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전통시장이 노후화 문제로 철거·재정비에 들어가면서 상인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당진시장정비사업(주)와 사업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재입점 상인회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 건물, D등급 판정으로 철거 불가피
당진전통시장의 상설시장(나동), 정기시장(다동), 청과시장(라동)은 모두 1970년대에 준공된 건물이다. 세월이 흐르며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철근이 노출·부식되는 등 안전에 취약해졌다. 당진시는 2021년 전문기관에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했고, 상설시장과 정기시장은 ‘D등급’을 받았다. 청과시장(라동)은 1000㎡ 이하로 안 전점검 대상시설물에서 제외됐지만, 이 시설 역시 노후된 상태다.
시설물 안전등급은 총 A등급부터 E등급까지로, 그중에서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하게 보수와 보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D등급을 받으면, 시설물의 관리 주체는 1년 이내에 정밀안전점검을 실시하고, 2년 이내에 시설물의 보수와 보강 등 필요한 조치를 실시해 3년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이로써 D등급을 맞은 당진전통시장은 당므달 24일까지 신개축 또는 보수 보강을 진행해야 한다.
정비사업(주) 출범과 기부채납 방식
재정비 논의는 지난 10년 전부터 이어졌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그 후 2년 전 안전진단을 계기로 상인 총회가 열렸고, 논의 끝에 ‘기부채납’ 방식으로 결정됐다. 기부채납 방식은 현재 당진전통시장이 생길 때의 방식과 같다. 토지주인 당진시가 땅을 내어주고, 상인들이 공사비를 들여 건물을 건축한다. 이후 상인들은 당진시에 건물을 기부채납하고, 당진시는 상인들이 20년 동안은 무상으로 임대할 수 있도록 계약한다.
당진시가 개개인의 상인과 계약하기 어렵기 때문에 단체가 필요했으나, 기존 비영리단체인 전통시장상인회는 사업 추진에 한계가 있어, ‘당진시장정비사업(주)’(이하 정비사업(주))이 설립됐다. 대표이사는 정제의 당진전통시장상인회장이 맡았으며 이후 당진시와 정비사업(주)가 ‘당진전통시장 기부채납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재정비 사업에 참여를 희망하는 상인은 전체 131개 점포 중 55개 점포로, 이들은 건축비를 들여 재입점 계획을 갖고 있다. 나머지는 당진시로부터 영업손실 보상을 받고 장사를 접기로 했다. 현재 감정평가액은 약 19억7559만 원으로 산출됐으며, 미입점 점포에 대한 보상은 9월까지 완료될 예정이다.
반대 측 주장 “입찰 두고 수의계약?”
그러나 재정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다. 현 사업에 반대하는 재입점 상인회(회장 최덕진)는 정비사업(주)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상인들이 건축비를 부담하는데도 설계안과 공사비 책정 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올해 4월 설명회 이후 구체적인 안내가 없었고, 동의서 제출을 독촉하는 과정도 ‘협박성’이라고 반발했다. 이들은 설계 구조 역시 광장형 구조를 요구했으나, 기존 벽돌식 배치가 유지되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이사 선출 문제도 갈등 요인이다. 반대 측은 이사회 참여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며 “비판적 이유를 냈다는 이유로 배제됐다”고 주장한다. 또한 설계 업체와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점에 대해서도 “입찰을 통해 공사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수의계약으로 추진하려 한다”며 투명성 문제를 삼고 있다.
이들은 “당진전통시장 재정비 사업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닌, 당진시민과 상인을 위해 지어져야 한다”며 “투명하게 재정비 사업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비사업(주) “사업 추진 어려워”
반면 정비사업(주) 측은 “올해 4월 세 차례 설명회를 열어 가도면을 공유했다”며 “그때마다 반대하는 목소리로 인해 회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안이 없는 반대 의견인 데다가,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그랬다더라’는 식의 의견이라 반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진행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천안의 미당 건축사 사무소에 맡겨 설계안을 만들고 있다”며 “15번의 수정을 거치면서 가도면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들과 계약한 것은 아니고, 도면이 정해지고 난 다음에 다른 시공사로부터 견적을 받아 비교 후 정할 예정”이라며 “조달청에 입찰을 맡기면 기타 비용이 꽤 들기 때문에, 이후 견적을 내는 회사의 구조(안정성)과 공사비 단가 등을 따져 합리적으로 계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정 투명성 논란에 대해서는 “자금을 신탁회사에 맡겨 목적에 맞게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동의서 제출을 독촉한 공문에 대해서도 “철거와 임시시장 이전 시점이 다가오고 있어 사업 차질을 막기 위한 안내”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미 재정비 사업에 당진시의 예산이 투입된 상황에서 대안 없는 반대가 계속되면 사업 추진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