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의 집중호우 사전 대비책들이 실제 상황에서 한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8일 제121회 당진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은 시가 준비한 시설들의 효과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근본적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배수펌프장 사업 일정 차질…내년 홍수 대비 어려워

이날 당진시는 지난 16~17일 집중호우로 407억 5900만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축산업 피해가 심각해 41개 농가에서 39만 8655마리가 폐사했다. 의원들의 질의 과정에서 시가 사전에 준비한 대비책들의 한계가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배수펌프장 완공 시점이다. 읍내동(전통시장 일원) 배수펌프장은 설계 진행률 51%로 올해 12월 착공 예정이지만, 채운동(정보고등학교 일원) 배수펌프장은 사업 선정부터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읍내동 도시침수 예방사업(341억 원)은 현재 설계 공정률 51%로 올해 12월 배수펌프장이 우선 착공 예정돼 있다. 반면 채운동 도시침수 예방사업(423억 원)은 현재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업체 선정을 위한 PQ(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인순환 과장은 채운동 사업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용역이 선정돼야 물이 흐르는 방향과 양을 시뮬레이션해서 펌프장 위치를 선정하고, 토지 매입까지 해야 하는 과정이 약 1년 걸린다”고 설명했다.

특히 채운동 지역은 이번 호우에서 침수 피해가 가장 심했던 당진정보고등학교와 한중아파트가 위치한 곳으로, 배수펌프장 2개소(700톤 규모)가 계획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내년 완공이 어려운 상황이다.

채운동 배수펌프장은 당진 정보고등학교와 탑동초등학교 일원에 배수펌프장 2개소(700톤) 신설과 우수관로 신설 및 개량 2.8km 사업이다.

석문호가 핵심 원인…관리 주체간 협력 부족

의원들은 이번 침수의 근본 원인으로 석문호 관리 문제를 지적했다. 김선호 의원은 “이번 침수의 근본 원인은 석문호에 있다”며 “정미면부터 슬항리까지 역천 일대가 모두 침수돼 자연 담수지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당진 시내가 간신히 버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김봉균 의원은 “농어촌공사 관리 수문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며 “전체적인 현황 파악 후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주 의원은 “석문 담수에 태양광 설치를 검토 중이라는데, 준설도 안 된 상태에서 태양광부터 설치하면 향후 피해 발생 시 책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지역 주민들이 “물 속에 화약통을 안고 들어간다”고 표현할 정도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심의수 의원은 “당진천 확장 시에도 제방 안전성을 고려해야 하고, 석문 배수관문 위치가 바다 수위보다 얕아 실질 운용시간이 3시간 정도에 불과하다”며 “대형 배수펌프장 설치를 포함한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시 전반 물 흐름 관리 필요…"배수펌프장은 임시방편"

김명회 의원은 “배수펌프장은 임시방편”이라며 “전반적인 도시의 물 흐름을 파악하고 이번 강우량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시장을 통해 오래 사신 분들 증언에 따르면 예전 당진천변 하수 정비 과정에서 우수관이 좁아진 곳들이 있다”며 “빗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우수 흐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수판·양수기 배치의 한계 노출

조상연 의원은 “한중아파트에 2023년 설치한 차수판이 59cm였는데, 이번에 2m 넘게 침수되자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설치 당시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나”라고 지적했다.

구본상 안전총괄과장은 “차수판 높이 한계를 인정한다”며 “이번 비로는 차수판 높이를 훨씬 넘어서 막을 수가 없었다”고 답했다.

양수기 배치 문제도 제기됐다. 조상연 의원은 “전통시장에 전진배치했다던 양수기 10대가 창고에 있다가 침수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7월 16일 긴급정비 공문이 있었음에도 사전 대응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구본상 과장은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라고 배치한 것이고, 시 관리 양수기는 따로 여성복지관 앞에 배치되어 있다”고 설명했지만, 조상연 의원은 “전진배치했다는 보고 내용과 사실이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빗물받이 점검 대상서 최대 침수지역 누락

조상연 의원은 시가 제출한 ‘빗물받이 중점 관리 점검 대상’ 14개소에 당진전통시장실 약 1km 구간에 빗물받이 100개 정도에 대한 점검이 다 진행됐는지를 물었다.

이영필 도로과장은 “팀별로 취약지역에 대해서 점검했다”고 답했고, 조상연 의원은 “중점관리 점검대상 14개소에 침수가 가장 심했던 당진정보고·한중아파트 지역이 없다”며 “실제 침수 현장과 점검 대상이 불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영필 도로과장은 해당 지역도 점검했다고 해명했지만, 조상연 의원은 "의원 두 분이 직접 현장에서 물이 안 빠지는 것을 확인했는데 믿을 수 없다"고 재반박했다.

“200년 빈도가 1년 주기로”…기후변화 대응 필요성 제기

이번 호우에 대해 구본상 안전총괄과장은 “기상청 발표에 의하면 200년에 한번 꼴로 내리는 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작년에도 비슷한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점이 언급됐다.

김덕주 의원은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200년 주기가 이제 1년 주기가 됐다”며 “계속 기후온난화로 내년에도 올 수 있다는 얘기”라고 우려를 표했다.

공무원 차량 피해도 보상 체계 미비

윤명수 의원에 따르면 복구 지원에 나선 공무원들의 개인 차량 8대가 침수되어 일부는 폐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대인 상해보험만 가입되어 있고 대물보험은 들어있지 않다”며 “법적 검토를 거쳐 가급적 보상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윤 의원은 “공무원들이 시민 안전을 위해 투입된 거 아니냐. 이런 것조차 피해 보상이 안 된다면 앞으로 어느 공무원이 내 차 끌고 현장 나가겠나”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농업 피해 보상 한계

최연숙 의원이 제기한 농업 피해 보상 문제도 한계를 보였다. 올해 논콩 재배면적이 작년 240ha에서 520ha로 2배 이상 확대됐지만, 보험가입률은 50% 수준에 그쳤다.

이남길 농업정책과장은 “보험 가입 시 최대 80% 보장받을 수 있지만 현재는 40% 지급 대상”이라며 “농식품부에 미가입자 구제방안을 건의했지만 시 차원의 별도 보상은 추진하지 않는다”고 했다.

시설 입지 선정부터 문제 지적

김명진 의원은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시설재배하는 곳을 보면 전부 저지대에 있다. 조금만 비가 와도 침수되는 곳인데 매년 지원해주고 매년 침수됐다고 한다”며 “불보듯 뻔한 데 시설을 해놓고 있으면서 비 조금 더 오면 맨날 침수됐다고 하는데, 우리가 지원할 때부터 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농업정책과는 “내년도 사업부터 적용하겠다”고 답했다.

종합 대책 마련 시급

시는 1517건 중 1456건을 복구해 96%의 높은 복구율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김선호 의원은 “재해가 일어나고 나서 바로 장비를 투입해 도로나 수로를 쳤어야 하는데, 예산 세우고 절차 밟느라 며칠 늦어져 지역 민심이 더 흉흉해졌다”며 초동 대응의 아쉬움을 표했다.

김명회 의원은 “전통시장뿐 아니라 구청사 일대 우수관 정비도 미흡하고, 과거 당진천변 정비 시 기존 우수관이 축소된 구간이 있다”며 “도시 전반의 배수체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