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진시복지재단 대표이사 최종후보로 올랐던 이명철 후보자를 당진시가 지난 12일 최종 임용하지않기로 하면서 대표이사 선출 절차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민간이사장제 당시인 2024년 10월 이후로 이사장과 사무처장이 공석이 된데 이어, 공공 이사장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대표이사 후보자마저 임용에서 탈락하면서 복지재단의 장기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재공모가 미뤄질 것으로 보여 업무공백은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1583호 이명철 복지재단 후보자 최종 임용 '탈락'>
민간→공공 체제 전환에도 공백 지속
2012년 설립된 당진시복지재단은 2016년 전문성과 자율성 강화를 이유로 공공이사장 체제로 전환돼 운영돼왔다. 그러나 2024년 10월 양기림 전 이사장의 임기 만료와 비슷한 시기 박정훈 전 사무처장이 사직하면서 재단의 핵심 보직 두자리가 동시에 공석이 됐다.
이후 당진시는 올해 초 민간이사장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당시 사회복지과 관계자는 “민간이사장 체제에서는 이사장이 비상임·무보수로 운영돼 책임은 무거운 반면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공공기관으로서 필요한 통제력과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조직을 실무적으로 이끄는 체제로 전환하게 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관련기사 1551호 복지재단 이사장 6개월째 공석>
이후 당진시가 조례개정을 추진했고 지난 7월 당진시의회 임시회에서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이에 8월 공표를 통해 현재는 오성환 당진시장이 이사장을맡고 대표이사를 두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주요 실무를 맡았던 사무처장 직위는 뽑지 않으며 복지재단의 실무와 경영 전반은 대표이사가 총괄하는 구조로 바뀌었다.
문제는 이처럼 대표이사에게 실질적인 실무·정책 책임이 집중된 구조에서 정작 그 임무를 수행해야할 자리가 여전히 공석이라는 점이다.
공무원 파견·직무대행 운영하지만
이에 당진시는 대표이사 공백으로 인한 행정적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협조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단 정관 제5장 31조에 따라 지난 1월부터 공무원을 파견해 ESG경영 실장을 맡기고, 재단 사무처 운영 지원과 관리 업무를수행하도록 했다.
또 지난 16일 열린 당진시의회 제2차 정례회에서 김덕주 시의원이 대표이사 공백에 따른 운영 문제를 지적하자, 박혜영 사회복지과장은 “정책 결정 등 큰 사안은 이사장까지 포함해 협조 체제로 운영하고 있으나 공백이 길어지고 있어 조심스럽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덕주 의원은 “문화복지국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는 구조라면 시장 주도의 운영으로 흐를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혜영 사회복지과장은 “복지재단은 조례와 출자·출연기관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업이 정해져 있어 시장이나 국장, 과장이 운영계획에 직접 관여하기는 어렵다”며 “행정 절차에 문제가 없도록 협조하는 차원”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행할 수 있다면 대표이사 뽑을 이유 없어”
하지만 이러한 시의 행정적 협조 체제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진시복지재단 조례 제2장 6조에 따르면 대표이사는 재단을 대표하고 업무를 총괄하며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는 자리다.
단순한 사업 운영을 넘어 재단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중장기 운영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는다.
재단 정관 제1장 2조는 당진시복지재단의 설립 목적을 ‘시민의 다양한 복지 수요에 부응하고 전문화된 복지서비스를 제공해 지역사회 복지 증진에 기여함’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사회복지시설 운영·지원 △복지정책 조사·연구 △복지자원 네트워크 구축 △기부문화 확산 △복지기금 조성·운용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한 복지 전문가는 “복지재단은 개별 사업을 운영하는 조직이 아니라 정책과 사업 전반을 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표이사 아래 부장들이 사업을 나눠 맡을 수는 있지만, 재단이 나아갈 큰 정책 방향과 우선순위는 대표이사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시에서 파견된 공무원은 경영과 관련한 행정 지원 역할일 뿐 복지 정책을 기획·결정하는 주체는 아니다”라며 “부장이나 공무원이 대신할 수 있는 자리라면 애초에 대표이사를 선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표이사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시민들이 받아야 할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형태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김덕주 시의원도 지난 16일 제2차 정례회에서 “국장이 대표이사 직무를 대행하는 체제에서는 정책 결정을 할 수 없다”며 “대표이사가 선출돼야 재단의 정책을 결정하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데,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피해는 시민들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후보 검증 실패 반복
이처럼 복지재단의 실무 책임 공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인사 과정 전반에 대한 행정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용선 이사장 후보자와 지난 12일 이명철 대표이사 후보자가 각각 당진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시의 임용 탈락 결정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한 복지 전문가는 “문제의 출발점은 이 상황을 만든 과정”이라며 “임원추천위원회와 시장의 결정을 거치는 단계에서 인사청문회조차 통과하지 못할 후보자가 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증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후보자가 탈락했다면 재공모를 할지, 체제를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신속한판단이 필요했지만 그 결정 역시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조상연 시의원도 “적합한 후보자가 없다면 ‘해당자 없음’ 처리 후 재공모를 진행할 수 있음에도, 이를 명확히 하지 않고 시의회에 부담을 넘긴 측면이 있다”며 “임원추천위원회의 검증 기능과 후보자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한 복지재단의 실무·정책 책임자 공백은 계속되고 있지만, 당진시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 해석을 우려해 대표이사 재공모를 서두르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행정과 정치는 분리돼야한다는 원칙과 달리, 인사 공백의 부담이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