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당진시 전역에 이른바 관변단체로 불리는 단체들의 명의로 된 현수막이 일제히 게시되면서,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두고 지자체장과 선출직 인사의 관제 홍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호수공원 조성을 찬성하는 현수막에 이어, 당진시와 현대제철 간의 자사고 및 종합병원 설립 관련 업무협약(MOU)을 환영하는 현수막들이 잇달아 내걸렸다. 이와 함께 면천면 일대에는 특정 도의원의 이름이 명시된 현수막까지 게시되며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수막에는 “당진 자사고·종합병원 설립 협약을 환영합니다”, “자사고 및 종합병원 설립 업무협약, 당진의 새 희망”, “자사고·종합병원 유치로 당진의 꿈이 현실로”, “새로운 미래! 당진시와 현대제철의 상생발전을 응원합니다” 등의 문구가 담겼다.

이들 현수막은 주요 도로변, 행정복지센터 주변, 공원 입구 등 도심 곳곳에 동일한 형식과 문구로 게시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는 단체들의 자발적 게시가 아닌 조직적인 동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 주민은 “지역 곳곳에서 동시에 비슷한 문구의 현수막이 걸렸다”며 “자발적으로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 사실상 시가 관변단체를 동원해 정책 지지를 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시가 정책을 성과처럼 포장하고 이를 현수막을 통해 여론 조작하는 것은 명백한 정치 행위”라고 지적했다.

“행정으로부터 현수막 게시요청 있었다”

특히 일부 단체 관계자들은 “행정으로부터 현수막 게시요청을 받았다”고 증언해, 행정이 직간접적으로 현수막 게시에 개입했음을 뒷받침했다.

한 단체 관계자는 “행정 측 요청으로 현수막을 게시하게 됐으며,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속에서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행정의 요청에 따라 내부 논의 후, 산하 단체들이 판단해 게시한 것”이라고 말해 행정이 일정 수준 개입했음을 시사했다.

반면 지역 행정복지센터의 한 관계자는 “해당 단체들이 먼저 게시 의사를 밝혀 대행했을 뿐이지, 요청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시의 한 관계자는 “행정의 정책이나 성과를 홍보하기 위해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라며 “일부 관련 단체들에게 현수막 게시를 요청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다”라고 밝혀 관행적으로 이 같은 일을 해 왔음을 전했다.

“존재하지 않는 정미면 농민회 현수막이 게시되기도”

이뿐만이 아니다. 존재하지 않는 단체 명의로 현수막이 게시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실제 당진시 농민회 관계자는 “정미면 농민회는 십수 년 전에 해체돼 존재하지 않는다”며 “실체 없는 단체 이름을 도용해 치적을 홍보하는 것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정미면 행정복지센터 측은 “지역 내 농민단체가 현수막 제작을 요청해와 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단체명을 잘못 기재했다”라며 “현수막 시안을 확인하지 못하고 실수로 게시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공무원 지시 있었다면 정치적 중립 위반 소지”

공무원이 관변단체에 현수막 설치를 요청하거나 문구를 제시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는 지방공무원법상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또한 옥외광고물법상 사전 심의 없이 설치된 현수막은 불법 광고물로 간주될 수 있다.

당진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의 정책이나 예산, 기관 유치 등과 관련해 단체들이 축하 성격으로 현수막을 게시하는 것은 통상적인 관행”이라며 “다만 공무원의 요청이나 압력이 있었다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면천면에 게시된 특정 도의원을 칭찬하는 현수막에 대해서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판단을 해당 단체에 지난 3일 통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8일 해당 지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여전히 현수막은 철거되지 않은 채 게시돼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당진교육지원청 사거리 현수막 지정 게시대에는 “오성환 시장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당진시민을 위한 호수공원 건립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선거법 위반 논란이 예상된다.

공직선거법(254조)은 선거운동기간 전에 법에 규정된 방법을 제외하고 선전시설물·인쇄물 등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