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지난 1월 31일 당진시청 K국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제3자 뇌물 수수 및 뇌물 요구, 명예훼손, 업무방해 등 여섯 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청렴함으로 시민에게 봉사해야 할 당진시청 고위공무원이 부정비리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K국장의 혐의는 부정부패의 전형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문제는 이런 K국장의 범죄혐의가 깃털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당진시에서 사업하며 살아가야하는 입장에서 누구를 보고 뇌물을 주었을지는 불을 보듯 뻔한 이치이다. 실제 K국장에게 협박받은 피해업체의 녹취에 따르면 “시장님이 싫어한다....시장이 바뀌었으면 룰도 바뀌어야 한다”면서 시장의 뜻이 반영된 요구임을 거듭 강조했다. 증거로 드러난 사실이 이와 같은데도 오성환 시장은 "자신과는 무관하고, 김 국장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발뺌했다. 서산지청은 7개월이나 수사를 하며 시간을 끌다 오성환 시장의 범죄 관련성은 밝혀내지 못하고 K국장만을 재판에 넘기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누가 봐도 몸통은 따로 있는데 건드리지도 못하고 깃털만 뽑은 것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의아한 것은 중죄가 예상되는 부정부패 사건의 당사자인 K국장은 여전히 건재해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상급기관인 충청남도 감사위원회가 감사 결과 비리혐의가 인정된다며 중징계 요구를 했는데도 무시한 결과이니 놀랍지 않을 수 없다. 보통 작은 실수나 간단한 비리만으로도 중징계를 면할 수 없는 것이 공무원이다. 하물며 지어낸 말로 시장을 팔았다는 데도 뇌물을 요구하고 뇌물을 수수했다는 범죄혐의자를 두고 징계는 고사하고 범죄혐의와는 관계없는 간단한 사유를 들어 직위해제 처분으로 면죄부를 주었다. 이를 보고 누가 당진시청을 비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과연 당진시는 부정비리를 근절할 의지는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 당진시민사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는 언론의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 사건의 공범이거나 몸통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약점이 제대로 잡혀 자리를 보존해 줘서라도 입막음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과연 오성환 시장은 자신의 해명처럼 “자신은 무관하고 K국장이 지어낸 말”에 불과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거짓말을 일삼고 당진시민과 시장의 명예를 훼손한 비리 혐의자를 요직에 중용하는가? 이래도 나는 무관하니 의심하지 말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런 당진시민의 합리적 의심을 검찰은 제대로 수사도 하지 않고 덮은 것이고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따라서 검찰은 지금이라도 사건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오성환 시장의 관련성이 있는지 한 점의 의혹도 없이 사건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

당진시민은 2010년 민종기 전 군수의 부정부패와 위조여권으로 해외 도주를 시도하며 벌인 활극을 기억하고 있다. 1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때의 트라우마는 당진시민을 괴롭히고 있다. K국장의 비리 혐의를 보며 또다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