업을 수행하고자 한다.
이 가을의 맑은 하늘처럼, 심훈 선생의 문학과 국문학의 하늘을 맑게 수놓는 연구 성과들을 도출해내리라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져본다.
[약력]
송악중고등학교 졸업
고려대 국문과 및 동대학원 졸업
한경국립대 교무처장 역임
현 한경국립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