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이어트로 시작한 달리기
김연진 씨(37)는 우강면에서 태어나 합덕초, 서야중, 서야고를 졸업한 당진 토박이다. 어릴 적 그는 운동을 좋아하던 학생이었다. 합덕초등학교 재학 당시, 담임교사의 권유로 야구부, 농구부, 축구부 등에 참여했다. 그러다 육상부에 들어가며 멀리뛰기를 주종목으로 훈련하게 됐고, 흥미를 느꼈다.
많은 훈련시간에 부담을 느껴 결국 육상부를 그만두었지만, 운동은 꾸준히 취미로 이어갔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운동과는 멀어진 김연진 씨는 점점 체중이 늘어나 어느덧 체중계에 찍힌 숫자가 ‘97kg’에 이르렀다. 그 순간, ‘세 자리는 안 된다’는 다짐과 함께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그는 2021년 9월부터 혼자 달리기를 시작했고, 당진종합운동장과 당진천 벚꽃길 등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걷고 뛰었다.
하지만 달리기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무작정 빠르게 달리는 데만 집중하다가 시작한 지 2주 만에 다치고, 이후 3개월간 달리기를 중단해야 했다. 그는 부상과 추운 겨울로 인해 달리지 못하자 달리기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10km 이상은 뛰고 싶다’는 바람으로 유튜브를 참고하고, 주변의 러닝 경험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리고 그는 2022년 3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고 같은 거리를 훨씬 편하게 달릴 수 있었다.
“공부하고 자세를 교정하니 첫 일 주일은 3~4km씩, 이후에는 5km, 또 일주일 뒤에는 10km까지 무리 없이 달릴 수 있게 됐어요. 식단 조절도 함께했는데, 한 달 만에 10kg을 감량했습니다.”
고등학교 친구들과 함께 달리기
운동을 좋아하던 김연진 씨 주변엔 역시 운동을 즐기던 서야고 동창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한 명인 이기수 씨가 김연진 씨의 달리기에 함께하겠다고 나섰다.
“친구는 천안에서 지내 함께 달리지는 못했지만, 서로 기록을 공유하며 선의의 경쟁 상대가 됐어요. 친구가 5km를 뛰었다고 하면 저도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는 달리기에 자신감을 얻고 초보자에게는 쉽지 않은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친구들과 함께 대회 참가를 결심한다. 고등학교 동창 오세민, 김동현 씨도 동참해 총 네 명이 모였다. 평일에는 각자 연습하고, 토요일이면 함께 모여 15km 정도를 달리며 ‘하프 코스를 2시간 안에 완주하자’는 목표로 준비했다.

패기로 도전한 첫 마라톤 대회
대회를 앞두고 다시 10kg을 감량하고 체력도 끌어올렸지만, 막상 대회 날엔 여러 문제가 생겼다.
“전날 너무 긴장해서 한두 시간밖에 잠을 못 잤고, 페이스를 조절해줄 수 있었던 친구(김동현 씨)가 사정상 참가하지 못했어요. 경기 도중에는 풍선을 등에 달고 옆에서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마저 사라지면서 당황했습니다.”
13km 지점까지 함께 달리던 친구 이기수 씨에게 “먼저 가라”고 했지만, 친구는 끝까지 함께 해줬다. 그러나 17km 지점에서 결국 친구를 먼저 보냈고, 남은 4km를 홀로 달렸다.
“응원해주는 사람들도 많았고, ‘이 경기는 어떻게든 완주하자. 다시는 마라톤 안 나온다’는 생각으로 뛰었어요.”
결국 그는 2시간 25분의 기록으로 첫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당일엔 너무 힘들었지만, 다음 날 친구가 찍어준 사진을 보면서 성취감이 밀려왔어요. 그리고 연습한 것보다 못한 결과에 아쉬움이 남았고, 다음엔 더 나은 성과를 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DRT’ 당진러닝팀의 시작
김연진 씨는 함께 뛰던 친구들과 2022년 5월 당진러닝팀 ‘DRT’를 만들고, 첫 마라톤대회가 끝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첫 달리기 때 부상을 겪었기 때문에 ‘다치지 않는 러닝’을 모임의 핵심가치로 정했어요. 들어오는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꼭 이걸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 외의 첫 회원으로 달리기 실력과 지식이 뛰어난 회원이 가입하게 된다. 10km를 35분에 달리는 이 회원을 통해 김연진 씨는 달리기에 대해 더 깊이 배우기 시작했고, 이 회원이 소개한 실력자들의 뒤를 부지런히 따라다니며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며 경험을 넓혔다. 그분들이 정기적으로 달리던 화요일과 목요일은 이후 DRT의 정규 달리기 요일로 자리 잡았다. 김연진 씨의 기록도 점점 향상됐다.
지속 가능한 모임을 위한 노력
“운영 첫해는 미숙했고 스트레스도 많았어요. 달리기의 비수기인 겨울이 다가오는데 회원은 14명에서 더 늘지 않았고, 모임에 들어와 욕설을 퍼붓는 무례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다른 지역 러닝 모임을 찾아가 배우기도 하고, 온라인 카페에 홍보도 했어요. 무엇보다 회원 한 명 한 명이 잘 적응하도록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그는 모임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도록, 그리고 달리기에 진심인 회원만 모일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출석률과 회칙을 엄격히 운영했고, 그 결과 회원 수는 점차 늘어 40명을 넘어섰다.
“회원의 상태와 기록을 일일이 파악하면서 운영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70명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올해로 모임이 3년 차인데, 현재는 회원 수가 68명입니다.”

“또 다른 가족이 생겼습니다”
김연진 씨는 자신에게 달리기의 의미는 ‘함께 뛰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달리기를 통해 정말 소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다른 가족을 만났어요. 모임을 운영하면서 행사도 기획하고, 준비 과정이 힘들 때도 많지만, 회원들이 활동을 즐겨주는 그 자체가 너무 좋아요. 달리기 기록보다도 그들에게서 받는 응원과 연결감이 더 큰 행복입니다. 회원들의 만족이 저에겐 가장 큰 도파민입니다.”
또한 김연진 씨는 “훈련할 때는 솔직히 ‘하기 싫다’,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단은 ‘운동장까지만 가자’고 생각한다”며 “막상 운동장에 가면 회원들에게 인사하게 되고, 어느새 달리고 있다. 팀원들을 보고 힘을 얻고 다시 뛰게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닝을 시작하고 싶지만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일단 운동장에 가보세요. 그러면 이미 70%는 성공한 겁니다.”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운동이 아니더라도 일이 아닌 다른 것 중에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쯤 찾아서 끝까지 몰두해봤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분명히 그 안에서 큰 행복과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 김연진 씨는
- 우강면 송산리 출생
- 합덕초, 서야중, 서야고 졸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