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문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는 당진 LNG 제5기지 건설 과정에서 약 650㎥의 준설토가 발생한다. 바다에서 건져올린 준설토는 통상 매립을 위해 사용되거나 투기장에 버려지게 된다. 행정 원칙만 놓고 보면 가장 가까운 합법 투기장으로 처리하면 될 문제다. 현재 기준으로는 평택항이 해당된다. 그러나 당진에서 이 문제는 단순히 행정 절차에 따라 이행하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 흙의 이동은 곧 이익과 권한의 이동이기 때문이다.

당진은 과거 당진·평택항 신생 매립지 귀속을 둘러싸고 20여 년간 분쟁을 겪었다. 당진시 관할 바다에서 조성된 매립지가 법적 판단 끝에 대부분 평택 관할로 확정됐고, 2021년 대법원 판결로 분쟁은 종결됐다. 대법원의 판단을 뒤바꿀 방법은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쟁의 전 과정과 결과로 인해 당진이 느낀 상실감과 허탈감은 지금도 지역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당진 앞바다에서 발생한 준설토를 평택항 신생 매립지로 보내는 문제를 단순히 행정절차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준설토를 평택으로 보낸다”는 말은 지역의 자존심에 다시 한번 더 생채기를 내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배경속에서 LNG 제5기지 준설토를 당진 내에서 처리하자는 논의가 나온 것은 우리 지역의 이익과 권리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암모니아 부두와 항만친수시설을 조성해 준설토를 매립하고, 이를 통해 항만 기능과 미래 산업 기반을 함께 확보하자는 구상이었다. 방향만 놓고 보면 시민 정서와 지역 이익을 함께 고려한 선택이었다.

문제는 추진 방식이었다. 국책사업과 연계된 대규모 개발사업일수록 절차와 구조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공유재산과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당진시는 의회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가스공사와의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명시된 99:1이라 기형적 지분 구조는 극단적으로 불균형했고, 위험과 책임은 우리 지역에 집중된 반면 실질적인 결정권은 제한된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성공해도 지역의 몫이 크지 않고, 실패하면 지역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당시 의회에서는 자체 법률자문을 통해 이러한 문제와 위험성을 분명히 경고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미 드러났다. 준설토를 매립하여 만들겠다던 항만친수시설은 사실상 무산되었고, 대안 매립지 역시 확보되지 않았다. 당진의 바다에서 발생하는 준설토를 당진에 단 한 삽도 남지 못한 채 전량 평택으로 반출되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평택은 준설토 투기장을 확보해 매립 이익까지 얻게 된 반면, 당진은 처리비용과 정책 실패의 결과만 떠안게 됐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평택은 꿩 먹고 알 먹고”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특정사업의 실패를 넘어 잘못된 구조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의회의 견제와 협의가 배제된 독단적 의사결정 구조, 국책사업 앞에서 지방정부가 실질적인 협상 주체로 서지 못하는 구조,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이 분산돼 누구도 명확히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당진은 비슷한 상황을 다시 겪을 수밖에 없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다른 명분이나 새로운 계획이 아니다. 왜 이런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왜 지역은 늘 부담만 떠안는 위치에 서게 되는지에 대한 냉정한 성찰이다. 더 나아가 국책사업이라는 큰 틀 안에서도 지역의 희생과 위험을 최소화하고 권한과 이익을 지켜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평택은 꿩 먹고 알 먹고, 당진은 남는 것이 없다”는 말은 특정 사건에 대한 평가로 그치지 않고, 당진 행정의 반복되는 현실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굳어질 것이다.