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대산 간 고속도로 건설 현장 인근 염소농장에서 집단폐사가 발생한지 한 달 반이 지나고 있지만 사태는 여전히 수습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1569호 새벽 '쾅' 굉음에 8년 키운 염소 떼죽음 참조>
지난달 26일에 열린 1차 협의회에서는 피해 원인을 둘러싸고 주민과 도로공사 간의 입장차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지난 4일에 열린 2차 협의회에서도 같은 쟁점이 반복됐다. 도로공사와 시공사 태영건설은 “발파 소음·진동은 법정 기준치 이내이며, 인과관계가 입증 되면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반면, 피 해 농가와 시민단체는 “환경이 바뀐 건 발파 뿐”이라며 즉각적인 보상과 재발 방지책을 촉구했다. 정치권 역시 감독기관의 책임을 지적 하며 공방이 격화됐다.
조건부 보상론…“인과관계 입증되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계측 자료에 따르면 발파 소음과 진동은 모두 법정 기준치 이내였다”며 “그럼에도 폐사가 발생한 만큼, 제3기관 조사 결과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국립검역본부 등 공신력 있는 절차가 있으며, 필요시 도로공사가 입증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시점과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태영건설 역시 “설계와 발주처 지침에 맞춰 발파를 진행했으며, 계측은 외부 용역을 통한 공인 방식”이라면서도 “재발 방지를 위해 방음벽· 완충장치 설치를 추가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이 바뀐 건 발파뿐”농가와 시민단체의 반박
피해 농장주는 “발파 전후를 비교하면 달라진 건 발파 소음뿐”이라며 “도로공사가 ‘입증되면 보상’만 반복하는 건 책임 회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거의 두 달 새 150두에서 82두로 줄었다. 폐사율은 80%에 달한다” 며 “남은 개체들도 스트레스 증세가 심각하다. 현실적으로 이주밖에는 답이 없지만, 부지·비용·주민 수용성 문제까지 내가 감당할 수는 없다”고 도로공사에 피해를 호소했다.
차준국 당진참여연대 회장도 “도로공사가 처음엔 ‘500m 밖이라 관리 대상이 아니다’ 고 했지만 실제 측량은 396m였다”며 “사실 관계조차 불분명한데 주민이 어떻게 믿겠느냐”고 비판했다.
거리·계측 신뢰성 논란 “데시벨이 전부 아니다”
도로공사는 “발파 소음은 55데시벨로 기준 치 이내”라고 주장했으나, 농가와 시민단체는 “가축은 인간보다 훨씬 민감하다”며 반박했다.
이들은 “사전 고지 이후 발파음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졌다”, “계측 장비가 이동해 공백이 생겼다”며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시공사인 태영건설은 “민원 지점을 추가 측정 하기 위한 조치였고, 수치를 조정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불신은 여전하다.
정치권의 질타 이어져 “감독기관은 도로공사”
이날 자리에 함께한 김기재 전 당진시의회 의 장은 “도로공사가 초기에 거리를 잘못 제시했다 면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며 “사실 관계를 명확히 공개하고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연숙 당진시의회 부의장은 “주민 호소는 단순 불만이 아니라 실제 피해임이 명백하다” 며 “도로공사와 태영건설은 조속히 보상안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 시의회도 행정과 함께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날 차준국 회장은 “보상은 공사 착수 전에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감독기관이 시공사 뒤에 숨지 말고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도로공사 측은 “명확한 법적 사유가 있어야 공사를 멈출 수 있다”며 원칙적 입장을 고수했다.
타지역 유사 사례
비슷한 갈등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왔다. 2022년 강원도 영월에서는 석회석 광산 발파로 인근 마을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아 집단 유산·폐사한 사례가 보고됐다. 당시에도 사업자는 “법정 기준치 이내”를 주장했으나, 주민 피해는 명백했다. 결국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나서 조정이 진행됐고, 일부 보상과 추가 방음대책이 이뤄졌다.
또한 경북 봉화군에서는 석탄 채굴 발파로 양계장 닭들이 스트레스로 폐사해 법적 분쟁 으로 이어진 바 있다. 법원은 “법정 기준치 이 하라 해도 특정 환경·조건에서 가축 피해 가능성이 있다”며 주민 손을 들어줬다.
이처럼 발파 공사와 가축 폐사 문제는 단순 한 수치 논쟁을 넘어, 실제 피해와 민감성을 고려한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남은 과제와 3차 협의회 전망
협의회는 농가와 시민단체 측의 “다음 회 의 전까지 구체적 보상 계획을 제시하라”는 요구 속에 마무리됐다.
도로공사와 태영건설은 “인과관계 입증 시 보상” 방침을 고수했지만, 농가와 시민단체의 불신은 깊어지고 있다. 거리와 계측 신뢰성, 책임 주체, 보상 범위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
다음 3차 협의회에서 도로공사와 시공사가 실질적인 보상안과 재발 방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사태 수습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