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덕의 조용한 마을 안쪽,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소소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풍기는 ‘은빛어린이집’을 만날 수 있다. 작지는 않지만 포근한 느낌이 가득한 은빛어린이집은 1997년에 문을 연 이래, 29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힘’을 배우는 시간

“살다 보면 결국 중요한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상대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인간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은빛어린이집은 경청, 배려, 효도와 책임 같은 덕목을 월별 주제로 정해 아이들과 함께 생활 속에서 실천해 나간다.

4월의 주제는 ‘책임’. 아이들은 동화를 통해 책임의 의미를 나누고, 아이들 스스로 ‘책임’의 정의를 내려본다. “꼬마 선생님이 되어 친구들과 선생님을 끝까지 도와주는 거예요”라는 말은 아이들이 직접 내린 책임의 정의다. 아이들은 ‘책임’을 몸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도 스스로 정하고 투표하고, “책임감을 가져요”라는 인사로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놀면서 배우는 환경 실천

은빛어린이집이 중요하게 여기는 또 다른 키워드는 ‘환경’이다. 어른들이 하는 말 중에 ‘우리는 다 살았다. 그렇지만 앞으로 살아갈 아이들이 걱정이다’라는 말이 있다. 환경오염과 관련해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다양한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스스로 실천할 때 비로소 바뀐다고 생각해, 아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환경을 생각할 수 있도록 ‘에코 놀이’를 기획했다. ‘코드를 뽑아요’, ‘분리수거를 잘해요’, ‘차를 안 타고 걸어와요’ 등 매달 주제를 정하고 있다. 이번 달의 주제는 ‘플로깅’으로 날씨 좋은 4월, 아이들과 함께 마을을 돌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또한, 집에서 모아온 건전지를 종량제 봉투로 교환해보며 자원순환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몸으로 배우는 세상

은빛어린이집은 경험 중심 교육을 지향한다. 이곳에서는 실제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가져온 부엌 용품으로 주방 놀이를 하거나, 마당에서 자동차 면허 시험을 보며 실제 생활을 체험한다. 여름이면 수박 으깨기, 황토 놀이, 물감 놀이가 펼쳐지는 일주일간의 미술 캠프도 열린다.

말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

현재 63명의 영유아가 다니는 은빛어린이집에는 고려인을 포함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전체의 약 30%를 차지한다. 국적은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다양하지만, 아이들은 경계 없이 서로 잘 어울려 논다. 언어는 다를지 몰라도, 마음은 통하는 법. 굳이 어른이 나서지 않아도 아이들끼리 자연스럽게 유대감을 형성한다. “빠까빠까~” 하고 서로의 인사말을 나누는 모습에서는 따뜻한 배려와 순수한 교감이 느껴진다.

[미니인터뷰] 이승자 원장

“아이 줄어도 지역에서 자리 지킬 것”

“합덕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도 줄어들고 있고, 출산율 감소로 아이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한 명이 됐든 두 명이 됐든 마지막까지 이 지역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역사회에서도 외국인이라고 차별하고 경계하는 눈으로 보지 않고 보듬어주며 같이 살아가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은빛어린이집이 서로 화합하며 잘 지낼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