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산–당진 고속도로 천의구간 터널 공사 중 발파공사로 인근 염소농가에서 집단 폐사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농가와 시민단체가 지난 22일 당진시청 앞에서 사업주인 한국도로공사와 시행사인 태영건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서 발표 후 도로공사 당진현장사무소까지 행진해 두 번째 기자회견을 이어갔으며, 경찰 중재로 도로공사 단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그러나 도로공사는 면담에서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고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양측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6개월간 원인 모른 채 염소 수십 마리 폐사…행정·공기업 모두 외면”
성명서 발표 현장에는 전국염소협회 대전·충남지부(지부장 김희봉),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회장 차준국), 윤석남 피해농장주, 지역 주민 등 50여 명이 참석했다.
김희봉 전국염소협회 대전·충남 지부장은 “7월부터 축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사가 이어졌지만 어느 기관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검역본부에서 ‘질병이 아니다’라는 결과까지 나왔는데도 도로공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차준국 참여연대 회장도 “발파가 원인인지 농가가 입증하라는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환경분쟁위까지 가면 최소 9개월이 소요되는데 그동안 농가는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피해 농가 “하루에도 몇 마리씩 죽어…축사 들어가는 게 무서울 지경”
피해 농장주 윤석남 씨는 “7월 이후 하루에도 2~10마리가 폐사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아침마다 ‘오늘은 또 죽었을까’ 걱정하며 축사에 들어간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 1년 동안 매출이 한 번도 없었고, 부검 결과도 질병이 아니라는 게 확인됐지만 도로공사는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윤 씨에 따르면 축사 주변 5~6개 농가에서도 비슷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고령 농가가 많아 문제 제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도로공사까지 행진…현장 앞에서 두 번째 기자회견
시청 앞 기자회견을 마친 농가와 염소협회, 시민단체는 도로공사 당진현장사무소까지 약 1.2km 구간을 행진했다. 도로공사 앞에서는 △즉각 보상 협의 착수 △축사 보호 대책 마련 △발파 공사 중단 등을 요구하며 두 번째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안전 확보를 위해 투입됐으며, 현장에서 발파 작업 중지 명령(당진경찰서)이 내려졌다는 사실이 공유되기도 했다.
“환경분쟁위 결과 보겠다” 기존 입장 반복
도로공사 앞에서 기자회견이 이어지자 약 20여 분간의 조율 끝에 경찰 중재로 도로공사 단장과의 면담이 성사됐다. 시민단체와 농가는 △축사 이전 대책 △생계 보전 방안 △농장주에게 단장 개인 연락처 제공 △12월 말까지의 구체적 대안 마련을 요청했다. 그러나 연락처 제공은 이뤄졌지만, 핵심 요구에 대한 답변은 얻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그 전에는 공식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는 “환경분쟁위는 최소 9개월 이상 걸린다. 사실상 시간을 끌겠다는 의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단체 “12월 말까지 대안 내놓아야”…향후 추가 투쟁 예고
참여연대와 염소협회 등은 △농가 이주 대책 △생계·보상 대책 △축사 긴급 보호 조치 △환경영향평가 부실 책임 규명을 요구하며 “12월 말까지 도로공사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으면 강력한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태는 단순 민원이 아니라 공공사업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라며 “당진시와 국토부도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