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지에서 재배하는 쪽파는 기상 조건에 따라 작황이 크게 달라져 수급이 불안정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쪽파의 잎끝이 마르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배가 쉽지 않다. 같은 작물을 연속적으로 심으면 연작장해로 인해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수경재배를 활용하면 이러한 한계를 해결할 수 있다. 일정한 온도와 수분이 유지되는 시설 안에서 물과 양액으로 재배하기에 기상 영향을 적게 받고 사계절 내내 생산이 가능하다. 최근 충남을 중심으로 쪽파 수경재배를 시도하는 농가가 점차 늘고 있다.
당진에서 개인 농가로는 가장 큰 규모의 쪽파 수경재배 농장을 운영하는 김범수(37) 농부가 있다. 본격적으로 당진에서 농사를 시작한 지는 7년 차로 쪽파 수경재배는 올해로 재배 3년 차를 맞았다.
신학과 졸업 후 농업의 길로
김범수 씨는 석문초, 고대중, 호서고를 졸업한 당진 토박이다. 이후 대학에서는 신학을 전공했지만 현실적인 진로를 고민하며 새로운 길을 택했다.
그는 농사를 짓던 아버지 김종옥(67) 씨와 할아버지 김연곤(87) 씨를 보며 자연스레 농업으로 눈을 돌렸다. 김범수 농부는 “어느 분야로 가야 가장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부모님이 이미 밭농사와 논농사를 하셨고 장비도 있으니 괜찮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고구마 농사로 첫 도전
농사를 시작하겠다고 결심한 김 농부는 다시 대학에 진학했다. 27세의 나이에 한국농수산대학교 채소학과에 입학한 것이다. 그는 공부와 자신의 농사를 동시에 시작했다. 첫 시도는 실패였다. 그는 “어떤 흙에다 심어야겠다는 지식도 없이 고구마를 심었는데 연 매출이 600만 원이었다”며 “‘농사를 계속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후 김범수 씨는 감자와 고구마 등 당진 지역의 대표 작물들을 다양하게 시도하며 경험을 쌓았다. 꽈리고추도 그 중 하나였다. 600평의 하우스에서 꽈리고추를 키웠지만 혼자서는 수확량을 감당하기 어려웠고 직원을 고용하자니 인건비 상승과 효율성 문제로 한계를 느꼈단다.

쪽파 첫 수확에 경매가 1위
새로운 방법을 찾던 그는 당진시농업기술센터를 찾았고 담당자로부터 쪽파 수경재배를 제안받았다. 이후 김범수 농부는 쪽파 수경재배로 유튜브 채널로 유명한 ‘김농부의 하루’의 모든 영상을 보며 공부했고 실제로 천안까지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준비 끝에 쪽파 수경재배를 시작한 2023년 여름, 첫 수확한 쪽파가 인천광역시 경매시장에서 경매가 1위를 기록했다. 그는 “쪽파 수경재배를 시작하기 전에 노지 쪽파보다 단가가 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걱정했는데 첫 수확에 성과를 얻었다”며 “연차가 쌓이면 더 좋은 쪽파를 생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음 해에는 수확량이 급격히 줄며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농사는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다 보면 금세 산으로 가요. 쪽파 수경재배는 아직 기술 데이터가 많지 않아서 시행착오가 많아 고생했어요. 결국 초심으로 돌아가니 잘 되더라고요.”

“소명 절차 개선돼야”
한편 김범수 씨는 최근 쪽파를 출하하던 중 억울한 일을 겪었다. 기준에 맞게 농약을 사용했음에도 잔류농약 검사에서 기준치를 초과했다는 이유로 출하 정지를 받은 것이다. 그는 “농약을 정확한 기준에 맞게 줬고 CCTV 영상까지 제출했는데 ‘희석 비율보다 진하게 탔는지 어떻게 아느냐’며 인정해주지 않더라”며 “‘앞으로는 희석 과정 영상을 계속 촬영해 증거로 제출하면 되겠냐’고 물었지만, 그것도 불가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행정처분을 받았다. 경매시장에서는 한 달간 출하정지, 당진시에서는 과태료와 직불금 10% 감액, 그리고 농민수당 지급 제한 조치까지 내려졌다.
그는 “너무 억울해서 농림축산식품부, 식약처, 당진시 등 여러 곳에 문의했지만 서로 관할이 다르다며 책임을 떠넘겼다”며 “농약관리법으로 들어가는 사안이라 개인이 법을 바꿀 수도 없다. 소명 절차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화까지 가는 게 목표”
김범수 씨는 지금이 ‘버텨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지난 2년간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으나 아직 사람을 고용하기엔 수익이 애매하고 혼자 하기엔 일이 많아요. 조금만 더 규모를 키우면 안정될 것 같아요. 40세까지는 기반을 잡는 게 목표입니다. 농사는 평생 공부하면서 하는 일이라고 하잖아요. 알았다 싶어도 또 다른 문제가 생겨요. 쪽파 수경재배를 기반으로 규모를 키워, 기업화까지 이뤄내는 게 제 꿈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