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악읍 중흥리의 ‘전통목공예연구소’ 문을 열면, 나무 향과 함께 세월의 결이 스며든 목조각품이 빼곡이 자리한다. 장승과 솟대, 혼례용 기러기(목안), 탈, 지팡이까지. 공방 곳곳이 권오곤(67) 조각가의 50여 년 예술 인생을 말없이 증언한다.
권 조각가가 처음부터 나무를 깎았던 것은 아니다.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20대 초반, 초상화로 그림 인생을 시작했다. 하지만 남의 얼굴을 똑같이 그림을 그리는 것에 예술의 아쉬움을 느꼈다. 그 허전함이 커질 무렵, 버스에서 본 ‘한양목공예학원’의 간판을 보았고, 이것이 그의 길을 바꿨다.
바로 목공예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함께 수학하던 후배와의 인연으로 안동 하회마을에 들어가 전통 하회탈 제작을 10년 넘게 익혔다. 그리고 목안과 장승, 솟대 등 전통 목조각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지난 10년 ‘목안공방’으로 당진 찾아
그가 당진을 찾은 것은 지난 10년 전이다. 송악읍 부곡리에 ‘목안공방’을 운영하며 수강생과 작품을 만들고 납품을 활발히 이어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그에게 고난을 안겼다. 일주일에 5~6명이었던 수강생은 자취를 감췄고, 서울의 인사동과 이태원으로 보내던 작품 납품도 끊겼다. 또 중·고등학교 체험학습 강의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바로 들이 닥친 경기침체는 예술 분야를 더더욱 힘들게 했다. 특히 생활 필수품이 아닌 전통 목조각품은 외면 받았다. 결국에 권 조각가는 사업자등록을 말소하고 지금의 자리로 옮겨 ‘전통목공예연구소’를 세웠다.

의미 살린 전통의 목조각품
4년째 이어가는 작은 이 공간에도 그가 평생을 걸어온 발자취가 고스란히 쌓여 있다. 특히 전통의 뿌리를 지키면서도 현대인의 감각에 맞춘 작품이 눈에 띈다. 예전에는 장승이 해괴하고 무서운 얼굴이었다면, 그의 장승은 친근하고 따뜻하다. 손바닥만 한 작은 장승부터 탁자를 들고 있는 장승까지 형태마저도 다양하다.
또 솟대 역시 본래의 ‘소망 전달자’ 의미를 살려 다양하게 만들었다. 입체부터 평면까지, 그리고 크기까지 여러 작품의 솟대가 있다. 지팡이에는 기성품과 달리 위에 거북이와 기러기, 용이 얹혀 있다. 지팡이를 짚으면서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겼다. 그리고 메기나 용의 입을 형상화 한 목비는 출세와 건강이라는 상징까지 품고 있다.
이외에도 토끼나 거북이, 두꺼비, 멧돼지 등의 동물 조각부터 생활에 바로 쓰일 수 있는 목침과 도마까지 그의 손끝은 전통과 실용을 동시에 담고 있다.
“목공예 작품을 자유롭게 만드려면 1000개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 있어요. 저는 아마 수 만 점의 작품을 그동안 만들었을 거에요. 지금은 원목만 보아도 그 안에 어떤 작품이 있는지 보여요.”

“전통이 계속해 지켜졌으면”
전통을 사랑하고 지키고 싶지만, 예술가로서 살아가는 길은 쉽지 않다. 동료나 제자가 생활고로 인해 예술을 그만둔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그는 “전통이 잊히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전통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가고자 한다.
후배를 양성하고, 주변 공공 시설에 작품을 기증함으로서 전통의 명맥을 조금이나마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는 “세상을 떠날 때 자신의 작품을 기증해 많은 사람에게 전통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통이 많은 사람들에게 퍼졌으면 좋겠어요. 사라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죠. 하지만 한 살씩 나이를 먹을수록 절망에 빠지고 있어요. 그치만, 우리의 좋은 전통이 활성화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해 작품 활동을 이어갈 것입니다.”

“아내와 함께하는 작품활동”
한편, 그의 곁에는 아내 김미정 씨가 있다. 지적장애 2급인 아내 김미정 씨와 권오곤 작가는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권오곤 작가의 지도로 목조각을 배우기 시작한 아내는 장애가 있지만, 한 번 작품 활동에 빠지면 밤 샐 줄 모른 채 시간을 보낸단다. 아내의 건강이 걱정된 권 작가는 시를 써볼 것을 권유했고, 김 씨는 장애인 문학단체인 달팽이문학회에 가입해 시를 쓰기도 한다. 권 작가는 “아내와 함께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하나의 소망”이라고 전했다.
전통목공예연구소는?
△ 주소 : 송악읍 송악로 698(중흥삼거리, 중흥농약사 앞)
△ 문의 : 010-4230-8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