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상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그림책 한 권으로 태어났다. 아이들을 가르치던 유치원 교사에서, 아이를 키우며 또다시 길을 찾아 나선 엄마로, 그리고 마침내 작가가 된 이강희 작가. 당진 출신의 이강희 작가는 그림책 <달라질거야>를 통해 서해의 고양이 눈으로 바라본 자연과 환경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그가 전하고 싶은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을 “달라질거야”라는 희망을 바꾸는, 작은 움직임의 힘이다.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이강희 작가는 읍내동에서 태어나 당진초와 호서중, 당진고를 거쳐 대학까지 고향에서 다닌, 말 그대로 ‘토박이’다. 지금 그가 그림책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그는 이를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지만, 사실은 오래도록 쌓아 온 경험과 배움, 그리고 우연처럼 다가온 인연들이 만들어낸 필연에 가까운 결과였다.
이 작가는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로 일했다. 아산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을 시작해 서울에서도 오래 근무했으나, 결혼을 앞두고 고향 당진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결혼과 동시에 많은 여성이 겪는 것처럼 경력 단절의 벽에 부딪혔다. 다시 교단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교사라는 직업은 시간에 매여 있어 육아와 병행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자녀가 어려 종종 아픈 탓에, 엄마의 손길이 필요해 직장의 문턱까지 갔지만 결국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배움에서 찾은 새로운 길
육아를 전념하다 보니 생활 반경은 좁아지고, 관계망은 한정됐다. 새로운 것을 배우길 좋아했던 그는 “여기서 내가 뭘 하고 있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답은 곧장 ‘배움’이었다. 도서관을 찾은 그는 동화구연 과정을 밟아 자격증을 취득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동아리를 구성하며 서산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이어갔다.
동화구연은 취미를 넘어 무대의 경험으로 이어졌다. 아마추어 동아리였지만 기관의 지원을 받아 공연 무대에 올랐고, 이 경험은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연출하는 밑거름이 됐다. 점차 기관에서는 그에게 직접 주제를 제안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이강희 작가의 관심사였던 ‘환경’이 중심에 자리 잡았다.
환경에 뿌리내린 관심
이강희 작가가 환경 문제에 마음을 두게 된 것은 오랜 과거로 거슬러 간다. 유치원 교사로 재임할 때부터 환경 교육이 애정을 가졌던 그는 사례 연구를 진행했고, 서울의 11개 교육청이 주관한 연구 발표에서 1등을 차지한 경험도 있다.
또한 그는 TV 속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다. 그러던 중 2022년, 지구촌 뉴스에서 짧게 접한 한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쓰레기를 주워 아버지에게 가져다주고, 아버지는 그것을 재활용하는 모습이었다. 바로 업사이클링이었다. 그는 “저거다!”라는 깨달음이 순간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즈음 당진에서 만난 한 작가가 “한 번 글을 써봐라, 도와주겠다”는 격려를 해줬고, 이강희 작가는 그때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다. 동화보다 훨씬 압축적인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 그림책 글쓰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이때 쓴 첫 글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만, 그 원고가 이번 책의 시작점이 된 <달라질 수 있을까>였다. 이후 그는 이 원고를 바탕으로 극본을 쓰고 직접 인형을 만들어 인형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팬심’에서 인연으로, 그리고 책으로
그의 길은 여기서 또 한 번 인연을 만났다. 오랫동안 존경해 온 이욱재 작가와 연결된 것이다. 무려 8~9년 동안 그의 작품을 응원해온 팬이었기에, 직접 만나게 된 건 더없이 특별한 일이었다. 이욱재 작가는 이강희 작가에게 “책을 써보라”는 용기를 건넸다. 이는 공연에서 늘 다른 사람의 작품을 활용하며 느꼈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회였다.
여기에 출판사 대표와도 인연이 닿았다. 식사 자리에서 “써 놓은 글이 있냐”는 물음에 꺼내던 것이 바로 <달라질 수 있을까>였다. 대표는 “좋은 소재”라면서 한 번 같이 고쳐볼 것을 제안했고, 이후 수 차례 편집과 수정을 거쳐 지금의 그림책 <달라질거야>가 탄생했다. 글과 그림의 조화를 맞추는 과정은 쉽지 않았지만, 1년이 넘는 긴 시간을 들여 완성할 수 있었다.
“나 하나쯤이야”에서 “달라질거야”로
<달라질거야>는 한순간에 탄생한 책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은 책을 빨리 냈다고 하지만, 사실은 고등학교 시절 문학에 빠져들었던 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강희 작가는 앞으로 이 책을 바탕으로 다양한 독후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는 “사람들이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 대신 ‘달라질거야’라는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책의 글을 최대한 줄이고, 독자들이 스스로 여운을 느끼며 생각할 수 있도록 남겨두었다.앞으로도 그는 독자와 직접 만나 책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환경만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문화재에도 관심이 많아 이를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에도 의욕을 보인다. 그는 “공부에 끝이 없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말에서 여전히 배우고 성장하며, 또 다른 책을 준비할 설렘이 담겨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